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찬, 야심찬 공약. 말만 들어도 설레었던 공약. 반값 아파트는 정부 스스로도 사실상 ‘실패한’ 공약이라 인정하였다. 반값 아파트라고 말하지만, 실제 분양가에는 여전히 거품들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군포에서의 반값 아파트의 청약은 사실상 19%대에 머무르게 되었다. 청와대와 건교부, 정치권은 처음부터 가능성 없는 공약이었다는 식으로 흐지부지 이야기를 흐리고 있다.
그러나 반값아파트는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니라 실현의지가 없었던 정책이다. 정부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아파트 건축의 거품을 사라지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으로 반값 아파트는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값 아파트가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아파트는 투기의 대상이자 재산축적의 도구이다. 물량만 놓고 보면, 이미 주택은 1가구 기준에 근접하였으나, 여전히 집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반값아파트가 서민들의 몫으로 온전히 돌아갈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최근 주택시장을 보면,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이유는 실수요를 위장하여 무리하게 아파트를 짓다 보니, 수요가 감당하지 못한 채 공급만 과잉되어 미분양이 급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미분양 사태로 인해 중소형 건설사 등의 연이은 도산이 예상된다. 아파트로 흥한 나라, 아파트로 망할지라.
아파트로 흥한 나라, 아파트로 망할지라!
결국 전 국토를 ‘묻지마 아파트’로 짓고 있는 지금, 조만간 지방으로 갈수록 텅 빈 아파트를 곧 보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 필요하다. 즉 미분양 아파트를 공공주택으로 활용할 방안을 준비하여야 한다. 굳이 국가가 임대아파트를 짓지 않더라도, 이미 공급되고 있는 물량만 본다면 공공주택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국가는 아파트를 민간에게 실거래가에 구입하여, 낮은 임대료로 서민들의 주거를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운용을 한다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임대료라는 것은 여전히 부담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히려 국가가 임대료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많은 예산을 들여서라도 이미 지어진 아파트들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집이 없어서 일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집 때문에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프랑스와 스코틀랜드는 국민의 주거권을 인정하여, 주거권 보장 법안을 마련했다.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 노숙자, 가난한 노동자, 편모 가정 등에 실제 주거를 보장하는 방법으로 ‘복지’를 지원하고 있다.
아파트가 필요한 자들에게, 아파트를!
실제로 이러한 공공주택은 주택시장에서 시장의 한 요소로 자리 잡아 주택가격의 중심을 잡아주며, 투기를 막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주택은 전체 주택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3% 미만에 그치고 있지만, 이러한 부분을 확대해나가는 것은 불확실한 주택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게다가 이러한 임대아파트는 다양한 소수자들이 함께하여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며, 사회 통합과 연대를 모색할 수 있는 기지가 될 것이다. 상상력과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