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과 우리의 분노

[석궁연속기고](1) - 지금 사법부는 구조적으로 썩었다

대학 재임용에 탈락하여 소송을 냈다가 항소심에서 패소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1월 15일 재판장에게 석궁으로 부상을 입힌 사건은 한 마디로 충격적이다.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야 할 전직 교수가 또 다른 전문직인 고등법원 판사를 대상으로 일견 엽기적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사건이 나자 경찰은 즉시 김 교수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구속 수감되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사건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언뜻 보면 김 교수가 이번 사건의 가해자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경찰도 그래서 부상을 당한 박홍우 판사의 말을 듣고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도 “재판결과에 앙심을 품고 재판장에게 보복을 가한 범죄를 저지른 자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김 교수 본인은 “석궁을 조준하지 않았으며 서로 활대를 잡고 실랑이를 벌이다 우연히 발사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 김 교수는 지금 송파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지만 그와 박 판사의 주장이 서로 다른 점은 분명해 해명해야 할 일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석궁테러’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석궁 발사의 진실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나아가서 이번 사건이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김 교수가 자신이 패소한 재판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피해자라며 단식으로 항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를 바라보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사건을 보도한 기사들에 달린 인터넷 댓글을 보면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두고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동정론에서부터 우리 시대의 ‘진정한 로빈후드’라는 찬양론에 이르기까지 두둔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반면에 부상을 당한 박 판사를 비롯한 사법부에 대해서는 오히려 비판적이기까지 하다.

왜 시민들은 사건의 가해자가 자신을 피해자라 하는 말에 동조하는 것일까 궁금해 하던 중에 최근의 인사청문회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한 말이 뇌리에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한 법무법인의 고문으로서 4개월 간 매월 4천4백60만 원의 월급과 상여금을 포함해 2억여 원을 받은 데 대해 “괴로울 정도로 많은 급여를 받은 부분에 대해 국민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월급 4천4백60만 원은 대부분 노동자들이 1년에 걸쳐 받는 월급보다 많은 액수이다. 이런 고액의 급여를 받는 전직 고위 공직자는 물론 이강국 후보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와서 고위 공직자 출신이 퇴임 후 고액의 급여를 주는 직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방송 시사기획 ‘쌈’에 따르면 재경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법원, 검찰청 등의 고위 공직자 출신이 줄줄이 김앤장 법무법인에 고용되어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의 경우는 지난 2005년 한해에만 6억9천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고위 공직자가 전관예우를 받으며 취업하는 곳이 어디 김앤장 한 곳뿐이겠는가. 공직자윤리법에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취업 제한이 있지만 그것을 무시하고 법무법인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관행이 된 지 오래이다. 문제는 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배타적 네트워크, ‘당신들의 천국'을 만든다는 데 있다.

김 교수 사건을 접하며 특권적 네트워크가 대학사회에도 작동함을 실감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400명이 넘는 해직교수를 양산했고, 이중 상당수가 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해직교수는 당연히 자신들의 해직이 부당함을 호소하고, 알 만한 사람들은 그들의 주장을 크게 반박하지 않는다. 민주화 운동 참여, 재단의 부정 폭로나 전횡 비판 등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으나 미운 털이 박혀 쫓겨난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이다. 그러나 해직교수들이 권익을 보호받는 경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적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판결을 기대하지만 재판 결과가 갈수록 상식적 기대와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부쩍 심해진 이런 경향을 보며 해직교수들의 재판에도 한국사회의 특권적 네트워크가 작용한다는 의혹을 금할 수가 없다.

김명호 교수 사건의 발단은 재직 대학의 입시에서 수학문제 출제가 잘못 되었음을 지적한 결과로 알려져 있다. 학자적 양심에 따른 그의 오류 지적은 부메랑이 되어 그에게 재임용 탈락의 상처를 만들어냈다. 김 교수는 이에 불복하며 재판결과에 큰 기대를 걸었었으나 그를 맞은 것은 ‘역시나’ 패소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그가 패소한 과정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재판과정에 제출한 자료는 철저히 무시된 반면 성균관대에서 제출한 자료는 거의 매번 늦게 제출되었는데도 모두 반영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재판부 배정도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김 교수의 석궁이 발사되어 박 판사가 부상을 당했는데도 사법부가 여론의 지탄 대상이 되고 김 교수는 오히려 동정을 얻는 낌새가 보이자, 그의 재판 주심을 맡은 이정렬 판사가 재판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말인즉슨 김 교수가 재판에서 패소한 것은 시험 출제 오류를 지적한 사실보다는 교수 자질 부족이 더 큰 원인이란다. 이런 말을 들으면 웃음이 나온다. 대학으로부터 쫓겨난 해직교수 대부분이 그런 사유로 재판에서 지곤 하기 때문이다.

이 판사의 자기 재판 변호에서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이 있다. 최근 들어와서 특히 사법부가 보수적 성향을 나타내며 노골적으로 가진 자, 권력층의 이익만을 두둔한다는 사실이다.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부자의 글로비스 주식 거래 등 가진 자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눈감아주면서 노동자, 농민, 빈민이 사람답게 살려고 파업하고, 항의하고 투쟁하면 이런 노력을 ‘합법적으로’ 최종 봉쇄하는 것이 오늘 사법부의 모습이다. 최근 들어와서 이런 경향이 더 커지면서 김 교수처럼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사회적 약자는 더 큰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느냐는 시민의 반응이 그냥 나왔겠는가. “신분이 안정적이라는 대학교수도 저렇게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미쳤을 것이다.

한편으로 ‘당신들의 천국’이 형성되고 있지만 그만큼 ‘우리의 분노’도 깊어간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호소할 곳이 사라지면 남는 것은 절망감이다. 억울함을 외치고 외쳐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의존할 수단은 적지 않다. 나는 아직도 김 교수가 석궁을 직접 발사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지금 여론을 보면 설령 그랬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를 동정하는 듯하다. 지금 사법부는 구조적으로 썩었다. 특권층의 이익 수호에만 전념할 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의 실현은 남의 일로만 보지 않는가. 그러나 김 교수와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당신들의 천국’에 대해 ‘우리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말

강내희 님은 중앙대 교수로, 문화연대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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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읽었습니다.

  • 노동자

    강내희교수님 이렇게 힘없는 놈들을 대변하는 글을 쓰시다가 가진님, 힘있는님들 한테 찍히면 어쩔려구 이럽니까? 어쨌던 이번글로 찍혀서 어쩔수 없는 상황이 오면 김명호를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일명 김사모)에 가입하여 같이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주몽에서는 강철검이 좋다고 하던데...

  • 소양강

    "김 교수가 재판에서 패소한 것은 시험 출제 오류를 지적한 사실보다는 교수 자질 부족이 더 큰 원인이란다"
    시험출제 오류를 지적한 것이 일정 부분 해직의 사유였다면, 재단의 보복성이라는 측면이 고려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없었다면 후자가 사유가 되어 해직될 수 있었겠니.

  • 궤변론자

    사실이 아닐 수 있는 것을 사실이라고 보고, 그 전제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서 타인에게 읽으라고 내놓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글을 쓰기 위해 기본적인 조사도 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웹서핑 몇번으로 줄서기 하는 방법으로 배운자의 언어로 써내는 것이 님의 모습이라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댓글론자들은 극장의 우상을 따르는 가련한 자들이군요...

  • 음유시인

    사실을 사실이 아니라하고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는 사법부와 기득권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하수인 노력을 하려는 너의 얄팍한 생각에 찬사를 보낸다.
    "진실"은 죽지 않으면 "거짓"은 영원히 거짓일수가 없다. 지금의 사회는 가진자가 "법"이며"진리"란다. 그것이 아니라는 증거를 너가 이야기 할수 있다면 내 두말없이 너의 개가 되련다.

  • 백노

    분명히 김교수의 판결에는 많은 모순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유명한 저녈이 싸이언스지에서 "값비싼 댓가"라는 기사로 김교수의 부당한 해고에 대해 논의 하는가? 그에대해 대한 수학회에서는 재판부의 요청에도 아무런 대답조차 못하고 이번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많은 지식인들은 과연 군사정권하에서 독재에 싸우며 이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왔던 바로 그 지식인들인가?
    아님, 그대들 역시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는 보수적이며 획일된 단지 관료주의적 생각속에서 그져 평생직장으로서 학교의 눈치와 기득권의 세력만을 옹호하며 펜을 드는 기득권의 대변인이 되었는가? 반성할지어다.

  • chungsung123

    세상이 변했다해도, 진리를 옹호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걸 보고 마음이 편해집니다.

  • 김도화

    법의 판결의 기준은 형편성에 있다
    나도 대법원에서 해고 무효 소송에서 졌다 그러나 나는 잘못이 없다
    무엇 때문에 졌을까

  • 지나가며

    김도화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약간달리 하면 어떨까요?
    '유권(력)무죄 무권(력)유죄'로 말이죠
    경제를 토대로 권력이 형성돼있다고 보면 다르지 않겟지만서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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