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의 꿈은 아직도 이 땅에 남아있다

[두 책방 아저씨](8) - ‘날개 달린 물고기’를 읽고

마음이 아프다. 누구나 사람으로 태어나면 행복하게 한 평생 사는 것이 꿈일텐데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그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이용석. 32살.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자. 그는 한참 일할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3년 10월 26일 낮 2시에 서울 종묘 공원에서 스스로 몸을 불태웠다.
이 책은 그를 생각하며 실명 그대로 쓰여졌다.

그는 자기 몸이 불길에 휩싸이면서도 있는 힘을 다해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라!”고 외쳤다.
5일 뒤 그가 저 세상으로 돌아간 날은 온통 하늘에서 새하얀 함박눈이 내렸다. 그가 이루지 못한 꿈을 하늘도 함께 슬퍼하는지 하얀 눈꽃송이가 하염없이 내려 주었다.

이용석은 살면서 고달픈 일이 있으면 어릴 때 마음껏 뒤놀던 상태도를 생각했다. 하얀 거품이 일며 달려오는 파도에 몸을 던지며 놀던 상태도. 끊임없이 펼쳐진 바다. 그 바다와 닿아 있는 하늘을 벗삼아 뛰놀던 때를 그렸다. 그는 그런 상태도를 생각만 해도 기쁨으로 가슴이 뛰었다.

그런데 왜 이런 기쁨을 다 버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그가 이루려는 것이 자기 목숨보다 더 귀하단 말인가. 그것은 꼭 스스로 몸을 불태워야 이룰 수 있는 것인가.

가슴이 미어진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진 맑은 눈빛을 사랑해서 공부방 선생으로 있으면서 아이들과 웃고 울며 떠들며 지내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했던 사람. 그렇게 가난한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 살아갈 힘이 생긴다고 좋아했던 맑은 마음을 지닌 사람을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하지만 그의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가 몸을 불살라 외쳤던 비정규직 철폐 운동은 그를 아는 사람들 마음에 그대로 이어졌다.

1970년에 전태일이 스스로 몸을 불살라 노동 해방을 외친 뒤로 수많은 노동자 농민 학생들이 목숨을 걸고 싸웠다. 그들이 죽어가면서 뿌린 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렇게 죽어간 사람들이 지렁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는 지렁이. 하지만 그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거린다. 그 지렁이가 쓸모 없는 땅을 기름지게 하지 않는가.

이용석도 그랬다. 비정규직 노동자로 태어나 온갖 설움을 받고 살았지만 밟으면 꿈틀거리는 지렁이였다. 돈에 눈먼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쓰다 버리는 물건으로 다루는 것을 막으려고 스스로 몸을 불살라 사랑 밭을 일구려 했던 지렁이였다.

돈에 눈먼 사람들은 언제나 입으로 다른 이들을 사랑한다고 떠벌리지만 돈을 버는 일 앞에서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 목숨을 버리더라도 남의 목숨을 구하는 데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용석은 꿈에서 보았던 날개 달린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 그는 상태도 바다를 날아오르는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루려 어린 나이에 보따리 짐을 싸서 목포로 갔다.

하지만 도시에서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된 일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날개 없는 물고기였다. 그가 노동 운동에 눈을 뜨고 자기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그들을 살리려고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을 때 자기 몸에 날개가 달렸다.

그는 자기 몸을 불살라 그런 노예 같은 삶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갔다. 날개 달린 물고기가 되었다. 그는 죽어서야 꿈에 그리던 상태도 앞 바다를 마음껏 나는 자유로운 물고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가 죽으면서 남기고 간 노동 해방의 꿈은 아직도 이 땅에 남아있다.

2006년 6월 15일 목요일 밤이 깊은 무렵 우이동 집에서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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