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조계종을 원숭이 집단으로 생각하느냐”

불교계, “문제는 템플스테이 아니라 4대강”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이후 정부여당과 불교계 사이에 패인 갈등의 골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가 여당을 향해 4대강부터 중단하라고 요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불교계가 종단차원에서 4대강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처리한 이후 불교계에 약속한 템플스테이 예산 185억 원 가운데 63억 원이 삭감된 사실이 알려지자 불교 조계종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사찰 출입을 금하는 등 유례없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에 여당은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퇴와 예비비를 통한 템플스테이 지원예산 보완 등 발 빠르게 수습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불교계는 오히려 “이런 이야기들이 불교계를 더 화나게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이 아닌 4대강에 있다”며 여당을 향해 “4대강부터 중단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모든 대화채널의 단절을 선언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부장을 맡고 있는 영담스님은 13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가 문제제기한 핵심은 템플스테이 예산이 아니라 4대강 사업이 주였다”고 밝혔다.

영담스님은 예비비 등에서 다시 템플스테이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 “더 불교계를 화나게 하고 있는 얘기”라며 “우리는 지금 돈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인식과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계가 4대강 사업에 대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자는 취지에서 종교계, 정부여당, 야당, 그리고 시민단체들을 설득해 국민적 논의기구를 발족시킨 바 있으나 한나라당은 그러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팽개쳤”으며 “정부안이 그대로 반영된 4대강 예산안과 4대강 주변 개발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영담스님은 “공사 과정에서 낙단보 마애불상이 발견되어 지금이라도 그러한 조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일단 4대강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담스님은 “한나라당이 이번 예산을 단독처리하는 것을 보니까 더 이상 소통할 가치를 느끼지 못 하겠다”며 “우리가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서 답을 가지고 오기 전까진 모든 것을 단절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4대강 중단을 불교계와 한나라당 사이에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한편,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인 도법스님은 13일 [BBS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조계종단이 국민 화합과 사회통합을 실현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해보겠다고 해서 화쟁위원회를 만들고 4대강 문제를 합의를 통해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함께 했었다”며 “저렇게 일방적으로 예산처리를 강행한 것은 결국은 국민화합이나 사회통합을 외면하거나 저해하는 처사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 고흥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사퇴와 문화관광기금이나 예비비나 이런 것을 통해서 보완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조계종을 원숭이 집단으로 보는 것이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도법스님은 “마치 조삼모사라고 조계종단이 단순히 돈 몇 푼 때문에 저렇게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이라며 “마치 돈 몇 푼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처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더 오만하고 어리석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후 대응과 관련해서 도법스님은 두 가지 활동을 주문했다. 도법스님은 “적어도 이번을 계기로 해서는 이런 일들이 두 번 다시 일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동시에 바깥으로는 정부와 여당의 각성과 태도변화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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