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20세기말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숨져갔던 열사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여의도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실 때, 그 추운 겨울 천막안에서 어머니, 아버지들이 라면을 끓이고 계시더군요. 라면보다 더 많은 약을 드시면서 매일 뜯겨나가는 천막을 붙잡고 422일을 싸우셔서 만들어낸 법안에 의해 제가 마침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을 받고 부당해고와 복직결정까지 갔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감사드린다는 제 인사에 어머니께서는 ‘니들이 꼭 열심히 싸우면 니들 후손들이 혜택을 보고 살겄지’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것은 다 내주고 이 땅 노동자들을 위해 평생을 사셨던 분, 어머니는 그런분이셨습니다. 노동자는 단결해야한다고 늘 강조하셨던 말씀은 어머니 삶에서 나오는 평생의 철학이었고 지혜였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해 죄송하고 송구스런 말씀뿐입니다. 내려가서 뵙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병원에 계실 때만이라도 찾아뵙고자 했던 다짐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기다리시게 한 시간들이 너무 길어, 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질 못하고 그렇게 가셨나 하는 원망도 할 수 없습니다. - 85호크레인에서 보내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추도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