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에 기미가요(君が代), 히노마루(日の丸)는 없는가?

[집중이슈 : 맹세야, 경례야 안녕~](4) - 박진환 님

6월초,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 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한국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담론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국가, 민족주의 그리고 군사주의가 일상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뜻밖의 만남에서, 최근 '국기에 대한 맹세'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두 가지 의미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는 평소 군사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필자의 머릿속에 '국기에 대한 맹세'가 학창 시절(교문 앞에서 선생님의 감시 아래 정중하게 했던) 추억 하나로만 남아 있었다는 것. 두 번째는 교육현장에 있는 분으로부터 아직까지도 '국기에 대한 맹세'가 교육현장에 건재하고 있다는 내용의 말이었다.

그 순간 일본의 상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이라는 존재는 한국인들에게 있어서는 좋은 사냥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바로 반일 감정이다. 반일 감정이 있기에 한국사회의 민족주의가 튼튼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미가요와 히노마루. 듣는 것만으로도 반일 반정이 꿈틀거릴 것이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반일 감정에 열을 올리기 이전에 혹시, 우리 안에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는 없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국기국가법 제정과, 최근의 교육기본법 개정 움직임은 우리의 성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본다.

1999년 7월과 8월 일본의 중, 참의원에서 국기국가법(国旗国歌法案)이 가결되어, 일본의 국기는 히노마루, 일본의 국가는 기미가요로 정해졌다. 그 당시 한국 사회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또한 최근 일본 정부는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애국심 교육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기미가요 제창과 히노마루 계양을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한국 사회는 군국주의로의 회귀라며 한목소리로 비난을 하고 있다.

이는 우리들이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를 일본 군국주의와 식민지배의 상징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충성한, 그리고 충성을 강요받은 사람들이 전쟁에 내몰려 죽어 갔음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일본에서는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반대해 기립, 제창을 거부한 선생님들이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상태이다. 그들은 자신의 학생들이 다시금 전쟁에 내몰리게 하는 기미가요와 히노마루를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도쿄(東京)에는 기미가요와 히노마루에 반대하는 160 이상의 원고단이 구성되어 법정 투쟁을 계속해 나가고 있으며, 전국 각지 선생님들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선생님들도 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국 사회로 돌아와 보자. '국기에 대한 맹세'는 국가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 다치는'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묵살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 목숨을 바치라는 것이다.

우리의 '국기에 대한 맹세'가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며 비난하고 있는 일본의 기미가요, 히노마루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기미가요 제창과 히노마루 계양을 군국주의의 부활이라면 반대한다면, 바로 그 반대 논리대로라면 '국기에 대한 맹세'에 대해서도 반대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리고 폐지되어야 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기에 대한 맹세'가 새롭게 옷을 입으려고 하고 있다. 국기에 대한 맹세의 내용이 현재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내용 수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기에 대한 맹세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든지 그 근본은 국가에 충성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는 군국주의(한국사회에 있어서는 군사주의라는 단어가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의 논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통해 애국심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주입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현재 일본 정부가 교육기본법 제정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그를 위해 기미가요 제창과 히노마루 게양을 부활하려는 움직임과 다를 바 없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사회로 향해가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제 우리 안을 들여다보자. 국가가 국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는 폐지되어야 한다. 우리안의 기미가요, 히노마루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국기에 대한 맹세를 폐지하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평화로운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안에 기미가요, 히노마루는 없는 것일까.
덧붙이는 말

박진환 님은 일본 교토대학에서 동아시아 군사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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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 군국주의 , 군사주의 , 국기에 대한 맹세 , 히노마루 , 기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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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가다

    일본과 우리 한국을 동일한 입장에서 놓고 평가 한다면 필자님의 생각이 맞을 수 도 있겠으나, 일본은 역사적으로 그 힘이 넘칠때는 항상 주변국가를 침략하는 일을 서슴치 않았던 나라임을 간과하시고 말씀하고 계시네요. 즉 똑같은 칼이라도 도둑의 손에 있으면 타인에게 위해가 되고 의사의 손에 있으면 사람을 살립니다.

  • 글세요

    글세요~ 누가 맞나요~ 한심사인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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