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프간 정상 “양보없다”

피랍사태관련 공식입장 표명은 없어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끝내 움직이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양국 정상은 강경한 논조로 탈레반을 비판해 아프간에서 대 테러전쟁은 더욱 강도가 높아질 것을 시사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6일(현지시각) 기자회견 자체에서는 인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았다.

아프간과 미국간의 정상회담에서 인질사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게 된다면 이번 피랍사태에 대한 ‘미국 역할론’, ‘미국 책임론’ 등에 대한 빌미를 줄 수 있고, 탈레반 측에게도 어떤 의미에서든 미국 개입의 신호를 줄 수 있어, 미국 개입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양보도 없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미국과 아프간 정상이 한국인 피랍사태와 관련해 어떤 양보도 없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두 정상이 인질 석방 협상에서 어떤 보상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히며, “이번 사태로 야비한 탈레반이 대담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납치와 테러를 조장하지 않는 한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힌바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특별한 묘책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예측된 바였다.

부시 대통령, 탈레반은 “잔혹하고 냉혈한 살인자”
카르자이 대통령 “탈레반 소탕도운 미국에 감사”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탈레반은 “잔혹하고 냉혈한 살인자”라며 탈레반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부시 대통령은 “무고한 사람들을 둘러싸고 인간 방패로 삼고 있는 것은 탈레반이다. 탈레반은 냉혈한 살인자다. 탈레반은 살인마다”라며 아프간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민간인 희생자의 원인을 탈레반에게 넘겼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 대한 감사를 반복해서 표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발언의 서두에서 “미국과 맹방의 도움 때문에 오늘날 아프간이 생존할 수 있었다”며 “탈레반 소탕을 도운 미국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이 패배하고 있으며 “산에 숨어있는 탈레반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며, 탈레반 소탕의 의지를 강력히 표했다.

대 테러전쟁에서 지르가 역할 기대도

카르자이 대통령은 특히 9일부터 사흘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열리는 부족원로 회의인 ‘지르가’에 기대를 표하기도 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두 나라는 지르가 회의 결과에 따라 "양국 내 테러리즘에 맞선 전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할지를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르가 회의에는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참가할 예정이다.

탈레반의 대변인으로 자처하고 있는 유수프 아마디는 이번 회담을 통해 “맞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에 여성인질에 대한 우선 교환 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9일부터 진행될 지르가 회의에서 인질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이 탈레반 측에 어떤 신호로 해석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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