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주관으로 열린 한미FTA 청문회는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였다. 쇠고기 협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친 통합민주당은 이날 통외통위 위원 다섯 명을 '선수 교체'하며 승부를 별렀다. 이에 한나라당 위원들은 "한미FTA 비준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며 날을 세웠고, 여야 간 공방으로 청문회 개최가 30여 분간 지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 가운데 한미FTA에 찬성하는 재계를 의식한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이 '한미FTA 찬성론자'임을 피력하는 데 애썼다. 서갑원 의원은 "저는 산업자원위원회 활동을 하며 누구보다 한미FTA 체결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역설해왔다"고 강조했다. 윤호중 의원도 "한미FTA만큼 양국 이해관계가 잘 조정된 협상은 그간 한미 외교사에서 없었다"고 보탰다. "한미FTA의 4대 선결조건 중 하나가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 아니냐"는 주장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미국 사료조치' 논란 정부 말바꾸기 도마 위로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쇠고기 협상이 졸속으로 추진된 배경과 정부의 말바꾸기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한미정상회담 시한에 맞추다보니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지적하며, "한국 정부는 미국이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를 강화하기로 한 것을 협상의 최대 성과라고 자랑했지만, 미국은 오히려 조치를 완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상의 최대 성과가 아니라 최대 패착이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김종률 의원은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즉각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정부 방침이 현실화되려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재협상)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광우병 위험은 가상적인 위험"이라고 답했고, 김 의원은 "있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국민들이 들고 일어선단 말이냐"고 호되게 질책했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해 광우병 의혹을 키웠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권고를 존중해 합리적인 기간에 합리적인 수준으로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되새기며 '참여정부 설거지론'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했다.
이 가운데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협상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정부가 해소해야 한다"면서 "검역주권 논란이 일고 있는 'OIE에서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에 대한 부정적 변경을 인정할 경우 수입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부분을 장관 고시에서 삭제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했다.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과학은 미국의 과학"
유 장관은 "정부가 GATT 20조에 근거해 유사시 즉각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양자 협정이 우선"이라는 김 의원의 지적에 "한미 쇠고기 협상은 양국 행정부 간 체결한 MOU(양해각서)"라며, 쇠고기 협상이 WTO나 GATT조항의 하위 법안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재협상 요구에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재협상을 위해서는 OIE가 제시한 기준을 뒤엎을 만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OIE를 부정할 새로운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김종훈 본부장은 "과학자들은 광우병이 발생된 사실만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에 양심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한 정책적 의지로 즉각 수입중단 방침을 밝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OIE가 말하는 과학은 미 USTR(무역대표부)의 과학"이라며 "미국이 OIE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해 미국 축산업계의 이해관계에 따라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가 완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OIE의 상급 기구인 WTO에서 국제 기준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실정에 맞게 수입위생 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재협상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달린 문제"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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