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선언이라는 게 어디쯤에서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한참 전에 길에서 이 문구를 주워서 보았는데 맘에 들었다.
그래서 판에 새겨놓고 천정 벽에 붙여놓고 있다.
난 사실 경동 형이 지금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고 있다.
형이 경향신문사에인가 몇 달 갇혀 지낼 때
서너번 찾아가 담배피고 맥심 커피나 홀짝 거렸지만
지난 얘기나 하고 히히덕거리다 왔다 그랬다.
왜 갇혀서 그러고 있는지 이상하지도 않았다.
그냥 무슨무슨 법이 그랬겠지 했고 더러 기사에서 보아도 그냥그냥 했다.
어쩌구저쩌구 피곤하게 알아보았자 그렇지가 않을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냥 송경동을 구속한 저들과 송경동의 희망이 다른 것이다
저들이 희망하는 것은
식구가 다섯 명인데 다섯 명이 다 비정규직인 것이고
아랫집 아버지가 해고되고 윗집에 아들이 해고되고 내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함이고,
모두 안짤렸다 쳐도 온 가족이 온 마을 사람들이 쌔거빠지게 일해도 잘 살 수가 없는,
그런 걸 희망한다. 그리고 지금이 그런 시대다.
그런 시대에 송경동 시인의 희망은 불법인 것이다.
비정규직 철폐는 불법이다.
해고자 복직 투쟁은 불법이다. 그런 거다.
말이 안되지만 말이다.
도로공사 중에 비가오나 눈이오나 붉은 안전봉을 아래위로 흔들고 있는
안전모를 쓴 마네킹이 우울하다.
주유소나 가게집 앞에서 어서옵쇼를 반복하는 여자 인형이 우울하다.
노동자가 마네킹만큼만 희망하고 살아야 정확히 불법이 아니니 말이다.
생각할 수 있는 게 죄다.
생각하는 노동자와 생각 좀 한 시인이 죄인이다.
날이 차가워졌다.
다친 다리가 아파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세상에 대고 싸지를 때 뿌리처럼 생기는 경동이형 목의 핏대를 좋아한다.
어디에 있든 무엇이든 처량한 세상을 그 핏대는 뚫고 나올 것이다.
아주 짧은 날이면 경동이 형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갇혀서 쓴 시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