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단식, 사제단 신부를 만나다

문규현 신부 “나도 곡기 끊었다”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계단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단식농성이 시작됐다.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계단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단식농성이 시작됐다. 문정현, 전종훈, 김인국 신부를 비롯하여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제들은 17일부터 4대강 사업중단을 위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기자는 단식농성 첫날인 17일 밤 사제단 천막을 찾았다.

단식농성 첫 날이라 다소 분주하고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 고령의 신부들이 있는 농성단이 밤을 지샐 것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차분하게 농성준비를 하는 모습에서 사제 특유의 여유가 묻어 나왔다. 특히 1년에 한 두번씩은 꼭 단식농성을 했던 터라 사제들의 모습에서 어떤 연륜(?)까지 느껴졌다.

김인국 사제단 총무신부는 농성준비와 농성에 참여한 신부들께 여러가지 당부의 말도 나누면서 분주한 모습이었다. 전종훈 사제단 대표 신부에게 단식농성에 대한 얘기를 먼저 물어 보았다.

  전종훈 신부의 모습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전종훈 신부는 사제단의 단식과 관련해 “지난 월요일에 ‘4대강저지를위한천주교연대’가 조직됐고, 그 연대 회의에서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단식을 통해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식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단식 농성에는 문정현 신부도 참여했다. 문정현 신부는 작년 용산 참사 때에 참사현장에서 매일 미사를 열었고, 용산 투쟁을 비롯하여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운동에도 참여했던 인물이다. 또한 익산에서 50명의 장애아동 시설인 ‘작은자매의 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에게 용산 참사 이후, 그간의 근황에 대해 묻자 “군산으로 돌아갔지만 집에 있을 겨를도 없이 다시 4대강 반대 운동에 뛰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정의구현사제단 창립 때부터 멤버다.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단식기도회를 한다는데 안할 수가 없지 않느냐”라면서 “용산 문제가 없었거나 빨리 해결됐으면, 더 빨리 합류해서 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4대강 사업에 대해 구약성서 중 에제키엘서 47장 9절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사례로 보나, 이치로 보나 강을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에제키엘서 47장 9절에는 ‘그래서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고 기록되어 있다. ‘강’이 자연을 생성시킨다는 이치다.

문정현 신부는 이어서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 같느냐는 질문에 “유신정권 시절, 유신반대 운동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계속 계란으로 치니까 되지 않았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농성장에는 문규현 신부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문규현 신부는 작년 10월 용산 참사 단식 농성 중 쓰러져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다 회복돼 40여일만에 퇴원했다. 아직까지 몸이 치유되지 않은 문규현 신부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인해 공식적으로는 단식에 참여하지 않지만, 나 역시 곡기를 끊은 상태”라면서 비공식적으로 단식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규현 신부의 모습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기자와 함께 문규현 신부에게 이 말을 들은 농성 관계자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나중에 이 관계자는 '(문규현 신부의 단식에 대해)다른 신부님들이 알면 정말 큰 일 날 일'이라며, "아직 완쾌되지 않았고 그 때 일 이후로 퇴원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단식하면 큰 일"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명동성당 들머리 계단에 밤이 깊어 가면서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식 상태로 계단에 침낭을 깐 채 잠을 청하던 사제들은 빗방울에 일어나 우비를 덮기도 하고 가톨릭 회관 앞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사제들의 4대강을 지키기 위한 염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부산 교구에서 올라왔다는 한 신부는 “창세기에 따르면, 하느님은 세상을 만들어 놓으시고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라고 말씀하신다”면서 “생명체들은 연계된 것이므로 강물이 오염되면 한번에 무너질 수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본당 일 때문에 조만간 내려가야 하지만 계속 연대해서 4대강 사업을 막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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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언자

    아~~~ 사제들만 또 죽어나는 구나!! 일 저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골병 들어 죽는 사람 따로 있구나!!

  • 참세상

    사제단 대표신부는 전종훈 신부님입니다. 기사 내용 중 직함이 잘못되어 이를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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