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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쇠고기 전면 개방에 '발끈'했던 의협, '급침묵'

의협 "인간광우병 발생 위험, 판단하기 이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따른 논란이 거센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9일 인간광우병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날 의협은 인간광우병에 대한 원론적 수준의 의학적 견해를 건조하게 밝혔을 뿐, 현재 초미의 관심사인 이번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 결과에 따른 인간광우병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같은 의협의 신중한 태도는 일주일 전과는 사뭇 대조적인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건강 위협요인" 펄쩍 뛰던 의협, 갑자기 '조용'

의협은 이날 "최근 인간광우병(vCJD)과 소광우병(BSE), 그리고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에 대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주장들이 인터넷과 여러 매체들에 떠돌면서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의학적 자료에 근거하여 국민들에게 인간광우병에 대한 학술적 견해를 밝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협은 "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인 광우병에 대한 예방, 조기발견 및 확산 방지를 위하여 정부와 사육농가 및 학계의 지속적인 감시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꼭 지켜야 할 일이다"고만 했다.

그러나 의협은 지난 2일까지만 해도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따라 광우병 발생 우려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이라는 공식 성명을 통해 "정부는 생명을 위협하는 유해한 쇠고기 수입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의협은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파되어 인간광우병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너무 성급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키로 결정한 것은 국민건강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직접적으로 안정성 문제와 관련해 이번 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특히 당시 의협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 제한 등을 대폭 해제한 것을 직접 거론하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 안전을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라면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유해한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국인,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 낼 수 없다"

한편, 의협은 이날 광우병에 대한 문답 형식의 글을 통해 "소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두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잠복기가 수십 년 이상으로 길 수 있기 때문에 소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음으로써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위험성을 판단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더 취약하다'는 주장과 관련해 "한국인의 프리온 유전자 중 메치오닌/메치오닌(MM)형이 서양인에 비하여 빈번하다는 보고가 있고, 현재까지 보고된 인간광우병 환자가 MM형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집단유전학연구가 수행되어 상대비교위험도(relative odd ratio) 평가 등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결론은 낼 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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