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으로 돌아가 민주노총 재창립"

[인터뷰] 기호2번 이석행 위원장 후보

민주노총 4기 사무총장을 지내다 중도 사퇴한 이후 어떻게 지냈나. 5기 위원장 후보에 출마하게 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민주노총 4기 총장으로 출마해서 당선되면서 이수호 위원장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통해서 민주노총을 반석위에 올려놓고, 또 민주노총이 우리가 남한 사회의 가장 중심 세력으로 세워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했다. 의제도 새롭게 던지고 많은 부분들을 치열하고 열성적으로 추진하다가 뜻하지 않게 중도 하차하고 나서 처음에는 개인적으론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그렇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그 당시 상황에서 새롭게 반성할 건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져야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설정을 하고 맨 먼저 했던 일은 (내가 원래 현장 공장에서 쇠를 깎는 기능공이다) 학원에 등록해서 컴퓨터와 관련된 프로그램 교육을 다시 받고 친구의 공장에 가서 기름 냄새를 맡은 것이다.

하루 일당 6만 원씩을 받아가면서 비정규직으로 살았다. 거기서 주로 학교를 막 졸업한 애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기능을 가르쳐주면서 6개월 정도 지냈다. 그 다음부터는 일이 있을 때 친구 공장에서 일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배낭하나 메고 투쟁하는 동지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 동안 노동조합 하면서 소홀했던 동지들을 찾아서 얘기도 듣고 강의도 하고. 의외로 많은 동지들이 찾아주었고 한 두시간씩 얘기하고 토론하고 이렇게 하다보니까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부름이 없을때는 공장에서 일하고 기계도 돌리면서 지냈다.

"위원장 출마 감회 특별히 남다르지 않다, 늘 노동자일 뿐"

출마하는 감회가 남다르진 않다. 나는 늘 노동자였고 그만뒀을때도 노동자였고 금속연맹 부위원장 때도 노동자였고 감옥에서 나왔을때도 노동자였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돌아갈 현장이 없어 비정규직이나 마찬가지다. 일거리를 찾아서 노가다도 하고 이렇게 살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위원장 출마라고 해서 그 자리가 크게 남다르지 않다. 편한 마음으로 다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민주노총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이정원 기자
각 의견그룹에서 민주노총 임원선거 후보를 논의하는 시점에서 이수호 전 위원장이 통합지도부 건설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통합지도부 건설이 무산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이수호 전 위원장의 제안은 매우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이 제대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면 상층이라도 모아져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또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면서 민주노총 지도위원으로서 충분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었다. 다만 이런 부분들이 민주노총 집행단위구조, 즉 중집이나 상집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올라왔더라면 상당히 잘 됐을 거라고 본다. 각 현장과 각 정파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이면서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면 의미가 있고 될 수도 있었다.

다만 시간이 촉박했던 상황에서 각 정파가 충분히 밑으로부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게 아닌가. 아무튼 그 화두는 일정 정도 총단결 차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이수호 위원장의 통합지도부 제안 기고글을 언론에서 치고 들어오는 형태로 문제가 제기돼서 오히려 본질을 희석시켰다.

민주노총 4기 보궐 집행부가 한 해 동안 여러 차례의 총파업 투쟁 등을 벌이기도 했지만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말았다. 2006년 민주노총 4기 보궐 집행부의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평가해 보자면 어떤가

민주노총 보궐 집행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민주노총의 골간은 각 산별 내지는 연맹들이다. 그러면 그걸 같이 결의했던 단위들이 사실은 금속과 몇 군데를 제외하곤 투쟁을 강력하게 조직하지 못했던 한계들이 있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을 박고 가셨다. 그 당시 상황으로 심히 안됐어서 그렇지, 집행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않나 하는 나름대로의 긍정적 평가를 한다.

처음에 이수호 위원장을 모시고 시작할 때의 '세상을 바꾸는 투쟁'은, 그간 '민주노총이 무엇을 저지하겠다, 막겠다'를 계속 걸었었기 때문에, 대중들이나 조합원들에게 힘을 불어넣지 못했다고 판단해서 설정한 의제다. 관철시키기 위한 투쟁을 통해 세상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4기 집행부가 중도에 내려오는 과정, 비대위의 중간과정들을 겪으면서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 '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던 게 안타깝고 아쉽다.

민주노총 4기 집행부와 보궐 집행부가 채택해 온 '사회적 교섭 전술'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당선된 이후 이 전술을 계속 이어갈 생각인가

4기 지도부가 사회적 교섭만을 얘기한 적은 없다. 사회적 교섭은 거꾸로, 소위 말하는 논객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당시의 공약집을 잘 보면, '노정-노사정 중층적 교섭을 통해서 의제를 쟁점화시켜가겠다'고 한 게 이수호-이석행의 공약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주의'니 '사회적 교섭'이니 하면서 논객들이 만들어가고 몰아갔던 부분이 존재한다. 사회적 교섭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노정-노사정 교섭은 의제에 따라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교섭'은 만들어진 말, 특화시키지 말라"

다만 교섭이란 것은 힘이 뒷받침될 때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실은, 그 힘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수호 위원장 시절에 한 달이 넘도록 현장을 조직하고, 위력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총파업을 하지 못하는 사업단위의 동지들에게 거기에 맞는 행동 지침을 마련해서 2004년 11월, 16만이 실제로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 말고도 10만 여 동지들이 파업은 아니었지만 KT 동지들이 항의서한 보내기, 백화점 동지들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투쟁 등 다양한 전략을 갖고 힘을 모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노동조합이 교섭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노동 3권 쟁취하자고들 하는데, 공무원 노동자의 경우 단체교섭권 제한이라는 독소조항이 가장 문제다. 어떻게 보면 노동조합은 교섭을 하기 위해 노동조합도 만들고, 교섭을 통해 무엇을 쟁취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이기 때문에 자꾸 이것을 특화시켜서 사회적 교섭이다, 이렇게 정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정-노사정 중층적 교섭을 하되, 의제에 따라서 선택하고 선점할 필요가 있으며 다만 대중을 조직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작년에는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노총의 합의로 노동법이 개악되는 과정이 있었다. 이로 인해 양대노총의 관계가 상당히 경색되기도 했는데, 향후 한국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려 하나

한국노총이 그 동안 정부와 합의해서 사고를 일으켰던 게 그때 뿐만은 아니지 않나. 총액임금제 등... '감히 한국노총이 그럴줄 몰랐다', '한국노총이 이래서 되겠냐', '한국노총은 해체해야 된다'라고들 하는데, 저는 다 좋지만 진짜 민주노총이 실력이 있다면 이와 관련한 세 가지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대변하고 있는 국가권력에 대한 민주노총의정확한 전략과 전술이다. 둘째는 밀착은 돼 있지만 현재 특화돼 있다고 하는 자본가들, 한국 자본과 시장에 대한 민주노총의 전략과 전술이다. 또 한 축으로 한국노총 안에도 조합원들로 보면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고 거꾸로 한국노총에 대해서도 민주노총의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

비정규교섭의 경우를 기억한다면 알겠지만 내가 사무총장을 할 때 (한국노총이) 그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양대노총 위원장께서 처음으로 여의도에서 함께 단식투쟁까지 했다. '한국노총은 자본의 앞잡이이니까 어떻게 하자'라고 한다면 그런 것까지 총 망라해서 상대를 제대로 알고, 어떻게 공격하고 예비할 것인지 전략과 전술이 존재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에 제출한 정책 공약 중 '민주노총 재창립'이라는 구호가 눈에 띄는데 이는 어떤 의미이며 이 구호를 채택한 이유는 뭔가

처음 민주노총이 11년 전에 만들어질 때, 그 당시엔 산별노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전두환 정권이 한국 노동운동사에 있어서 그나마 있었던 산별을 기업별 이기주의로 바꾼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기업별노조 문화에 너무 익숙, 통달돼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 자주적 민주적 노조들이 기업별이라 하더라도 민주노총의 틀 속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산별노조를 만들자고 결의하면서 민주노총을 만들었다.

"이젠 '혁신'도 부족하다, 장점 아닌 것은 다 버리고 '재창립'해야"

민주노총 4기가 들어서기 전에 민주노총 산별율이 40% 내외였는데, 4기와 보궐집행부를 마치는 현 시점은 산별 조직율이 80%를 넘어가는 상황이다. 기본적인 산별의 틀이 일정 완성돼 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기업별 노조에서 시작된 민주노총의 정책이나 노선, 시스템 등 이런 부분들을 그대로 가져갈거냐. 아니다. 그동안 기업별 노조 속에서 가져왔던 장점이나 정통성은 뼈대나 가보로 남기고 계승하고, 그것이 아닌 나머지 것들은 과감하게 털어버려야 한다. '혁신'이라는 용어 갖고도 안되는 상황이라 재창립이란 용어를 썼다.

현장과 전국에서 강의라는 이름으로 불러주는 동지들이 많을 때 투쟁하고 어렵고 힘든 조합원들이 무엇에 목말라 있었냐면, 민주노총이 너무 멀리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민주노총의 깃발을 보고 어려운 선택을 해서 왔는데 너무 멀어졌다는 거다. 기업별노조·연맹의 체계 속에서 민주노총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렇게 가면서 민주노총이 유럽식 내셔널센터 역할만 해서는 남한 땅에서 민중과 노동자의 대표가 되기란 어렵다. 민주노총은 멀리 있는 깃발이 아니라 우리 조합원들이 있는 삼천리 방방곡곡이 민주노총이고, 비정규노동자와 민중들이 신음하고 있는 현장이 민주노총이다. 이런 커다란 의미로 재창립하지 않으면 전망이 없다고 판단해서 재창립이라는 용어를 주장했다.

산별 조직율이 높아지고 얼마 전 금속산별노조가 출범하면서 산별노조 시대에 대한 조합원들의 기대와 관심이 크다. 그런데 금속산별노조의 경우 '기업지부'를 향후 3년간 인정한다는 결정을 해,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이정원 기자
나는 우리 금속 동지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한 문제기 때문에 우선은 존중해야 된다고 본다. 금속 동지들이 그 안에서 끊임없는 논의를 했다. 이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3년이란 유예기간 동안 기업별이라 하더라도 사내하청 등 힘들고 어려운 비정규노동자들까지를 포함하는 이런 조직을 건설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또는 구체적으로 그런 고민들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3년 뒤에 어떠한 산별이 남한 사회에서 가장 좋은 모델이냐에 대해 평가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간 많은 논의를 해왔지만 이제는 금속 노동자들이 결정한 것을 존중해가면서 그 과정에서 어떠한 모델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해 투쟁과 이후에 과정들을 통해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법이 통과되고 벌써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계약해지 사태나 고용불안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앞으로 비정규직 투쟁과 미조직 노동자 조직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기본적으로 조직화는 산별 노동조합들이 책임있게 산별 체계로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하도록 해야 한다. 계약해지가 되고 문제가 양산되고 있는데 어떻게 투쟁할거냐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투쟁의 기회가 온 것이라고 말하겠다. 그동안 비정규직 교섭할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우리가 그토록 심각성을 부르짖을 때에도 먼저 시작한 비정규 당사자들 외에는 피부에 와닿지 않았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계약이 해지되는 등 전반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것을 민주노총이 제대로 모으고 주체 동력 갖고도 싸울 수 있는 계기가 오고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전두환이 노조 해산 바람을 불러일으켰었다. 내가 1984년에 대동중공업에서 파업을 했는데 한국노총 연맹 위원장이 '웬 파업이냐'라고 전화를 할 정도로 현장이 다 죽었었다. 그런데 그렇게 억누르니까 3년 뒤엔 어떻게 됐나. 그 당시엔 자주적 노동자들을 모을 수 있는 그릇이 없었다. 이번에 '비정규직과 함께 민중과 함께'라는 슬로건을 건 것도 철저히 그릇을 넓히고 준비해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담아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노총이 그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지 못하면 한국노총 꼴이 날 수도 있다.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나 자본은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을 민주노총이 제대로 담아서 한 판 싸움을 붙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법 개정을 위해서 국회 앞에 가서 또 투쟁을 하느냐 마느냐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싸워야 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공약 중 '통합과 대안을 지향하는 노동운동혁신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기구인가

그동안 '발전전략위원회'라고 해서 의견그룹들의 의견을 모아 토론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사실은 거의 4-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게다가 몇몇 의견그룹만 참여를 하고 있다. 몇몇 의견그룹만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대중들의 의견을 제대로 모아서 민주노총을 재창립할 정도로 바꾸자고 하는 상황이므로 거기에 걸맞는 정책과 대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파들을 모아서 하는 방식이 아닌 대중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더 크게 열어놓자는 거다. 혁명적 상황을 준비하는 그런 위원회다.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임원직에서 중도 하차한 만큼 비리 문제에 철저해야 할 텐데, 이후 비리 사건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사실 임기 도중에 하차를 하면서 공식적으로 규율위원회라는 걸 제안했는데 아직도 구성을 못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총이 단위 하부까지를 수사할 권한도 없는거라 비리 사건을 예비하기란 참으로 답답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제출한 안 중에 보면 교육 역량을 강화하려는 게 있다. 우리 민주노총을 거쳐가셨던 많은 지도자들이 사실은 대부분 그냥 떠나고 말아버린다. 이런 선배 역량들, 혹은 외곽에서 노동운동에 복무하시는 분들을 포함해 이런 분들을 통해서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의 자질과 덕목 등의 교양을 집중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비리가 발견되면 처리하고 처단하고 이런 문제에만 집중해선 안되고, 예방 차원에서 그런 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리 사태, 손등에 떨어진 불똥 떨어내는 데 급급하지 말자"

그리고 다음에 또 비리가 발견되면 어떻게 할 거냐.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우리가 부족한 게 뭐냐면 사건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조사해서, 조사된 내용들을 중앙위원회 차원에서라도 청문회를 하는 등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대중들에게 이슈화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이래선 안되겠다'라는 걸 보여주지 못한 점이다. (비리 당사자) 본인 개인도 검찰의 발표만으론 억울한 면이 있을 거다. 가령 누가 비리가 있다, 검찰이 발표했다, 그러면 도리어 나쁜 놈 빨리 떼어내기에 급급하다. 이후에 검찰의 발표를 토대로 하든지 해서 자체 조사를 하고, 적어도 중앙위원회 정도에서는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중앙위원회 정도 되면 대부분이 지도급이므로, 그것을 바라보는 조합원들에게 더는 그러지 말라는 경각심의 뜻에서 청문회를 여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손등에 떨어진 불똥을 바쁘게 떨어낸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규율위원회원회는 규율위원회대로 빨리 만들어져야 하고, 한편으론 전 조합원 교양 시스템을 갖춰서 1년에 한번이라도 강사들에 의해 소양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이번에 '대선 총선 승리'라는 공약을 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오래도록 '정치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각의 문제제기를 받고 있기도 한데.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관계를 현재 방침대로 유지해 갈 생각인가

의결기구인 대의원대회의 결의사항은 대단히 유효하고 또 존중돼야 한다. 다만 대의원대회에서 토론하고 이 방침을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선 따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대의원대회 결의사항인 '민주노총이 정치세력화를 하기 위해서 민주노동당을 건설하는 것'은 이미 결정된 부분이다. '배타적 지지'라든지 그렇게도 표현되던데, 대의원대회에서의 결의사항이 번복되거나 바뀌기 전까지는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위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해야 할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당과 민주노총은 분명하게 역할이 다르다.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을 골간으로 해서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실현시켜 내기 위한 소중하고 중심에 있는 조직이다. 당은 민중들을 바탕으로 해서 민중들의 삶을 정치세력화를 통해 구현시켜야 할 역할을 하고 있다. 당은 크고 넓게, 그리고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민주노동당을 통해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받쳐 내는 것이다. 이런 유기적 관계 속에서 때에 따라선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을 서로 감싸안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한다.

'한국진보연대(준)'이 출범한다. 진보진영 총단결체 건설의 과정과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나

이 문제는 4기 이수호 위원장과의 공약사항이다.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까지를 포함하고자 했던 것인데 저희 때에는 물러나는 과정에서 그 경로를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총단결체 건설에는 적극 찬동하고, 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조준호 집행부가 기여한 바가 크다. 이번에 의제가 FTA를 제외하고는 다소 변질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FTA, 로드맵, 비정규직 등의 의제를 설정해 놓고 농민과 빈민과 노동자가 함께 길거리에서 투쟁한 것이 진보진영 총단결체 건설을 촉매했다고본다. 그 성과로 건설되는 것이기 때문에 무척 긍정적이고 기대도 크다.

  이정원 기자
다른 두 후보와 비교해 볼 때 이석행 후보가 갖고 있는 차별성과 강점은 뭔가

두 후보께서도 매우 훌륭하신 분이라고 인정한다. 고민하고 계신 정도나 논리도 저보다 더 깊으실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차이나는 점이 있다. 그 분들도 마찬가지로 노동자이지만 나는 이제까지 진짜 노동자로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어릴 적 광산노동자로 시작해서 기계가공 공장, 선반노동자로 살았다. 노동조합을 하면서도 중앙사업은 오래 못했다. 1990년 해고된 이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 공백마다 생계를 위해서도 그랬지만 노동이란 걸 떠나본 적이 없다. 별 노동을 다했다. 우선 그렇게 광산노동자로 시작해서 살아온 삶 자체가 두분의 삶과는 상당한 차별점이 있을 거다.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활동방향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무총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현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퇴근시간이 되서는 서울 근교와 대전까지 포함해서 집으로 퇴근하지 않고 투쟁현장으로 갔다. 거기서 같이 잠을 자고 무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금속연맹 부위원장 하면서도 그렇게 살아왔고 사무총장이 된 이후에는 그간의 금속만의 한계를 넘어, 짧았지만 사무직 공공 전교조 공무원들의 고민과 문제점들을 1년 8개월과 지금까지의 3년 시간에 책이 아닌 직접 보고 듣고 확인하고 공부했다. 따라서 나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확실하게 무장이 된 사람이다.

"현장 살려낼 위원장 역할은 나밖에 할 수 없을 것"

앞으로는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이 아니라 '전국의 조합원이 있는 곳이 민주노총, 비정규직들이 신음하는 현장이 민주노총'이라는 명제로 발로 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위원장 후보로 출마하고 나서, (대의원) 표가 있는 곳은 거의 가지 않았다. 서울 근교의 투쟁사업장 7군데를 순회했다고 하면 다 놀란다. 그러면 난 '이런 데서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당선되면 여기(민주노총 사무실)는 사무총장 중심으로 맡길 거고, 위원장은 산별, 지역 책임자들을 이끌고 현장 대장정을 할 거다. 그냥 순회가 아니라 먹고 자면서, 그동안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 서운하고 멀어진 것들을 해소하려고 한다. 그렇게 6개월이든 일 년이든 하면 현장이 살아날 거다. 자신있다. 사무총장 그만두고 현장 다니면서 느꼈다. 위원장이 되면 이걸 해야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고, 그걸 할 수 있는 후보가 세 후보중 저밖에 없기 때문에 제가 당선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민주노총 임원선거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한다

동지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서 꿈을 상징하고 희망을 실현시켜 주는 민주노총으로 다가갔어야 좋았을 터인데. 그러지 못한 부분에 대해 저 또한 책임이 크기 때문에 머리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제가 살아온 것도 보셨고 활동한 것도 보셨겠지만 여러분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서, 여러분들한테 오라는 게 아니라 저희가 여러분 곁으로 다가설 것이다. 여러분들이 계신 곳이 민주노총이고, 그 곳에서 헌신해서 승리하는 민주노총이 될 각오로 뛰어들었다.

선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제 활동을 보면 알겠지만 그보다 백 배 더 노력하겠다.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바치겠다는 각오로 많이 부족하지만 동지들과 함께라는 마음에 출마했다. 동지들, 저와함께 승리하는 민주노총을 만들자. 자본주의의 척박한 세상을 노동세상으로 만드는 민주노총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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