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삼성 비자금의혹 관련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 189인 중 찬성 155인, 반대 17인, 기권 17인으로 과반수를 넘겨 통과시켰다.
통과된 법안은 삼성그룹의 지배권 승계에 대한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법행위·수사방치 의혹을 받고 있는 4건의 고소 고발 사건과 삼성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 등 일체의 뇌물 제공 의혹을 수사하도록 했다. 4건의 고소 고발 사건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e삼성 회사지분거래다.
삼성 지배권 불법승계 의혹은 이날 법사위를 거치면서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수사방치 의혹에 대한 수사로 축소됐다.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재판이 종결되거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당초 10여 건으로 제시했던 수사대상 사건도 4건으로 줄였다. 그러나 “핵심 의혹은 전부 포함됐다”는 것이 해당 법안을 제안한 민주노동당 측의 평가다.
법안은 또 한나라당이 요구해왔던 ‘당선축하금’을 제안 이유에 명기해, 2002년 대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축하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범위를 확장했다.
특별검사 추천권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게 부여해, 변협이 추천한 3인 중 최소 1인은 판검사 경력이 없는 사람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은 변협이 김용철 변호사에게 징계 방침을 내린 것을 이유로 대법원장에게 추천권을 줄 것을 주장했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2일 “추천권자를 변협으로 한 것은 유감스럽지만 당초 1인 추천을 3인 추천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해 제어장치를 마련한 것에 위안을 삼는다”고 전했다.
수사기간은 준비기간 20일 이후 최장 105일로 설정해, 60일의 기본 수사 뒤 최대 45일(1차 30일, 2차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 인원은 파견 검사 3인 이내, 파견 공무원은 40인 이내, 특별 수사관은 30인 이내다.
삼성 특검법이 이날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특검의 성사 여부는 청와대의 손에 달리게 됐다. 그러나 이날 찬성 의원 수가 전체의 3분의 2(126인)를 넘겨, 청와대가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에 대해 재의 절차를 통해 과반수 출석 및 3분의 2의 찬성으로 입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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