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소하리 공장 건물 안에는 특별근로감독관실이 있고 그 안에 특별근로감독관이 집기를 두고 상주하고 있다. 회사는 특별감독관이 상주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법을 비껴 갈 수 있느냐 주장하며 협상을 안 하고 있다. 만도는 노동기본권을 수용하면 노동부가 특별세무감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대구지부에선 지부집단 교섭장소에 근로감독관이 직접 나타나 교섭을 방해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이 21일 영등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개악노조법을 빌미로 불법부당개입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노동부의 불법부당 개입 사례를 공개했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 뿐 아니라, 만도, 대구지부 집단 교섭 등에서 사용자 쪽이 밝힌 노동부의 압력 때문에 교섭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노동부에 “노사관계 파국 유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노동부가 타임오프 매뉴얼을 만들고 지역노동부 관료들이 각 사용자를 찾아 7월 이후로 단체협약 타결 날짜만 넘기면 된다고 대놓고 종용하고 다닌다”며 “이 과정에서 노동부 스스로 불법 부당한 노사관계 개입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유기 위원장은 “금속노조 중압교섭에서 사측대표자 조차 ‘모든 관청이 두 눈 벌겋게 우리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라고 정부 개입 수위를 폭로했다. 노동부가 노조법과 타임오프 제도의 문제점 개선을 고사하고 6월 안 교섭타결과 혼란을 우선 수습하자는 의견도 묵살하고 있어 노조 죽이기에 심혈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18일까지 전임자 현행 유지에 노사의견이 접근한 사업장은 41개 사업장이다. 이중 500인 이상 사업장은 여섯 곳이다. 또 21일 오전 10시까지 추가로 20여개 사업장이 현행 유지 의사를 금속에 내 비친 상태다. 박유기 위원장은 “추가의사를 밝힌 20개 사업장은 협상 내용이 공개되면 정부의 표적이 될까 두렵다고 금속노조에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 현행 유지 의사를 밝힌 사업장들은 현행 유지에 합의하면 실제 타임오프 상하선을 대부분 넘어서게 된다. 금속노조는 합의에 이를 때까지 사업장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전체 합의가 되면 합의 내용을 오픈할 예정이다.
노동부-사용자 단체, “타임오프, 현장 통제용”
금속노조는 지난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요 회원사 인사노무 담당 임원과 부서장 250명을 모아 ‘타임오프 기업 대응방안 설명회’ 녹취 내용도 재차 공개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전운배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 자리에서 “타임오프의 핵심은 현장경영권이 관리자에게 넘어가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운배 정책관은 “회사가 이 제도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도루묵이 된다. 정부가 다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근로시간면제심의위 경영계 위원으로 참가한 조영길 변호사도 이 자리에서 “타임오프는 그동안 통제되지 않았던 노조 간부에 대해 유급을 위한 근거 사유로 근태관리를 할 수 있는 숨겨져 있는 힘이 된다”고 취지를 말했다고 금속노조는 공개했다.
전운배 정책관이나 조영길 변호사의 말대로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은 근로시간면제자라는 개념을 만들어 사용대상 업무의 범위, 사용절차와 방법 등의 기준을 설정했다. 금속노조는 “사용자와의 교섭에 근로시간면제자들이 우선 참여하고, 면제자 변경 시 사용자와 협의하라고 하고, 면제자의 업무 중 대상 업무가 아닌 업무에 소요된 시간에 대해 사후 정산 하라고 노동부는 지도하려 한다”며 “이는 노동부가 사용자에게 타임오프를 악용해 노조활동에 개입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는 노동부가 매뉴얼 대로 지도한다면 노조법에서 정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금속노조는 “사용자들이 노동부 매뉴얼 대로 지배개입의 무당노동행위를 할 경우 공동정범 혹은 교사범으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며 “법률에서 정한 바도 없고, 사용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새 기준을을 마구 만들어 단협 시정명령을 내리고 형사처벌 운운하며 협박하는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21일부터 전면 파업 기조아래 지부 및 지회별 파업전술로 전환하고 집중교섭으로 사업장 단체협상 교섭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기아자동차 지부가 24일과 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가고 GM대우가 28일과 29일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나면 7월은 기아와 대우가 주도하는 투쟁 국면이 될 전망이다.
박유기 위원장은 “6월안에 교섭이 타결 되지 않는다면 기아차와 대우차를 묶어 4만5천 명에다 중대형 사업장이 결합하면 6만이 넘는 파업이 진행 될 것이다. 7월에 현장 혼란이 올 거란 사실은 사업주들도 다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또 “금속노조의 노력에 사용자가 적극 결단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7월 파업은 불법합법 안 가리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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