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투쟁은 민주노조 사수 투쟁이다!"

[연정의 바보같은사랑](2) - 코오롱 50주년 투쟁 준비중인 최일배 위원장

"이제 지긋 지긋한 투쟁을 끝장내려고 합니다"

며칠 전, 노동조합이며 노동 관련단체 게시판마다 위의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코오롱 정투위)에서 올린 글이다. 코오롱 투쟁 780일이 되는 4월 12일은 코오롱 창사 50주년이 되는 날이다.

코오롱 동지들은 끝장내는 투쟁을 결의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바로 며칠 전까지도 상복을 입고 방송차에 '근조 코오롱' 관을 싣고 서울과 과천 거리를 누비고 다니던 코오롱 동지들은 지난 주말부터 구미에 머물면서 이번 코오롱 창사 50주년 투쟁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오롱은 구미공장에서 4월 11~12일 이틀 동안 구미 공장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할 것이라 한다. 코오롱 정투위는 그 전까지 사측이 부당한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코오롱 창사 50주년 박살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한다. 더 이상은 노동자들만 고통 받고 희생당하는 수세적인 투쟁은 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4월 7일 대학로에서 열린 한미FTA 무효 투쟁 선포식에 참석한 최일배 위원장

4월 7일, 대학로 '한미FTA 타결무효 선포대회'에서 코오롱노동조합 제10대 위원장인 최일배 위원장을 만났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얼굴은 더 검게 그을리고 까칠해졌다. 집회 때마다 자주 보는 최일배 위원장이지만, 요 몇 주 동안 그에게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았다. 인사를 할 때마다 늘 선하게 웃어주던 그의 얼굴이 언제부터인가 경직되어 있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장투 동지들에게 '끝장내는 투쟁'을 결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이 아니고 말이어서도 안 되기에 위원장과 조합원들은 창사 50주년 투쟁을 결의한 순간부터 경건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거다.

"힘 내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겨우 이 한 마디를 하고나서 나는 무척이나 멋적었다. 최일배 위원장의 사진을 찍는데, 옆에 있던 조합원들이 "잘 찍어주세요!" "왜 이렇게 오래 찍어요?" 한다. 위원장도 웃고, 조합원들도 웃고, 나도 웃는다.

본 집회가 끝나고, 행진하는 대오를 바라보고 있는 코오롱 동지들을 보았다. 구미로 급히 내려가야 해서 행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서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가 보다.

최일배 위원장은 '민주노조 사수'를 여러 차례 강조해서 이야기했다. '민주노조 사수'와 함께 '앓는이'라는 단어가 계속 입가에 맴돈다. 장투 문제가 많은 이들에게 최소한 '앓는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떠올리면 왠지 불편하고 신경 쓰여서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이라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사50주년 투쟁 준비로 많이 바쁘신 것으로 아는데, 올라오셨다

한미FTA 반대, 허세욱 조합원 쾌유 기원과 함께 민주노총의 새로운 지도부를 힘 있게 만드는 자리라 생각되어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 구미에서 문화제도 있었고, 다음주 일정 준비로 많이는 못 왔다. 방송차 한 대로 왔다.

코오롱 창사 50주년 투쟁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우리 동지들 대부분이 2~3시간 집회 문화에 익숙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창사 50주년 투쟁은 이틀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으로 잡아 다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가까운 곳에 있는 동지들은 1박을 하면 되는데, 먼 곳에 있는 동지들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12일 10시 일정 같은 경우 새벽에 출발을 해야 하는데, 조직이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지난 3월 16일 코오롱 주주총회 장소 앞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이번 창사 50주년 투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까지 자본을 타격하는 투쟁보다는 우리 스스로를 자학하는 투쟁을 전개해왔다. 삼보일배나 단식, 송전탑 점거농성 같은 것이 그 예다. 고공에서 대소변을 봐가면서 우리의 고통을 감내하는 투쟁만 했지, 기계 전원을 내리는 파업과 같이 직접 자본을 타격하는 투쟁은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교섭 한 번 하기 위해 굶기도 하는데, 자본은 이를 두고 '앞에서는 굶고 뒤에서는 다 먹는다'며 비웃는다. 이런 투쟁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코오롱 창사 50주년 투쟁은 자본을 타격하는 투쟁이다. 우리를 자학하는 투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회사를 압박해서 교섭에 임하게 하는 투쟁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50주년 투쟁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하지 못하게 하여야 하는데, 요즘 고민이 많다.

현재 코오롱은 어려운 시기에 와있다. 사측은 회사의 위기를 외부 인사를 초청해서 화려한 행사를 하고 언론보도를 하는 등 50주년 행사를 거창하게 치룸으로써 전환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우리가 이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자 사측이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단순히 이번 행사를 치루기 위한 트릭일 가능성이 많다. 50주년 투쟁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정투위 동지들 내부에서 12일까지 끝내겠다는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점차 그런 생각들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낀다.

독자들과 연대하는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정리해고되서 마치 개개인의 복직만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 투쟁은 우리만의 복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조의 중요성과 민주노조를 사수하려는 절박함을 느끼게 하는 투쟁이다. 정말 노동자가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제2, 제3의 우리와 같은 사업장이 생겨날 것이라는 절박함 말이다.

그런 내용을 알려내기 위해 연대투쟁을 많이 다녔다. 이 싸움이 우리만의 정리해고와 복직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조의 구심점이 되는 투쟁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투쟁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투쟁의 상징성이 있다. 그래서 더 큰 부담감도 갖고 있다. 또, 다른 동지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투쟁을 힘 있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동지들이 이런 생각으로 우리 투쟁을 대해준다면 보다 힘 있게 이 싸움을 전개할 수 있을 거다.

  과천 코오롱 본사 앞 농성 750일째를 맞는 날 농성장 모습

이번 민주노총 현장대장정 일정 중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오는 것이 힘이 되는가

우리도 힘이 되고 회사도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이 예전만큼 민주노총 집회에 긴장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대오가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 그 이유일 거다. 어쨌든 이번 50주년 투쟁은 정말 힘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계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지난해, 현금영수증카드 등 재정사업을 해서 11월에 처음으로 생계비 20만원을 지급하고, 12월에는 30만원을 지급했다. 올해 1월에는 일일주점을 해서 40만원을 지급하고, 2월에는 30만원을 지급했다. 그것이 끝이다. 현재 남아있는 투쟁기금보다 벌금이 더 많다. 매주 상경투쟁 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 생계비는 쉽지 않다. (기대감 어린 눈으로 빤히 쳐다보는 나를 보며 최일배 위원장이 웃는다) 돈이 나올 곳이 없다.

(대강 알면서도 다소 집요하게 묻는다) 화섬연맹이나 민주노총에서 생계 문제를 함께 고민해주면 좋을 것 같다. 민주노총에 바라는 점은

화섬연맹은 재정이 취약하고, 민주노총 쪽도 여의치 않은 것 같다. 정규직일 때는 민주노총에 의무금을 꼬박꼬박 납부를 했는데, 정리해고 이후 2년 동안 의무금을 내지 못했다. 의무금을 내지 못하니까 대의원 배정도 되지 않고, 그러다보니 우리의 요구를 하는 것도 지원을 받는 것도 쉽지가 않다. 가끔은 우리가 민주노총에서 '앓는이'같은 귀찮은 존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우리는 민주노조 사수를 외치고 있는데... 우리의 투쟁이 단순히 정리해고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조 사수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이 우리 투쟁을 지지하고 엄호해 주었으면 좋겠다.

'코오롱 50주년 박살 투쟁' 일정(코오롱 구미공장 앞)

4월 10일 - 15시30분 민주노총 구미지역 협의회 결의대회
4월 11일 - 16시 민주노총 경북본부 결의대회 / 19시 투쟁문화제
4월 12일 - 10시 민주노총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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