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 사회를 크로스오버하다

[이원재의 예술,대화] ‘킹스턴 루디스카’ 최철욱 씨

‘스카(SKA)’. 듣는 이들을 들썩이게 만드는 자메이카 태생의 이 음악.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장르를 본격적으로 홍대 인디 문화계에 뿌리내린 밴드가 있다. 9인조 브라스(brass)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킹스턴)가 그들이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이 팀, ‘거리’에도 꽤 활발히 나선다. 용산참사, 4대강, 촛불, 반전, 강정마을 해군기지, 원전 등등… 최근 5년 동안 한국 이슈 중에 참여하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아무리 무거운 주제의 집회도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변모시키는, 위대한 음악적 힘을 발휘하는 ‘킹스턴 루디스카’의 보컬 겸 트럼본 겸 리더 최철욱 씨를 지난 3일 킹스턴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사회참여 공연을 하며 음악하는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킹스턴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잠깐의 휴식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원재(원재)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
최철욱(철욱) 계속 공연이 있어요. 매회 공연 전에 집중해서 공연 준비하고, 공연만 하다 보면 시간이 자꾸 흘러가버리니까 신곡 작업도 하고. 신곡이 모이면 앨범작업이 들어가지 않을까요.

원재 그럼 음악 안할 때는 주로 뭐해요?
철욱 당구도 치고 가까운 밴드들하고 술도 한잔 하고, 영화보고 책보고, 그거 밖에 없어요. 아, 요즘 예전에 치던 맞고를 다시 쳐요. 누가 하는 걸 보고 추억이 떠올라서 예전 아이디를 치니까 접속이 되더라고요. 남이 보면 녹음실에서 열심히 작업하는 줄 아는데 사실은 그러고 있어요.(웃음)

“내가 스카를 택한 게 아니라 스카가 날 선택했다”

원재 일단, 모르는 분들을 위해 킹스턴 루디스카 소개 좀 해주세요.
철욱 킹스턴 루디스카 밴드는… 밴드죠. 자메이카 스카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는 팀이에요. 자메이카가 아주 먼 나라고 킹스턴 멤버들은 자메이카에 가본 적도 없지만 그쪽 리듬과 멜로디가 너무 친숙하게 와 닿아서 거기에 빠져서 연주를 시작하게 됐고, 대한민국 땅에서 받은 음악적 영향을 기본으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해요.

원재 ‘킹스턴 루디스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거예요?
철욱 이름은 정석이(킹스턴 트럼페터)가 만들었어요. 처음에 밴드 이름 만들자고 각자 두세 개씩 적어 와서 투표를 했는데, 처음에 나온 것 중에 ‘오겡끼데스까’도 있었어요.(웃음) 그중에 ‘킹스턴 루디스카’가 가장 와 닿았더라고요. 뭔가, 고품격 남성 정장 브랜드 같지 않나요.

원재 철욱이 지향하는 밴드는 그런 거구나.(웃음) 이름의 의미는 뭐예요?
철욱 ‘킹스턴’은 스카가 태어난 자메이카 수도 이름이고 ‘루디스카’는 무례하고 싸가지 없는, 하지만 나쁘거나 범죄자는 아닌 뜻을 가진 ‘루드’와 ‘스카’를 붙여 하나의 단어로 창조한 거예요.

원재 그럼 그때 철욱은 뭘 제안했어요? 혹시 오겡끼데스까?
철욱 생각도 안 나요. 자신 있게 가져간 이름이 아니었어요.

  킹스턴 루디스카 최철욱 씨.

원재 스카를 선택한 계기는 뭐예요?
철욱 내가 고른 게 아니고, 스카가 나를 선택한 거죠.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으며 지내다가 스카에 꽂혔어요.

원재 스카의 매력이 있다면?
철욱 리듬 자체는 들썩이면서 신나요. 그런데 그 안에 멜로디가, 신나는 곡도 있지만 슬픈 것도 많아요. 제가 그런 걸 좋아해요.

원재 킹스턴 음악은 점점 신나는 쪽으로 가는 거 같던데.
철욱 그래도 앨범에서 들어보면 뭐랄까, 좀 어둠도 있고 마냥 밝지는 않아요. 그런 것들이 신나는 리듬과 믹스되면 매력 있더라고요. ‘그린데이’ 음악도 슬프게 들을 때가 많아요. 펑크 음악인데 멜로디 진행이 마이너스러운 것, 그런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원재 스카 이면의 슬픔이 좋은 거예요?
철욱 이런 건 좋아하는 부분의 한 부분이고요, 스카라는 틀 안에서 여러 음악을 시도해볼 수 있는 것도 많아요.

원재 크로스오버하기 좋다는 의미인가?
철욱 그렇죠. 작년 10월쯤 상상마당에서 공연할 때도 강산에 형이랑 같이 했었거든요.

원재 락밴드 협연 말고 더 적극적인 크로스오버는 해볼 생각 없어요? 국악이나 재즈팀하고 해봐도 되게 재밌을 거 같은데.
철욱 이번 단독공연 때 레게댄스 하는 분들하고 같이 해요. 단독공연 만큼은 연주는 우리가 하더라도 춤이나 노래는 다른 분이 할 수도 있고, 그런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원재 이상적으로 하고 싶은 공연 있어요? 상상하고 있는 공연이라든가.
철욱 오케스트라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 스카랑 오케스트라가 협연한 이탈리아 밴드가 있는데 정말 멋있더라고요.

원재 다른 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만 가도 스카밴드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좀처럼 스카가 확산되지 않잖아요. 왜 그런지 생각해본 적 있어요?
철욱 사실 밴드를 만들려면 공연장에 가서 연주를 직접 보고 ‘우와~’ 그래야 동기가 생기는데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선배 뮤지션이 없었어요. 윈디시티 베이스의 태국이 형을 비롯해 몇 분이 계시긴 한데 그 형들도 한참 뒤에 시작한 거고. 그리고 악기 편성에 관악기가 들어가다 보니까 관악기 연주자들 중에 스카에 관심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예전엔 관악기를 다 클래식 쪽으로만 생각했잖아요. 요즘은 재즈 부분도 많아지는 추세지만 그런 것들이 약간 늦게 시작되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 시작하면 재즈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스카 쪽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생길 것 같아요. 우리 멤버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고요.

원재 그럼 철욱에게 스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연주자는 누구예요?
철욱 스카에서는 ‘도쿄스카파라다이스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고 막연하게 트럼본을 하고 싶다 생각했어요. 실제로 공연 보고 바로 다음 주에 알바해서 트럼본을 샀어요. 아는 친구가 싸게 준다고 소개해줘서 샀는데 약간 속은 느낌이에요. 완전 썩었었거든요, 악기가.

인디, 그리고 홍대의 변화

원재 스스로 인디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철욱 그렇죠.

원재 인디에서 킹스턴은 좀 메이저 아닌가.
철욱 인디라는 거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는 거 같은데, 가장 안 좋은 생각이 인디는 ‘돈 없으면서 어떻게든 메이저 가 보려고 하는 애들’인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 인디는 인디펜던스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팀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킹스턴도 인디죠.

  문화연대 이원재 활동가

원재 그런 독립적 시스템, 킹스턴은 어떤 걸 갖고 있어요?
철욱 음… 밴드를 우리가 만들었고, 국진이 형(매니저)도 내가 원래 아는 형이었어요. 계약관계라기보다 합주하는데 놀러왔다가 밥 몇 번 사주고 자연스럽게 같이 하면서, 그러니까 그냥 같이 이 음악 알리는 데 초점을 두는 거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거죠. 니네가 이렇게 생산해줘야 우리가 이렇게 팔아먹고 얼마씩 갖고, 그런 데 초점 맞췄으면 같이 못했을 거예요. 지금은 수익이 안 나지만 좋은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볼까, 그리고 오래 하기 위해 어떻게 해볼까, 그런 거부터 고민하고 얘기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킹스턴이 10곡 하면 연주곡이 8곡, 보컬곡 2곡 정도였어요. 우리나라는 연주곡보다 노래를 더 좋아하지만 원래 정통적인 자메이카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당시에는 연주곡을 많이 했죠. 지금도 계속 그런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신경쓰면서 진행하고 있어요.

원재 홍대씬에서 많은 팀들이 레이블 소속으로 가는데 킹스턴은 자체 레이블 갖고 있으면서 다른 레이블에 들어가지 않잖아요. 독립 레이블을 지향하는 이유가 있어요?
철욱 아주 좋은 레이블이 들어오면 처음엔 홍보부분에서 강할 수 있지만 밴드가 좋은 음악을 해야지 인기도 얻고 사람들이 좋아해주거든요. 어떻게 보면 밴드에서 한 8~90%는 음악이 중요하고, 그 나머지가 레이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레이블 역할들을 그냥 각각 제일 잘하거나 관심 있는 멤버가 해요. 자켓 작업이나 영상은 정석이(트럼펫)가 하고, 의상 코디는 석율이(보컬, 퍼커션)가 하고 저는 뒤풀이 장소 섭외하는 식이죠. 그래도 일 진행이 너무 부족하다거나 다른 게 너무 필요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던 거 같아요.

원재 인디뮤지션으로서 어려운 게 있다면?
철욱 인디뮤지션하면 갈라놓는 느낌이 들어요. 인디뮤지션이 아니어도 오히려 그 사람이 인디일 수 있는데, ‘홍대 인디’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게 너무 갈라놓는 느낌이 있어요.

원재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홍대 외에는 ‘씬(scene)’이 없잖아요. 워낙 척박하고 지역은 더 쇠퇴하고 점점 더 없어지고, 그래서 오히려 홍대로 올라오고. 그러다 보니 외국과 다르게 ‘홍대=인디씬’이기도 하고 ‘홍대=주류 마켓’이잖아요. 철욱에게도, 킹스턴에게도 홍대는 중요하고 특별한 공간일 것 같은데, 그 안에서 인디씬에서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어요?
철욱 홍대에만 집중돼 있어요. 음악을 홍대에서만 즐기는 게 아니라 다른 데도 분산돼서 대전도 가고 널리 즐겼으면 좋겠어요. 지방 곳곳에도 클럽이 있고 밴드들이 있고, 그러면 오히려 작은 나라지만 다니면서 음악 홍보도 할 수 있는데 가뜩이나 작은데 모여 있으니 좀 답답해요. 아마 홍대에 있는 클럽이 전국 클럽 수보다 더 많을 걸요.

원재 최근 홍대가 많이 변했잖아요. 홍대문화에 대한 말도 많고 오래 있었던 사람은 너무 상업화 되고 마켓도 엄청나졌다고들 하고. 불과 10년 전, 아니 5년 전과도 달라요. 철욱은 홍대키즈 세대이자 홍대 지역민인데, 보기에 요즘 홍대문화는 어떤 거 같아요?
철욱 제가 마포구에서 자랐어요. 초중고도 다 이 동네에서 나왔고요. 제가 중고등학교 때만 해도 신촌하고 이대에 사람이 그렇게 많았어요. 그런 거 보기 싫으니까 홍대 쪽방에서 몰래 교복입고 술 마시고 그랬거든요. 그땐 홍대가 조용한 의지처 같은 아늑함이 있었는데 지금은 홍대가 더해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걸 뭐라 그럴 수 없지만 일단 저는 사람 많은 걸 안 좋아하거든요. 북적대는 게 싫어요. 사람이 많아지면 상권도 자연스럽게 바뀌더라고요. 예를 들어 주인들이 공부해서 진짜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주던 조그만 커피집들이 어느 순간 싹 공사해서 커피빈 딱 하나로 지어져요. 그렇게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싹싹 사라지는 거예요. 제가 아는 분도 홍대에서 가게를 하는데 얼마 전 주인이 갑자기 세를 5배 정도, 정말 말도 안 되게 올렸대요. 거대 사업주가 나타나서 주인한테 ‘내가 이 돈 줄테니까 지금 세입자 다음 달까지 나가게 해 달라’ 한 거예요. 그렇게 억울하게 나가는 경우가 많대요. 자꾸 그렇게 되면 결국 재미없는 시티가 형성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중심가들 보면 판박이처럼 그렇게 변해왔잖아요. 우리도 홍대 중심가에 공연장이 있지만 요즘 놀 때는 거기서 안 놀게 되요. 연남동, 연희동 같이 조용한 데로 찾아가지. 이러다 점점 밀려서 어디 산으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원재 그 상업화만큼 예술가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는 거 같아요. 미술 쪽도 그렇고 장르를 떠나 이제 홍대에서 못 살겠다고들 하잖아요. 실제로 연구자들 통계를 봐도 많이 떠났고. 그런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음악하긴 어때요? 더 안 좋아졌어요?
철욱 사실 베이스가 탄탄하다가 안 좋아졌음 느끼겠는데 전하고 달라진 게 없는 거 같아요. 10년 동안 큰 발전도 없고. 1000명 오다 500명 오면 차이가 큰데 100명 오다 5~60명 오는 느낌이랄까. 홍대에서 사실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인구는 별로 없어요. 아는 클럽 운영자한테 들은 얘기인데 클럽데이 할 때 오는 사람이 2000명 선이라고 하더라고요. 상상마당에서 큰 규모로 누가 공연하면 그리 다 몰리고, 그럼 다른 덴 사람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20개 정도의 클럽이 하니까 2000명 정도가 20개 클럽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면 된다대요.

원재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 죽음으로 사회적으로 인디뮤지션들이 조명을 많이 받았잖아요. 그런 거 봤을 때는 어떤 생각 들었어요?
철욱 사실 엄청나게 큰 문제인데 경제적 어려움이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 돼버려서 힘없는 우리들이 들고 일어난다고 해도 막막한 거예요. 예를 들면 온라인 음원 판매 같은 경우도 그걸로 돌아오는 돈을 기대를 안 해요. 인디 쪽에서는 특히 판매력도 적고. 사실 단 한곡을 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통신사 쪽에서 다 해 버렸잖아요. 눈치 빠른 놈들 같아요. 이런 시대 올 걸 어떻게 알고. 그래도 아이돌 유명한 가수들은 디지털 음원 내서 수십만 명이 다운받고 몇 억씩 생기는 거 보면 버는 사람은 벌고 못 버는 사람은 기대도 안하는 거 같아요. 그러니 우리는 먹고살라고 행사를 많이 해야 해요.

원재 인디씬에서 음악인 커뮤니티를 만든다거나 홍대 음악인 관련해서 하고 싶은 건 없어요?
철욱 선후배들이랑 같이 술 자주 마셔요. 어떤 사건이 있었을 때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해서 풀어갈 수도 있지만 계속 꿋꿋이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힘이 돼요. 내가 나이도 있고 하니까.

[출처: 문화연대]

원재 홍대에선 원로죠?
철욱 원로 입장에서 가요무대도 준비해야 하고.(웃음) 어떻게 보면 자기 것을 고수하면서 세월을 쌓는 거, 그것을 실천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근데 선배 뮤지션들의 그런 게 많이 없잖아요. 예를 들어, 60년도 발표한 거 갖고 지금까지 활동하는 분들은 많이 없으니까 그게 아쉽죠. ‘AC/DC’ 같은 밴드는 환갑이 지났는데 지금도 세계투어를 다니면 매진되잖아요. 우리나라도 그런 활동 모습을 보이는 선배가 있으면 힘이 될 거 같아요. 그 분이 온 길 자체로 후배들이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보일 테니까.

원재 매니저가 요즘 정기공연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공연은 꼭 단독공연 가져가면서 하겠다, 일 년에 몇 번씩은 꼭 하겠다 하던데, 단독공연 하면 무슨 장점이 있어요?
철욱 아무리 길게 해도 클럽에서는 한 시간 정도밖에 시간이 안 주어지잖아요. 근데 단독공연은 우리가 두 시간 정도의 드라마를 생각하고 공연을 준비할 수 있어요. 그렇게 준비하면서 자체적으로 연출을 다 하니까 그렇게 만들어가는 게 되게 재밌어요. 그리고 30분 공연에서 드라마를 하기는 힘드니까 주로 신나게 가는 공연을 한다면, 단독에서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요.

원재 내부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고민하는 건 뭐예요?
철욱 오히려 갈수록 조금 더 편하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더 잘 보이려는 거 아니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거라 그런 고민이죠. 너무 막연할 수 있는데, 얼마 전에 김바다 형이 트위터에 “정말 좋은 음악은 자기 솔직함을 표현하는 거다. 대중과의 소통을 노력할 게 아니라 나와의 소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쓴, 그 말에 너무 공감했어요. 잘 보이려고 꾸미면 듣는 사람이 알잖아요. 우린 진솔한 얘기를 던져주고 싶어요. 음악 구성으로 보면 단순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쉬워 보여. 어렵게 넣어야 해’가 아니라 단순해도 좋으면 내보일 수 있는 자신감이 필요한 거 같아요. 명곡들은 뽐내지 않잖아요. 렛잇비~ 렛잇비~♬

“사회참여 공연하며 눈물이 날 뻔 했다”

원재 킹스턴이 민중가수들 빼고는 대중음악 쪽에서는 가장 활발하게 사회참여 하는 밴드잖아요.
철욱 그런가요?

원재 촛불집회 때도 그렇고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 행사, 얼마 전엔 원자력 반대 집회에서도 공연했죠.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팀 중 하나인데 피부로 못 느껴요?
철욱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그런 거 같네요.(웃음)

원재 그렇게 사회참여 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철욱 형 만나서 그런 거죠. 하하.

원재 되게 흔쾌히 참여하잖아요. 밴드가 솔로도 아니고 9명이나 되고, 네임밸류가 낮은 밴드도 아닌데 계속 참여하는 계기가 있을 거 같아요. 팀 내에서 세미나를 하나?(웃음)
철욱 어떻게 보면 사람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게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목표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열심히 해야 하는 건데, 사회참여 공연은 그 자체로 메시지가 있는 거 같아요. 사람들이 그날그날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모이는 자리 자체만으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원재 그런 느낌을 받은 게 언제예요?
철욱 거의 밴드 초창기에 마석에서 했던 이주노동자 공연이 너무 좋았어요. 원래 이주노동자 분들한테 관심이 되게 많았었거든요. 제안을 받고 ‘좋은 공연이니까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게 됐는데, 그때 이주노동자 분들께서 막 같이 놀고 춤추고 그러는 걸 보면서 내가 눈물이 날려고 그러더라고요. 음악하면서 이런 보람을 느낄 수가 있구나 하는 체험을 그때 한 거예요. 무대에 있는 사람에게도 보람으로 느껴지고 들으시는 분들도 같이 모여서 웃을 수 있는 공연이었어요. 또 기억나는 게 제주도 시골학교에 가서 주민들한테 공연 보여주고 영화 보여줬던, 그거야 말로 아주 멋진 공연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강정마을에 갔는데 마을을 직접 보고 설명을 들으니까 너무 아깝더라고요. 거기에 미군기지를 만들려고 시멘트로 발라버린다는 게.

원재 나는 킹스턴의 사회참여 공연을 많이 봤는데 그중에서도 베스트로 꼽는 게, 시청광장에서 1박2일로 촛불집회 할 때 킹스턴이 한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만들어 와서 불렀잖아요. 그거 부를 때 되게 찡했어요. 킹스턴은 특히 관심 갖는 사회 이슈가 있어요?
철욱 좌파우파를 나눌 수는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생태 부분만큼은 누구나 다 공감할 거 같아요. 지구가 더러워지는 건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원재 외국 보면 공익활동 관련해서 뮤지션들 파워가 센데 한국은 그런 게 별로 없잖아요. 몇몇 개인 뮤지션의 의식에 의지하는 거지. 킹스턴은 환경문제 걸고 락 페스티발 같은 거 할 계획은 없어요?
철욱 하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우리가 딱 어떻게 해볼까 얘기해본 적은 없어요. 상황이 주어졌을 때 얘기하지 먼저 주도하는 건 약한 거 같아요.

원재 킹스턴이 또 흥미진진한 게 커뮤니티가 되게 많아요. 팬이 그냥 많은 게 아니라 그 안에 축구팀도 있고, 그루핑이 잘 돼 있어요. 발이 넓어서 시민단체들이랑 활동도 많이 하고 홍대씬도 두루두루 친하고. 그런 거 보면 굳이 사회참여가 아니더라도 재밌는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철욱 이제는 그런 거에 대해 고민할 때가 온 거 같아요. 지금까지는 사실 킹스턴 루디스카만 생각하기도 빠듯했는데, 좀 더 생각을 넓혀 가야겠어요.

원재 시민사회단체들에게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어요?
철욱 더 좋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 다 너무 좋더라고요. 주변에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팅 좀…. 농담이고요, 계속 아름다운 사회 만드는 데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요즘 들어 너무 편이 갈라져 있단 느낌이 들어요. ‘보수가 나쁜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 멋있는 보수가 없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멋있게 들었거든요. 진짜 멋있는 보수와 멋진 진보가 같이 만나서 같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출처: 문화연대]

원재 앞으로 올해 꼭 하고 싶은 건 뭐예요?
철욱 올해 안에 3집 음반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곡 쓰는 멤버가 많아서 곡이 지금 많이 있거든요. 1, 2집보다 더 다양한 느낌 드는 앨범을 빨리 내고 싶고, 항상 연습하고 공연하는 일정인데, 그렇게 충실하게 살고 싶어요.

원재 킹스턴 루디스카를 처음 시작한 게 2004년이니까 햇수로 벌써 7년이네요. 철욱의 청춘이 들어간 셈인데,
철욱 ‘5×7=35’니까 제 인생의 5분의 1이네요.

원재 짧은 시간이 아닌 7년 동안 밴드의 가장 큰 변화가 뭐예요?
철욱 처음에 아주 희미한 연필로 이름을 적었다면, 이제 그 이름이 점점 진해지는 거 같아요. 처음엔 지우개로 싹 지워질만한 존재였다면 지금은… 화이트로는 지워야 할 정도?

원재 진해진다고 표현했는데 어떤 것으로 진해지고 싶어요? 킹스턴이 지향하는 자신들의 정체성이나 흔적이 있나?
철욱 우리 음악이 고민이 있거나 머리 복잡할 때 듣는 잠깐의 휴식처가 됐으면 좋겠고 조금 더 의미 있는 가사들을 쓴 곡들은 같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재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 이 음악 꼭 들어봐라 하는 ‘철욱 강추곡’이 있다면?
철욱 ‘등려군’의 ‘월량대표아적심’. 그리고 워낙 유명한 노래인데 Al bano&Romina power의 ‘Tu Soltanto tu’. 제가 되게 좋아하는 노래예요.


인터뷰_이원재
문화운동가. 문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상상력과 지구력의 힘을 믿는다. “새로운 시대를 겨누어 변함없이 날카로운 질문과 실천을 던지는 노장을 꿈꾼다”
정리_김도연 민중언론 참세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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