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지옥, 탈핵 희망!

[신간안내] 『탈핵-포스트 후쿠시마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김명진 외, 이매진, 2011)

에너지 기후 분야의 진보적 민간 싱크탱크인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기획하고, 김명진, 김현우, 박진희, 유정민, 이정필, 이헌석 등 에너지 환경 분야의 젊은 전문가들이 쓴 『탈핵』은 후쿠시마 사태가 얼마나 위험한 원전 사고인지, 어떻게 원전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지 얘기하는 책이다. 특히 원자력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탈핵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저녁 밥상의 방사능 오염과 출퇴근길 방사능 비를 걱정하며 원전이 왜 위험한지 깨닫게 된 후쿠시마 사태, 그러나 그 깨달음은 일부의 것일 뿐, 여전히 한국 정부는 원전이 좀 위험한 것 같지만 충분히 조심하면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러나 『탈핵』은 얘기한다. 원자력은 조심히 다루며 꼭 같이 가야 할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반드시 퇴출해버려야 하는 최악의 에너지라는 것을, 원자력을 버리고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탈핵 시나리오를, 그리고 우리는 결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안전 No! 위생 No! 비싼 원전 퇴출 시나리오

2차 대전 발발 직전 발견된 핵분열 현상은 미국의 주도 아래 원자탄 개발로 이어지고, 2차 대전이 끝난 뒤 미국과 소련은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신들이 개발한 원자폭탄의 위력에 죄책감을 느끼던 과학자들이 핵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사이, 최초의 상업용 원전인 미국 시핑포트 원전이 1957년 가동을 시작하며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지만, 1970년대 반핵운동의 성장, 오일쇼크,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를 거치며 짧은 호시절은 끝난다.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1979년 이후 신규 원전 주문이 단 한 건도 없을 정도로 원전은 쇠퇴기에 접어들었는데, 왜 한국은 점점 더 ‘원전 공화국’의 위치를 확고히 하려고 할까? 국제 원자력 시장이 쇠퇴하면서 원자력 산업계의 판로가 된 한국은 원자력 기술을 이전 받아 1978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21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다. 원전은 흔히 경제적이고 기후변화의 대안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정부 보조 없이 민간 자본의 투자만으로 건설되는 원전은 없으며, 원자력은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2퍼센트 남짓(2008년 기준)만 떠맡고 있다. 경제적이지도 않고 기후변화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까지 핵 발전 비중을 59퍼센트까지 늘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한 가지 종류의 전원이나 전력 생산에 편중될 경우, 외국에서 전기를 사올 수 없는 ‘섬’나라인 한국은 동일 전력 계통의 이상이 발생하면 국가적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 ‘원전 공화국’ 일본이 핵 발전 비중을 30퍼센트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최소한의 법적 절차도 밟지 않고 관련 정보도 공개되지 않는 속에서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이 막무가내로 진행되고 있다.

탈핵만이 희망이다 - 핵 없는 녹색 사회를 향해

그렇다면 핵 산업계와 관료, 학계, 언론의 카르텔인 이른바 ‘원자력 마피아’가 주도하는 원전 공화국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는 말인가? 전력의 약 30퍼센트를 원전에서 공급받던 독일은 2000년 재생에너지법 제정, 2001년 ‘원자력 합의’ 공표를 통해 탈핵을 위한 수순을 차근차근 밟고 있다. 독일의 재생 에너지 산업은 4대 거대 전력 회사의 전체 고용에 버금가는 고용을 창출하며 독일 수출을 견인하고 있고, 재생 에너지원은 전력 생산에서 18.3퍼센트를 차지해(2010년 기준) 21.7퍼센트인 핵 발전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정치권과 관련 업계의 이해에 따라 주춤하기도 했지만, 독일은 이번 후쿠시마 사태가 일어난 뒤 바로 노후한 핵 발전소 7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2021년을 마지막 핵 발전소 가동 중단으로 잡고 있던 ‘원자력 합의’보다 더 빨리 탈핵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정말 이런 탈핵을 할 수 있을까?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근거로 전력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전력 공급을 계속 늘리지 않고 수요 관리를 통해 전력 소비를 억제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실제로 주요 OECD 국가들은 일인당 GDP가 증가해도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지 않거나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핵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을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충분히 가능하다.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 전력 설비 비중을 93퍼센트로 높인 ‘지속 가능 사회 시나리오’대로 전력 수급 계획을 짜도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어도 한국의 경제 수준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도 감축하는 효과도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 중 태양광은 정부 계획과 달리 2030년까지 전력 소비량의 10퍼센트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량이 상당하다. 현재 진행 중인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핵 발전소의 적정 수명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탈핵 원년은 2030년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탈핵의 첫걸음으로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인 월성 1호기 폐쇄, 수명 연장에 들어간 고리 1호기 폐쇄, 신규 원전 부지 선정 중단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발생 가능한 사고는 언제든 일어나게 돼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핵 발전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지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만큼 위험하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더욱 더 위협하는 것은 에너지 미래와 현재에 관해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관련 업계의 이해에만 좌지우지되는 한국 정부다. 원전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는 폐쇄적이고 편향적인 정보에서 벗어나 에너지 선택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안정적인 오늘의 삶을 위해.

차 례

서문 핵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__이정필
1장 평화로운 핵 이용은 가능한가-핵 에너지 이용의 짧은 역사__김명진
2장 후쿠시마의 교훈과 한국의 에너지 정책__유정민
3장 계속되는 핵 발전소 증설, 축복인가 재앙인가__이헌석
4장 독일은 어떻게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가__박진희
5장 한국 사회의 탈핵 시나리오를 생각한다__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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