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이윤엽의 판화참세상] (35)



작은것이 꼭 아름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여름마다 개피를 빨아먹는 찐드기가 그렇습니다.
자장면이 짜장면인 것처럼
진드기는 찐드기입니다.
모르죠, 진드기와 찐드기는 다른것 인지도요.

누군 찐드기를 가부장제라고도 하는데
가부장제를 검색해보니
가부장제만 나오고 찐드기는 나오지 않는 바람에
몇 번 해보다 말았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찐드기가 왜 징그러운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생긴 건 그냥 검은콩인데 개 몸에 탈싹 붙은 것을 발견하는 사람마다 으악 저게 모야
하고 기겁을 하니 징그러운 건 확실합니다.
특별히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닌데 검은콩은 안 징그럽고 찐드기는 징그러운 건 좀 신기합니다.
딱 보면 생긴 건 정말 똑같은데 말이죠. 검은콩이 개 몸에 달라붙어서일까요.

어쩌면 말이죠, 찐드기의 생각이 보인 건 아닐까요.
찰나에 알지 못하는 어떤 작용으로 찐드기와 교감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오로지 피를 빨아먹겠다는 생각. 그것이 확 징그런운 것 아닐까요.

찐드기는 풀 속에도 있고 땅위에도 있고 아스팔트에도 있습니다.
너무 작고 가벼워 바람을 탈수도 있습니다.
그 작은 진뜨기는 개를 기다립니다.
왜 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개 몸 위에 스멀스멀 올라타고 털을 비집고 목덜미로 겨드랑이로 발고락 사이로 들어가 빨대를 꽂습니다.
풀 씨만했던 찐드기는 점점 금새 콩알만해집니다.
꽉꽉 배를 채우고 제 무게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 커지고 그러다 어느 날 땅으로 뚝 떨어집니다.

햇볕이 뜨거워 오므락 오므락 하지만 몸이 무거워 가까운 그늘로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말라 죽습니다.
그게 끝입니다.
말을 안해 봐서 모르지만 찐드기에게는 사색도 유모도 놀이도 쉬는 시간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불리는 것뿐이고 배불러서 죽습니다.

검은 콩 같은 외모 때문이 아니라 징그러운 건 그런 그의 삶이 어떤 작용으로 확 느껴져서 가 아닐까요.
찐드기는 찐드기여서 그런 삶이 문제는 없지만 사람이 그렇다면 정말 확 징그러운 것 아닐까요.
그게 확 느껴져서 아닐까요.

아니면 말구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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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찐드기

    오로지 피를 빨아먹겠다는 생각, 자신의 몸을 불리다 불리다 배가 불러 죽어버리는 찐드기... 이 크고 추악한 자본의 세상이 고스란히 찐드기 한 마리 속에 녹아 있군요. 암요, 가만히 피를 내어주는 개가 되어서는 아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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