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번 희망 뚜벅이 ‘유아’를 만나세요

[발가락이 쓴다](6) 재능교육에서 쌍용차까지, 뚜벅이 여섯째 날

재능교육에서 쌍용자동차까지 지름길을 피해 이리저리 둘러 걸어다니는 희망 뚜벅이들에게는 고유번호가 있다. 희망 뚜벅이에 참여하면 꽃분홍 몸자보와 함께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버튼을 받는다. 버튼에는 뚜벅이의 고유번호가 주어진다.

희망 뚜벅이 69번은 문화연대 활동가 신유아다. 신유아를 만나려면 절망의 눈물이 가득한 곳을 찾아가면 된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현장, 노동자가 쫓겨난 일터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신유아를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그는 무대 위에 서지 않는다. 늘 무대 뒤편에서 출연자를 챙기고 행사에 필요한 이러저러한 비품들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출처: 오도엽]

지난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선 희망버스의 시즌2인 희망 발걸음에도 신유아의 땀이 가득하다. 희망 뚜벅이 여섯째 날, 신유아가 바빠졌다. 저녁 행사로 예정되었던 불교계 주최 법회가 갑작스레 취소가 되었다. 긴급히 문화제를 준비해야 했다. 문화제까지 남은 시간은 채 다섯 시간이 안 된다. 뚜벅이들과 행진하는 신유아의 전화기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문화제에 함께 할 가수들에게 전화를 걸지만 일정이 비어있는 이를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신유아가 꽃분홍 희망 뚜벅이를 입고 방송차 바로 뒤에서 걷는 모습을 보면 피로가 가시고 기운이 넘친다. 그의 발바닥은 땅에 닿지 않고 살풋살풋 떠다니는 것 같다. 어깨는 항상 들썩들썩 어깨춤을 춘다.

희망 뚜벅이에는 이처럼 다양한 이들이 모여서 걸어간다. ‘삼순이 아빠’로 알려진 탤런트 맹봉학은 응원단장을 자처하고 나섰다. 촬영 스케줄이 없으면 여지없이 뚜벅이와 함께 걷고 먹고 잔다. 시민들이 지나갈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손나팔을 만들어“시민 여러분! 잠시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하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선전 작업을 한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이창근은 쉼 없이 트위터를 통해 희망 뚜벅이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기타를 매고 달려온 가수 박준, 이씬이 있고, 몸짓패 ‘들꽃’도 있다. 희망 뚜벅이의 행진은 집회나 시위라기보다는 잔치판과 같다. 처음 온 이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악수하며, 열 걸음만 걸으면 ‘동지’가 된다.

[출처: 오도엽]

여섯째 날 출발은 부평의 대우자동차판매다. 부평역, 동수역, 간석오거리를 거쳐 인청시청 앞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간석오거리에서 함께 전국철거민연합 시민들과 함께 인천시청 앞에서 도화동 철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뒤 남동구청을 향해 갔다. 그곳에는 부당한 해고에 맞서서 저항하고 있는 ‘남동구 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재 석 주째 투쟁을 하고 있단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는 가사가 적힌 종이를 펼친 채 팔뚝질을 한다. 이들이 투쟁가를 외우기 전에 일터에서 행복하게 일했으면 참, 좋겠다.

인천터미널까지 행진 한 뚜벅이들은 지하철 선전전을 하며 숙소인 대우자동차판매로 돌아가 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69번 신유아의 호출을 받고 달려온 ‘노동비보이’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박수와 함성이 글을 쓰고 있는 노트북을 춤추게 한다. 맞다. 투쟁은 웃으며 신나게 하는 것이다.

[출처: 오도엽]

발바닥이 정말 아프다. 다행히 내일은 행진 대신 콜트악기 부평공장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한다. 오후 4시에 열린다. 많은 이들이 달집을 태우며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대보름달을 보며 기원했으면 바란다.

숙소 바깥에는 진보신당 밥차가 저녁식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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