대추리의 '다빈치 코드'를 찾아라

동화 '황새울', 엄마 아빠와 함께 읽어요

“만화책이 아니잖아.”

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 동화책을 건네니, 힐끔 보더니 만화책이 아니라고 밀친다. 언젠가부터 만화책이 아니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책을 쓰신 선생님이 직접 선물한 거니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이 속지에 적힌 것을 보더니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낸다.

“재밌다.”

동화는 아이들에게 재미있으면 된다. 하지만 오늘 딸이 읽은 동화 한 권은 재미 그 이상을 담고 있다.

만화만 읽던 딸

‘황새울’
정대근 선생이 쓰고, 도서출판 리젬이 펴낸 동화다. 평택 대추리 이야기를 그 곳에 시집와서 살아오신 여든아홉 조선례 할머니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들이 운다' 행사장에 마련한 작가 사인회에서 정대근 씨

평택 대추리가 보상으로 끝날 수 없는 까닭이 있다. 미군기지이전의 문제로만 보아서도 되지 않는다. 대추리에 펼쳐진 황새울 들녘은 사회문제로 풀 수 없는 코드가 숨겨져 있다.

동화 ‘황새울’을 통하여 작가는 ‘다빈치 코드’가 아닌 ‘조선례 코드’로 대추리를 깨우치게 해준다. 아직도 정부는 한편으로는 철조망과 곤봉을 앞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상’을 들먹이며 해결하려고 한다. 땅을 빼앗느냐 빼앗기지 않느냐의 싸움이 아닌데.

다빈치 코드

진정 대추리 문제를 풀려거든 꼭 읽어야할 동화 한 편. ‘조선례 코드’-동화 ‘황새울’에 그 열쇠가 있다.

조선례 할머니는 일제시대에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시집 온 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데리고 제일 먼저 황새울 들녘에 큰절을 시킨다. 시아버지 시어머니보다 집안의 큰 어른보다 먼저 새 신부 조선례는 황새울 들녘에 큰절을 올리고 대추리의 삶을 시작하였다.

  동화 '황새울'의 주인공 조선례 할머니

하지만 황새울은 커다란 시련을 당한다. 세계전쟁에 미친 일본은 황새울에 활주로를 만든다고 땅을 빼앗는다. 그리고 해방. 하지만 일본이 떠난 자리에 미군은 다시 황새울을 빼앗는다. 대추리 주민들은 일제와 미군에 두 번 땅을 빼앗기는 시련을 겪는다.

이야기는 다시 미군기지를 이전하겠다며 황새울을 내놓으라는 통보를 받으며 끝이 난다. 그곳에 지금 철조망이 쳐지고, 군인들이 주둔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군홧발에 짓밟힌 농작물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동화는 끝나지 않았다

‘황새울’의 작가 정대근은 이 동화가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군기지가 들어서면 더 이상 황새울은 없다. 하지만 황새울에 미군기지가 들어서지 않으려는 확신을 작가는 가지고 있다. 이 믿음이 동화 ‘황새울’을 쓰게 한 힘이다.

다시 황새가 날아들고, 들녘에는 나락이 익어갈 것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황새울은 대추리 주민이 모를 심고 나락을 거두는 터전으로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파헤쳐진 구덩이는 메꾸어질 것이고, 둘러쳐진 철조망은 거둬 질 것이다.

어른이 읽어야 할 동화

“아빠도 읽어봐.”

재밌게 ‘황새울’을 읽은 딸이 책을 권한다. ‘황새울’은 어른이 꼭 읽어야 할 동화이다. 그리고 황새울에 미군기지를 옮기려고 날뛰는 어른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

  동화 '황새울'에 실린 조선례 할머니 [출처: 노순택]

‘황새울’을 다 읽고, 그 다음에 미군기지이전을 해야 할 것이다. ‘황새울’을 읽고도 기지를 이전할 생각이 든다면 말이다. ‘황새울’을 읽고 황새울을 빼앗을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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