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아버지인가? 전체주의의 선구자인가?

[신간안내] 『루소-인간 불평등의 발견자』(리오 담로시, 이용철 역, 교양인)

18세기 최고의 독창적 천재로 불리는 장 자크 루소는 이성과 진보의 논리에 반기를 든 문명 비판자였으며, 최초로 불평등의 기원을 탐색하고 인민 주권을 주창한 혁명적 사상가였다. 오로지 독학으로 음악학, 식물학, 정치학, 교육학 등 분야를 넘나들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당대 최고의 학자가 된 진정한 천재였다. 사회의 모든 습속과 집단 정체성에 얽매이기를 거부하고 개성과 주관성을 중시한 진정한 개별자, 신을 믿되 강압적 교리와 원죄설을 거부한 기독교 세계의 반역자였다. 변덕스럽고 자기중심적이며 광기 어린, 규정하기 힘든 성격의 소유자로서 대중성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명성을 두려워한 현대적인 의미의 고독한 스타였다. 자기 삶의 체험을 작품에 담아 대중에게 직접 말을 건 최초의 작가, 자신의 실패와 불안의 원인을 추적하여 자아의 근본적 핵심을 탐구한 정신 분석의 시조였다.

문명과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계몽 사상가들의 분노를 부른 <인간 불평등 기원론>, 반권위주의적 교육론으로 출간 즉시 육아의 바이블이 된 교육학의 고전 <에밀>, 절대왕정의 시대에 ‘인민’의 의지에 따르는 정부를 주창해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회계약론>, 자기 성찰적 자서전이라는 장르를 창안한 <고백록>에 이르기까지 루소는 언제나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본질을 탐구하고 현실의 모순과 부도덕, 불공정에 도전했다.

심리적 관점에서 접근한 새롭고 흥미진진한 루소 전기!

『루소 - 인간 불평등의 발견자』는 근대 최고의 독창적 사상가 장 자크 루소의 심리적 전기이다. 저자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 <학문 예술론>, <사회계약론>, <에밀>, <고백록> 같은 주요 저작은 물론이고 루소가 남긴 편지와 사소한 기록들까지 모든 자료를 꼼꼼히 살피고 심리학적 관점에서 그의 삶과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루소 사상의 숨은 내적 동기를 규명한다.

위트 넘치고 신랄하며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이 책은 루소라는 복잡한 인간과 그의 논쟁적인 사상에 대해 가장 이상적인 안내자가 될 것이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의 재능에 깊이 있는 연구를 더해 루소와 디드로, 달랑베르, 볼테르, 데이비드 흄이 활약했던 18세기 유럽의 정치적․사상적 지형을 더할 수 없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루소가 태어난 지 300년이 지난 21세기 현재에도 우리를 여전히 혼란에 빠뜨리고 난처하게 만들며 한편으로 놀라움과 기쁨을 주는 자유롭고 대담한 통제 불능의 정신을 만난다.

장 자크 루소만큼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상가도 드물다. 루소의 책들은 사람들이 꼼짝도 못할 정도로 매력적일 때조차, 당시나 그 후의 많은 사람들이 모순으로 생각했던 역설로 가득 차 있었다. <사회계약론>에서 루소는 개인 하나하나가 ‘일반의지’에 만족스럽게 통합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주장을 했는데, 이 주장은 근대의 전체주의를 불길하게 예언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 루소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아나키즘의 옹호자인 반면 어떤 사람에게는 국가사회주의 또는 파시즘의 선구자이다. 또 어린아이는 타고난 본성에 따라 자라고 배우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면서 <에밀>에서 모든 것을 다 아는 가정교사가 학생의 반응을 교묘하게 조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순과 갈등에서 탄생한 독창적 사상

작품에서 보이는 역설은 그의 삶을 검토할 때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듯하다. 루소는 출세작인 <학문 예술론>에서 문학을 비난하면서 등단했지만 낭만적인 연애 소설 <신 엘로이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사회적 평등을 지지하는 탁월한 주장을 펼쳤으나 귀족들과 밀접한 친분을 맺었으며 그의 시대에서조차 구식이었던 남존여비의 관점을 지지했다. 가장 심각한 모순은 일종의 교육론인 <에밀>의 저자가 친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버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루소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교육의 이념을 비롯한 그의 철학 모두는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는 지적 사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루소는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귀족들의 후원을 거부하고 가난과 고독을 선택했다. 자신의 신념 때문에 정치적으로 박해를 받은 루소는 많은 후세 사람들로부터 성인으로 추앙받았으며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정부로부터 볼테르와 더불어 ‘프랑스 대혁명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받기도 했다.

루소는 볼테르와 그림 같은 동시대인들에게 이미 위선자라는 비난을 받았고, 이러한 꼬리표는 지금까지도 루소를 따라다닌다. 루소의 아름다운 문장이 역설로 가득 찬 공허한 내용을 은폐하고 있다는 신랄한 평가를 루소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담로시는 사회적․심리학적 분석으로 루소의 사유와 삶에서 나타나는 역설을 하나씩 해명하고, 나아가 루소의 삶과 사상에서 보이는 모순과 역설이야말로 루소 사유의 독창성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루소의 모든 작품을 지탱하는 추진력은 인간의 삶에서 분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모순들을 직시하려는 결단에서 나왔다고 분석한다.

루소는 <에밀>에서 자기 사유의 독창성을 다음과 같이 잘 표현했다. “나는 편견을 지닌 사람이기보다는 차라리 역설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편견이란 어려움 없이 자신이 속한 사회 집단과 잘 지내고 세상살이를 편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정이다. 루소는 왜 우리가 우리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그렇게 힘든지 이해하기 위해서 사회가 우리에게 부여한 가정들의 이면을 살펴보기를 원했다.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삶이 결코 독자들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루소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작품들을 삶의 체험의 직접적인 산물로 생각했다. 거꾸로 말하면 성격과 동기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페이지마다 정열이 불타오르는 그의 위대한 이론적 작품들을 빛나게 한다(19쪽).

담로시는 루소가 평생 동안 자기 내면의 감정과 외부의 사회적 압력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불화를 경험했으며, 거기서 비롯된 숱한 실망과 좌절과 심리적 갈등이 ‘인민의 의지에 따르는 사회 계약’과 ‘자아 정체성에 대한 탐구’ 등 루소의 가장 깊은 통찰을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한다.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귀족 집안의 하인, 비서, 가정교사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루소는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에 깊이 분노했으며 스스로 그 원인을 밝히려 했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과 <사회계약론>의 루소는 그렇게 태어났다. <고백록>에서는 친자식을 고아원에 버린 일을 비롯해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어린 시절의 행적까지 모두 철저히 되짚어 보면서, 자신의 모순되고 분열된 모습 속에서 자아의 진정한 핵심을 찾고자 했다.

한마디로 루소의 삶은 자신이 이룬 성공을 비롯해 자신을 얽매는 사회의 모든 쇠사슬로부터 벗어나려는 투쟁의 연속이었다. 저자는 루소가 저지른 모든 잘못된 결정과 실망에도 불구하고 루소의 삶이야말로 모든 인간에게 삶의 본보기로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상가로서 루소의 유산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그의 글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후대의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그가 삶에서 보였던 본보기였다. 무엇보다도 루소는 의문을 제기하는 성격이었고, 삶이 그에게 준 것처럼 보이는 운명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고, 단순한 성공보다도—그는 성공을 이룬 다음 그것을 거부했다.—더 깊고 넓은 어떤 것을 동경했다. 루소는 쉰 살이 되었을 때 이렇게 썼다. “나는 내 안에서 그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할,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알지는 못했지만 필요성을 느꼈던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향한 마음의 어떤 동경입니다.” 루소는 자신이 보이는 본보기가 그가 자신의 ‘동류(semblables)’라고 부르는 동료 인간들에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나는 그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새로운 시도가 그러한 믿음을 입증하기를 희망한다(19-20쪽).

머리말을 포함해서 본문만 677쪽에 이르는 두터운 책이지만 한 번 펼치면 밤새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차 례

머리말
1장 버림 받은 아이 - “나는 거의 죽어 가는 상태로 태어났다.”
2장 처벌을 갈망하는 소년
- “나는 고통 속에, 심지어 부끄러움 속에도 관능이 섞여 있다는 것을 느꼈다.”
3장 변장한 왕자 - “그 누구도 나를 소유할 수 없었다.”
4장 바랑 부인을 만나다 - “나는 오직 그녀 안에서, 그녀를 위해서만 살았다.”
5장 뿌리 없는 젊은이 - “나는 새로운 낙원을 찾아갈 생각밖에는 없었다.”
6장 쾌락의 집 - “내 자유로운 기질은 아무리 사소한 의무라도 참을 수 없습니다.”
7장 황금 시절의 종말 - “당신은 이제 나의 사랑하는 엄마가 아닌가요?”
8장 파리로 가다 - “저는 제 안에 불행의 원천을 지니고 있습니다.”
9장 베네치아 대사의 비서 - “나는 자랑스럽게 가면을 쓰고 극장에 갑니다.”
10장 비정한 아버지 -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잘못에 대해 통한의 눈물을 쏟으리라.”
11장 디드로, 달랑베르, 콩디야크의 친구 - “나는 나의 질투심 많은 라이벌에게 승리할 것입니다.”
12장 뱅센의 계시 체험 - “나는 다른 세상을 보았고 다른 사람이 되었다.”
13장 《인간 불평등 기원론》 - “나는 노예 상태를 인류의 모든 악의 근원으로서 증오한다.”
14장 제네바의 아들 - “허영심이 뿌리째 뽑힌 내 마음 속에서 가장 고귀한 자부심이 싹텄다.”
15장 레르미타주의 스캔들 - “나는 내가 우상처럼 숭배하는 여성을 타락시킬 수 없습니다.”
16장 볼테르와 맞서다 -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좌우명이다.”
17장 세기의 베스트셀러 《신 엘로이즈》
- “소크라테스는 사상의 산파이고, 당신은 미덕의 산파입니다.”
18장 위험한 책 《에밀》과 《사회계약론》
-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19장 도망 다니는 논쟁가 - “유용한 생각을 할 때마다 교수대가 내 눈앞에 보입니다.”
20장 볼테르의 음모 - “그는 그녀가 낳은 아이들을 고아원 문 앞에 버렸다.”
21장 흄과 함께 런던으로 - “나는 도처에서 함정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22장 《고백록》, 최초의 정신 분석 - “내면으로 눈을 돌리고 당신 자신의 깊은 곳을 바라보라.”
23장 미궁에 갇힌 남자 -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으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려주시오!”
24장 천재의 안식처 - “만약 그가 성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성자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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