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책3] 프랑스 민중을 위한 한 생애

인민의 아들 (모레스 토레즈, 연구사, 1987.9.10)

인민의 아들(모레스 토레즈, 박철호 역, 연구사, 1987.9.10, 286쪽)

  모레스 토레즈
이 책은 1990-1964년까지 20세기 전반기를 알차게 살다 간 프랑스 공산당 지도자 모레스 토레즈(Thorez, Maurice)의 자서전이다. 토레즈는 프랑스 공산당의 역사다. 1934년 토레즈가 주도한 인민전선의 성공은 파시즘이 성장하던 독일 이탈리아 등 당시 유럽정세에선 신기한 일이었다.

탄광 노동자 토레즈는 우리가 3.1만세 시위를 벌이던 1919년 사회당에 들어갔다가 당의 분열 때문에 1920년 공산당으로 옮겨 1924년 중앙위원, 1925년 정치국원, 1927년 ‘군대불복종운동’을 지도하다가 체포됐다. 1930년 이후 공산당 서기장이 됐다. 1929, 1932, 1936년 등 하원의원을 3번 했다. 코민테른 간부로 인민전선을 주도했다.

2차 대전 중 공산당 탄압에 저항하다가 종군지에서 탈영해 1939년 소련으로 탈출, 1945년 해방 직후 다시 하원의원이 됐다. 이때 총선거에서는 공산당은 하원 586석 중 153석을 차지, 제1당이 됐다. 토레즈는 드골 내각에 국무장관으로 들어갔다. 1961년 서기장에 재선, 1964년 건강이 악화되어 서기장 직책을 W.로셰에게 물려주고 요양을 위해 크림반도의 얄타로 가던 중 배 안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저서에 <인민의 아들>(1937), <프랑스의 정치>(1949)이 있다.

1930년 7월 감옥을 나온 토레즈는 공산당 서기장이 된 직후 겁데기만 남은 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노동자의 요구를 지지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당이 일체가 돼 노동자 요구를 위해 투쟁”하도록 촉구했다.(60쪽) 오늘날 한국의 좌파 진영이 되돌아 볼만한 자세다. 당시 토레스는 “우리 당에서 가장 우수한 활동가는 노조 사업에 헌신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회당의 반노동자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오늘날 우리의 진보정당들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토레즈는 “누진과세는 현존하는 생산관계 내부에서 실행 가능한 부르조아 조치의 하나다. 그것은 부르조아 중간층을 공정한 공화제로 끌어당기고 국채를 줄이고, 부르조아 내부에 있는 반공화주의 다수파를 궁지에 몰아넣을 유일한 수단”이라고 했던 마르크스(‘프랑스의 계급투쟁’ 1952년판, 55쪽)의 말을 실천에 옮겼다.(82쪽)

1940년 1월 9-11일 프랑스 하원 회의장에서 공산당 의원들은 우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 비시 정부의 고관을 지낸 샤세뉴 사회당 의원은 “공산당원의 목덜미에 총알을 퍼부어라”고 아우성쳤다. (136쪽)

우파의 집요한 탄압 속에서도 프랑스 공산당은 퇴직수당과 산재연금을 올렸다.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고, 청년 노동자의 유급휴가를 3주로 늘렸다. 탄광과 전력의 국유화에 착수했고 아동병원을 세웠다. (172쪽)

드골은 47년 10월 지방 선거에서 우익은 물론 급진사회당, 사회당, 인민공화운동의 표까지 휩쓸었다. 그러나 공산당은 전국에서 의석을 유지했고 파리에선 29%나 득표했다. 사회당 당수 주오는 또다시 CGT(프랑스노총)를 분열시켰다. 주오는 분열 조직의 이름을 어처구니없게도 ‘노동자의 힘’이라고 불렀다. (179쪽)

토레즈는 이 책에서 인터내셔날가(歌)의 유래를 소개한다. 피에르 드제이테르(1848-1932)는 플랑드르의 선반공 출신으로 대중투쟁과 승리를 노래한 ‘인터내셔날’을 작곡해 착취받는 자들의 사명인 세계변혁과 그들의 필승불패의 약진을 표현했다. ‘인터내셔날’은 1888년 북부 프랑스 릴에서 열린 노동자 축제에서 초연됐다. ‘인터내셔날’의 작사자 우젠느 포티에(1816-1887)는 노동자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하역인부, 지물포 점원 등을 거쳤다. 포티에는 1848년 2월 혁명에 참가하고 제1인터내셔날에 들어가 1871년 파리 콤뮌 평의원을 지냈고 콤뮌이 유혈진압 당한 직후 지하활동 중 ‘인터내셔날’을 작사하고 영국과 미국 등지로 망명했다가 1880년 귀국 후에도 계속 시를 썼다. (188쪽)

토레즈는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1952년 5월말 한국전 당시 세균전 책임자였던 미국 릿지웨이 장군의 파리 부임을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이 반대시위 직후 프랑스 경찰은 공산당에 대한 도발을 자행했지만 전세계 민중의 연대를 위해 기꺼이 도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위를 벌였다. (200쪽)

지금 정세에 토레즈 같은 인물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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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날라리

    모리스 토레스 자서전이 번역돼 있는 줄 몰랐네요. 책소개 자체는 역사를 되돌아볼 기회로 소중한 것이지만, 자서전은 어디까지나 자서전이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프랑스 공산당의 수괴니까 무조건 스탈린주의자로 매도하는 건 무지와 독선의 소산이겠지만, 지금은 사실상 몰락한 프랑스 공산주의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 속에서 독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금 정세에 토레즈 같은 인물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한다"라는 마지막 구절은 동의가 안되네요.^^ 뭘랄까, 난세에 영웅을 기다리며? 동의를 하던 그렇지 않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미 '다중'과 '촛불'의 시대인데...

  • 국제날라리

    위에 저서로 <인민의 아들>(1937)이 있는데, 이게 소개하는 책 아닌가요? 그렇다면 이 책은 1960년에 출판된 거 같슴다. 맑스주의 원전사이트(http://www.marxists.org/reference/archive/thorez/index.htm)에 Thorez’s Autobiography: Fils du Peuple (1960)
    라고 나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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