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폭력 근절, 구조적 원인 해결 필요”

폭력자체 문제만이 아닌 주거권, 노동권 보장돼야

유성, 한진, 쌍용차, 포이동, 명동 마리, 그리고 용산 참사. 이들의 공통점은 철거, 시설관리 명목으로 투입된 용역 경비업체에 의해 사람에 대한 폭력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용산참사 2주기를 1달여 정도 남겨 놓은 가운데 13일 오후 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는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대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에 나선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철거현장, 노동현장의 용역 폭력 문제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폭력을 막는 것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 구조적인 원인은 다른데 우리는 그동안 맞아서 아프다는 것에만 집중했다”며 용역폭력은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개발현장 용역폭력, 유착이나 불법 문제 아닌 주거권 박탈의 문제”

미류 활동가는 용역폭력이 특정업체나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개발 사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1983년 전두환 정권은 합동재개발 방식을 도입한다. 토지 등 소유자가 토지를 제공하고 건설사가 사업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때부터 철거민들의 싸움은 세입자들에 의해 일어났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그는 “공공에 의한 투자 없이 민간에 의해 주도된 개발은 사업 완료 후 이익이 실현되고, 건설 후 아파트 일반분양분에 의존하는 속도전이었다. 이 때문에 개발 사업에서 철거가 나타났고 강제 이주를 시키는 철거용역업체가 등장했다”며 한국 사회의 철거 용역 기원을 설명했다.

미류 활동가는 용역폭력이 조직폭력배나 경비-철거업체 유착에만 집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용산참사 직후 사적 관계에 왜 경찰이 개입하느냐고 하는 말은 잘못됐다. 경찰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위해 개입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조합이나 소유주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개입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타나는 폭력적 상황의 해결에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용역폭력에 대해 경비업법 개정처럼 근본적인 문제를 유예시킬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며 “주거권의 문제를 확장해 당장 해야만 하는 강제퇴거금지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여러 단체들이 청원 운동을 벌여온 강제퇴거금지법률 제정안은 △강제퇴거금지 △철거현장 폭력행위 금지 △퇴거금지 시기규정 △재정착 권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조 자체를 파괴하는 노동현장의 용역폭력 문제
법률적 대응 넘어선 노동자의 권리문제 부각돼야


노동현장의 용역폭력과 노사관계의 변화를 발제한 엄진령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국장은 “2010년부터 노동현장에 용역폭력이 투입되면서 노사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특히 발레오만도, KEC, 유성기업 등 강한 노조의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노조가 무력화 될 때까지 직장폐쇄를 철회하지 않는 등 노조를 무력화 시키는 시나리오가 작동됐다”며 노동현장의 용역폭력 문제가 기획된 노조 탄압의 일환이었다고 지적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2010년 발레오만도는 일련의 노조 무력화 시도를 진행하다 노조가 일주일 간 잔업거부 등 태업을 하자 곧바로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용역업체를 투입했다. 구미 KEC도 교섭요구안을 거부한 노조의 파업에 용역을 투입해 기숙사의 조합원들을 몰아낸 후 직장폐쇄를 진행했다. 유성기업의 경우도 교섭을 불성실하게 임하며 노조가 파업에 임하자 300여명의 용역경비들을 동원해 극단적 폭력이 발생한 바 있다.

엄진령 조직국장은 “노조파괴에 전문적으로 투입되는 용역이 있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양상이 비슷하다. 공권력은 사용자의 폭력을 방조하고 때로는 공조했다. 사용자가 수십억을 들이면서 노조파괴를 일삼고 인권침해 수준이 심각한데도 노동부나 경찰은 사실상 용인했다”며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공권력의 공조가 노동현장의 용역폭력 문제를 낳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시민들이 깡패 수십 명에게 맞아 부상을 당했다면 사회적 파장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투쟁하는 노동자. 철거민들에게는 차가운 시선”이랄며 “폭력자체의 심각성도 문제가 있지만 노사관계에서 폭력이 사용자에게 어떤 힘을 실어주고. 노동자의 권리를 얼마나 침해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현장의 용역 폭력 근절을 위한 방안으로 임선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사용자의 노동자 폭력 금지 원칙 △사용자의 용역 경비 사용에 대한 규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 △용역 폭력 근절 및 노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 가이드라인 제정을 제안했다. 임 변호사는 “법률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법률적 대응과 더불어 노사관계에서 약자인 노동자들이 본질적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비용역업 금지, 용역허가제 등 새로운 상상력으로 용역폭력 근절

객석에서도 용역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직장폐쇄와 용역폭력을 직접 경험한 유성기업 조합원 A 씨는 “대책 마련 토론회인데 와보니까 막상 답답하다. 현장에서 용역에 대한 대응할 방법이 없다. 경찰관까지도 협조가 잘 이루어져 맞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깡패들은 쓰지 말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치에서 약자들이 눌리지 않는, 대항해 싸울 수 있는 사회적 법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용역업체의 폭력에도 대항할 수 없는 노동자의 답답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노조는 파업 한 번 하기 위해 여러 절차를 걸쳐야 하지만 사용자는 직장폐쇄를 노동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직장폐쇄가 위법하다는 판결은 이후 노조가 그 증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2009년 경찰은 정리해고로 공장점거를 했던 쌍용자동차노조에 대해 용역업체 직원들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유성기업 조합원 B 씨는 “노동자의 힘이 약한데 용역폭력 근절을 노사합의를 통해 이루기는 어렵다. 민주노총, 산별노조가 움직이고 오늘을 시작으로 중앙차원에서 대안들을 만들어 나가는 자리가 되자”고 제안했다.

전국철거민연합 회원들은 “용역업체 자체를 금지하는 게 어떻냐. 아니면 용역업체 직원에 대한 허가제도를 만들어 누가 폭력을 행사 하는지 아는 것만 해도 좋겠다. 또, 용역업체의 폭력을 무시하는 경찰의 직무유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 마련도 시급하다”며 여러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재)4.9통일평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용역폭력근절을위한정책대안마련프로젝트는 이날 토론회를 바탕으로 용역폭력 근절의 구체적 방안 모색에 나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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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퇴거금지 , 용역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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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ossss

    남폭력 애기하기 이전에 노동운동 한답시고 휘두루는 폭력부터 근절해야 한다. 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 나무란다고 이런 기사 보면 참 신결질 난다

  • woossss

    남폭력 애기하기 이전에 노동운동 한답시고 휘두루는 폭력부터 근절해야 한다. 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 나무란다고 이런 기사 보면 참 신결질 난다

  • 이승삼

    1%의 힘을 키워주면서 99%를 1%의 횡포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 아닌가 1%의 힘을 키워주면서 1%안에 종속되 99%가 고통하게 하는 정권이라면 ㅠㅠ 국회는 법을 만드는 기관으로서 1%에 득되는 법만을 양산한다면 99%는 고통할 수 밖에 없잖은가

  • ya..C

    노동운동이 폭력이라는 무식한 사람이 아직까지 있다니...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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