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 - 촛불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

정부, 검역 책임 포기하나

수입위생 단계 일부 생략.. 권오규 “수입위험분석 8단계 9월까지 마무리 기대”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28일 관계 장관회의 직후 브리핑을 갖고 갈비 등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공식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뼈’ 포함 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공식 검토 한다

권오규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25일 끝난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미국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 지위를 인정받았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에 자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OIE 권고를 존중해 수입 위생조건 개정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이고 이에 따르는 절차를 합리적 기간 안에 마무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수입 위험평가 자료가 있으니 이 자료를 활용해 평가기간을 상당기간 단축할 수 있다는 것도 강조했다.

권오규 부총리는 "양국간의 구체적 수입위생 조건 협의는 (전체 8단계 위험평가 절 차 가운데) 6단계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1~5단계의 여러 자료와 관련된 부분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 수입위생 조건 협의가 가급적 빠른 시간 내 개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협의 과정이 순조롭게, 별다른 이견 없이 진행된다면 8단계 까지 9월정도에 마무리하는 것을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8단계의 수입위험평가의 일부는 생략하고, 그 외의 절차도 2~3월내에 마무리 해, 추석 때에는 미국산 갈비를 밥상에 올려 놓겠다는 계획을 공식 밝힌 셈이다.

계속된 절차 생략..오직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해

지난 달 23일 인천 공항을 통해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기간이 상당히 짧아졌다. 당시 수출 도축장은 크릭스톤 팜스사로 지난해 11월 뼛조각 발견으로 수출중지 처분을 받은 작업장이었다. 검역 기간이 짧아진 이유는 보름 정도 걸리는 치명적인 독극물인 다이옥신 검사가 생략됐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3차 수입 분량에서는 뼛조각뿐만 아니라 허용치를 초과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된 바 있다. 그럼에도 다이옥신 검사가 생략됐다. 이에 5월 1~2일로 예정된 ‘한미 쇠고기 검역 기술협의’ 일정에 맞춰 수입 허용을 해야 하니 정부가 검역기간을 고의적으로 단축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노무현 대통령은 쇠고기 수입재개, 위생조건 개정 문제와 관련해 “OIE 결정이 나오면 합리적인 절차와 기간을 거쳐 처리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OIE 총회가 끝났으니 국내가축전염병 예방법에 근거 해 수입국의 권리로 보장된 단계까지 단축하면서 까지 수입위생 조건 협의에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뼈..갈비..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무엇이 급해 이리 서두르나

권오규 부총리가 이날 밝힌 내용은 8단계 수입위험평가는 수입허용 가능성 검토-수출국에 가축위생 설문서 송부-답변서 검토-가축위생실 태 현지조사-수입허용여부 결정-수출국과 동물 또는 축산물 수입위생조건안 협의-수 입위생조건 제정.고시-수출작업장 승인 및 검역증명서 서식 협의 등의 8단계에서 1~5단계는 생략, 6단계에서부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8단계 위험평가 절차와 한미 쇠고기 협상

이와 관련해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국건수) 편집국장은 “6단계부터 시작한다면, 입법 예고 기간 20일, 농림부 고시, 서식 협의 등 추석 전까지 형식적인 기간만 보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표 국장은 “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한국 정부가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을 위해 담보해야 할 내용을 준비하고,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따라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검역 포기를 선언한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OIE의 결정 사항이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권고사항(recommendations)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 박상표 국장은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한국의 수입위생 조건을 무조건 바꿔야 할 이유도 전혀 없고, 상대국의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즉시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이 일본, 홍콩(중국), 한국 등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의 경우, 시오자키(鹽崎) 관방(官房)장관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즉시 일본의 수입 조건을 변경하는 것은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던 것.

시오자키(鹽崎) 장관은 '식(食)의 안전과 소비자의 신뢰 확보를 전제로, 과학에 근거해서 단계를 밟아 대응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일본정부는 미국 육식처리 시설의 사찰 등의 검증 작업을 계획대로 진행시킬 방침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표 국장은 “정부가 2005년에 밟았다는 수입위험평가의 내용을 근거로 미국산 쇠고기의 1~5단계를 생략한다고 하지만, 사실 OIE 총회 결과만 있을 뿐 지적됐던 위험 요인 중 변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위험 요인이 변한게 없는데 어떻게 갈비나 뼈를 포함하는 것을 전제로 6~8단계의 협의를 하겠다는 것인가”를 반문했다.

아울러 "6~8단계의 형식적인 절차, 자체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며 “6월 말 한미FTA 체결과 양국 의회 비준 일정에 쫓기는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단계를 축소하며 위생검역 협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5일 오후 외교부에 미국 농무부(USDA) 산하 동물검역청장 명의로 "OIE의 평가가 나왔으니 이를 토대로 위생조건을 바꾸는 것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편지가 팩스로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라은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