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아침, 사회적 상식과 정의를 세워내는 투쟁

[연정의 바보같은사랑](7) -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투쟁 ②

투쟁을 새로 시작하는 사업장 수에는 못 미치겠지만, 승리 또는 타결되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린다. 본인들이야 두 말할 나위 없겠지만, 연대하는 동지나 비슷한 사안으로 투쟁하는 이들에게 승리의 소식은 큰 힘이다. 특히, 비정규직 투쟁의 승리 소식, 그것도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 되었다가 복직하는 소식은 정말 남다르다.

2006년 5월 13일 새벽 2시 경,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문제가 타결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택시를 타고 양재동으로 갔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의 3차 크레인 점거 농성이 시작된 지 13일째 되는 날이었다.

  2006년5월 13일 새벽 3시경 양재동 현재자동차 본사 앞

“빨리 승리했으면 했는데, 막상 승리한다니 담담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조합원들도 그럴 거다. 승리하면 순천 하이스코 공장 앞에서 돼지고기를 구워먹고, 2차를 순천시내에서 하기로 했었다. 우리 문제를 순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다들 좋아하실 거다.”

  승리의 아침 천막 안에서 자고있는 조합원, 그는 어떤 꿈을 꾸었을까

  밝아오는 아침

타결 임박소식이 전해지던 그 때, 천막 밖에서 침낭 하나를 덮어쓰고 불침번을 서던 조합원이 침착하게 이야기한다. 다른 조합원들은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막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다. 어슴푸레 아침 해가 떠오르고 조합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125m 고공 크레인을 보며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밥을 먹는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힘겹게 살아왔던 결과를 크레인 위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던 3차 크레인 농성 조합원의 소망이 이루어지려나 보다. 음력 3월에는 복직된다던 조합원 가족들이 본 점괘도 얼추 맞으려는가 보다.

  125미터 크레인위에 있는 동지들에게 구호와 함성으로 반갑게 아침인사 하는 조합원들

  125미터 고공에서 지상에 있는 동지들을 바라보는 3차크레인 농성 조합원

  오랜만에 마음 편히 웃고 장난치는 조합원들

  합의서를 보며 토론하고 있는 조합원들

2007년 6월 말 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 고소고발 취하,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노조활동 보장의 내용으로 합의서가 작성되었다. 이 날, 있을 예정이던 ‘하이스코 투쟁 승리 전국노동자결의대회’는 ‘현대 하이스코 투쟁 승리보고대회’로 진행되었고, 승리보고대회 중에 조합원 전원이 연대에 감사하는 큰 절을 올렸다.


  감사의 큰절을 올리는 조합원들

이 날, 여러 사람들이 울었다. 조합원들이 뒤에서 혹은 마음속으로 울었을 것이고, 그동안 생활고와 고공농성 투쟁으로 마음 졸여온 가족들이 울었다. 또, 그동안 함께 투쟁해왔지만 아직 승리하지 못한 동지들이 축하와 부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 날 보고대회 때, 투쟁조끼를 입지 않고 참석한 좀 더 길게 싸운 다른 투쟁사업장 동지들도 있었다.

  양재동 승리보고대회에서 조합원 가족들

한 조합원은 허무하다고 했다. 그는 “120명의 멋진 형제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며 죽기 전까지 술 안주 삼을 일이 생겼다는 말로 승리의 소감을 대신했다.

이들은 타결 후에 조합원 1인당 백 만 원 씩을 걷어 1억원을 ‘비정규직 투쟁기금 및 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투쟁관련 희생자 구제기금“으로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에 전달했다. 또, 7월에는 그동안 연대해준 동지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기도 했다.

  2006년 5월 19일 지역 승리보고대회에서 1억원을 광주전남지역본부에 전달하고 있는 장면

얼마 전 2차 복직자 명단이 발표되었지만, 조합원들은 “아직 우리 투쟁은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타결 이후에도 끊임없이 노동자들을 시험하는 사측의 ‘장난질’이 있기도 했고, 이후 임단협 체결, 현장으로 돌아가서 진행해야 할 조직화와 정규직화 투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승리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려서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다. 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은 자본과 정권에게, 그리고 우리들 자신에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교훈을 주는 투쟁이었으며 역사적으로 그것을 증명하는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박상욱 전남본부장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11개월 동안 싸웠고, 많은 사람들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마침내 우리 노동자에게 아무 잘못이 없고 현대 하이스코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습니다. 오늘 드디어 우리는 사회적 상식과 정의를 세워냈습니다.”

한결같은 애정과 헌신으로 하이스코 투쟁에 함께 했던 박상욱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수석부위원장(현 전남본부 본부장)이 지역 승리보고대회 때, 했던 말이다.
덧붙이는 말

진보생활문예 <삶이보이는창> 제55호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 이야기2: 적들보다 하루 더 길게 싸우는 투쟁> 중 일부를 발췌하여 싣습니다.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지회는 현재 2차 복직까지 완료된 상태이고, 곧 마지막 복직인 3차 복직이 진행될 예정이며 2기 출범에 맞춰 힘차게 임단협 체결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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