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바꿔치기한 이데올로기

[기고] 그들은 살아돌아와야 한다

자기 생일 날 죽다니!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지구에서 피랍된 한국인 선교단체 23명 중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 목사가 자기 생일 날 탈레반에 의해 처형되었다. 2004년 이라크에서 살려달라던 김선일 씨의 공포에 질린 육성이 아직도 생생한데, 또 죽었다. 이 뿐인가. 올해 2월을 기억해 보자. 한국군 다산부대 윤장호 병장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목숨을 잃었다. 협상 시한이 오늘(26일) 오후 5시 30분으로 정해지면서 피랍된 22명 한국인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게 되었다. 거액을 들여 미군기지로 귀환시키던 한국인 8명이 다시 탈레반 본거지로 급히 되돌아갔다는 비보가 전해지는 가운데, 협상의 미래도 생명의 미래도 안개에 휩싸이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한미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인의 미래를 미국에게 팔아넘기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생명의 생사여부도 미국에게 맡기고 있다. 이번 피랍사태에 아프간 정부, 한국 정부, 탈레반은 등장하지만 정작 그 배우들을 출연시킨 깡패국가(Rogue State) 미국은 피랍사태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야기는 분명히 해 두자. 1979년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후 미국은 탈레반을 도왔다. 아프가니스탄이 미소 포스트냉전의 볼모로 잡혀 있을 때 미국은 구소련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탈레반의 저항을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 탈레반이 이제는 미국에 의해 테러무장단체로 낙인찍힌 사태에 대해서 말이다. 이것은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라는 속설과 전혀 무관한 사태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 부시정권의 군사전략 변경이라는 맥락을 누락시킨 채 앰한 이야기만을 늘어놓을 수는 없다. 그 맥락이란 바로 1997년 7월 통합참모본부 의장 명의로 나온 <국가군사전략 - 형성, 대응, 준비 - 새로운 군사전략>, 1998년에 발표된 등을 가리킨다. 미국은 이러한 보고서들을 통해 2015년까지 테러, 마약, 국제조직범죄, 난민유출 등의 초국적인 도전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소규모긴급사태작전’을 수립한다.

미국은 전쟁 개념을 대규모지역분쟁에서 대규모전역(戰域)전쟁으로, 다시 소규모긴급사태작전으로 변경시키면서 전쟁의 이미지를 탈바꿈시킨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상징 - ‘테러’ 혹은 ‘테러전’이라는 단어 - 을 기가 막힐 정도로 부각시킨다. 자국의 제국주의적인 침략전쟁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바꿔치기하여 제국주의적인 침략을 정당화시키는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2001년 9.11 사태는 그 테러라는 상징효과를 극한으로 몰고 간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테러전쟁이 아니고, 이번 한국인 피랍사태도 그 책임을 탈레반에게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갈등은 부차적인 문제다. 배형규 ‘목사’가 먼저 처형되었다고 해서 화살을 그 곳으로 몰아가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는 것이다. 이러한 혼란과 오해는 미국이 과거 국가와 국가 간의 대칭적인 전쟁을 국가와 비국가(테러조직, 국제범죄조직, 게릴라 등) 간의 비대칭적인 전쟁으로, 전쟁의 이미지를 바꾼 효과 때문에 생겨난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를 알고도 눈감은 것인지 그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후방 지원을 일삼다가 정권 말기에 큼지막한 사고를 계속 치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같은 경제적인 사고에 이어 자이툰부대 파병, 이번 피랍사건 등 군사적인 사고까지 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말하는 다국간 안보강화란 것도 결국엔 동맹국의 부담을 늘리고 자국 미국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발상이고 부대 파병 시 후방 지원만 하라는 것이 미국의 군사적 의도인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를 휘두르다가 결국 큰 사고 한 번 더 친 꼴이 되고 말았다.

이번 피랍사태는 피랍사건도, 피랍사고도 아니다. 자동차추돌‘사건’도 음주‘사고’도 아니다. 이번 피랍사태는 앞서 말한 미국의 바꿔치기 전략처럼 ‘사고의 군사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에 퍼부은 돈이 1조 달러에 이르고 대아프가니스탄 작전에 최초 1개월만 해도 18조 원을 퍼부었던 사실을 기억해 보자. 미국은 전시국채까지 발행해 가면서 아프가니스탄 부흥비용을 250억 달러로 잡았다. 그렇다면 미국이 한국을 아프가니스탄에 끌어들인 의도는 분명하지 않은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한 편으로는 자국 미국의 부담을 줄이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저강도전쟁(LIW)을 통해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자, 제국주의적인 침략으로 돌아가야 할 시선을 탈레반에게도 돌리는 것뿐이다.

앞에서도 암시했듯이 미국의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소규모긴급사태작전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소규모도 쌓이면 그것도, 지구 구석구석에서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대규모가 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이 한 명이든 소규모이든 계속 미국과 한국 및 노무현정권의 공모 하에 죽어나간다면,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저지르는 사기전쟁의 희생물들이 대량으로 쌓여나가는 꼴이 되고 만다.

글을 쓰다 보니 탈레반이 최후통첩으로 보낸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이 생산해 낸 테러라는 이데올로기도 공포스럽지만 피랍된 한국인 22명은 지금 상상도 못할 공포에 휩싸여 있을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세뇌공작으로 테러가 당연하게 테러로만 보이는 지금, 무기와 컴퓨터로 무장한 테러의 이미지 때문에 자기 모습을 은폐시키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적인 군사전략과 그 행동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여기 필자의 눈에는 아프가니스탄과 거기에 억류되어 있는 피랍 한국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 볼 수 없다는 것, 시야 저 너머에 있다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살아 돌아오는 얼굴들을 인터넷에서나마 보고 싶다.
덧붙이는 말

이득재 님은 대구카톨릭대 교수로, 본 지 편집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태그

테러 , 테러 , 파병 , 파병 , 아프간 , 아프간 , 미제국주의 , 미제국주의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이득재(편집위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이득재

    1998년에 나온 <FY99국방보고개관 - 대규모전역전쟁에서 이기자!>

  • 1111

    이런 또라이 같은 기사를 봤나 이게 노무현 대통령 잘못이냐? 지들이 가겠다고 해서 간걸 왜 다른사람 탓으로 돌리나? 그리고 미국이 테러범들을 잡아놓고 있으니 미국의 결정만 기다리는수밖에 없지 안나?? 그런데 이런식으로 자기생각을 기사라고 올리는게 이게 기산가? 이건 평론일뿐 기사가 아니다.
    기사는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알려줘야 대는데,, 뭐하자는건지,, 편집장이라는게,, 어휴

  • 2222

    1111 / 딱 보니 평론인데? 바본가?

  • wefwef

    탈레반 너무자랑스러워 ㅎㅎ

  • 비비

    봉사하러 가지 못하게하면 소송도 걸겠다고 한 사람들이 이번 피랍사태에 걸린 기독교신자들이다. 그러나, 미국과 노 정권이 물꼬를 트고 봉사/선교활동 하러 가게 문을 열어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테러/탈레반이 아니라 미국/제국주의에 촛점을 맞추자는 것이지 탈레반이 자랑스럽다는 얘기는 아니다 글 쓴 사람의 의도가 그거라고 난 생각한다 뭘 알고나 비난하자 댓글 수준이 '또라이' 수준 아닌가 그렇게 막말을 하니 정보통신법 같은 게 발효되는 것 아닌가

  • 그러게요.

    지금 단체로 정신나간 네티즌들의 비난은 방향을 잘못잡아도 한참 잘못잡은...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