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투쟁, 언론사유화 맞선 부산일보, 국민일보 노조

국민일보 창간 이후 조용기 일가 사장직 85% 독점

56회 신문의 날을 맞아 국민일보, 부산일보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의 사유화를 중단하고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회복할 것을 촉구했다.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은 “우리 사회 언론, 신문의 문제는 결국 소유구조의 문제”라면서 “사장들의 행태 하나, 하나를 바꾸는데 그치지 않는 근본적 대전환의 투쟁이 필요”하다고 말해 언론사 소유구조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최근 MBC를 필두로 한 방송사들의 연쇄파업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지만, 국민일보와 부산일보 양 신문사의 파업은 그보다 먼저 시작됐다. 이 두 신문사 노조의 싸움은 정권에 의한 사장선임에 반발하는 방송사와는 달리, 오랫동안 지속돼온 신문사 소유주, 소유구조와의 싸움이다.

부산일보 - “정수재단의 실 소유주는 박근혜”

부산일보 노조는 ‘편집권 독립’과 ‘정수재단’ 사회환원을 주장하며 투쟁을 계속해오고 있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 신문에 “유력 대권 후보인 박 전 대표가 정치무대에 나선 만큼 신문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박 전 대표가 이사장으로 있었던 정수재단과의 완전한 분리가 필수적”이라며 부산일보 소유주인 정수재단의 사회 환원과 사장추천제를 요구하는 기사를 실었다. 또 이 같은 주장을 펼치던 노조위원장을 해임하고 편집국장을 징계했다는 기사 역시 함께 게재했다. 이에 부산일보 사측은 발행을 중단하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부산지역 최대 신문인 부산일보는 ‘정수재단’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정수재단의 전신은 부산지역의 기업인인 김지태씨가 창립한 ‘부일장학회’다. 부일장학회는 516 군사쿠데타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지태씨의 헌납을 받아 ‘516 장학회’로 개칭한 이후, 82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을 따 현재의 정수재단으로 개칭됐다. 그러나 2005년 부일장학회의 헌납은 정권의 강압에 의한 ‘강탈’이었음이 과거사진실규명위를 통해 드러났다. 현재 정수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 ‘큰 영애’(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공보담당관을 지냈던 최필립 이사장이 맡고 있다.


부산일보 노조의 추준호 부위원장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거듭 자신과 정수장학회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말로 관련이 없다면 왜 최필립 이사장은 박근혜 관련기사에 신문발행까지 중단해야 했는가”라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정수재단의 실질적 주인임을 주장했다.

그는 또 “정수재단의 운영 역시 투명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일보는 10년 넘게 적자를 내면서도 해마다 8억 원을 정수재단에 기부했다. 그 돈으로 정수재단은 박정희 기념사업을 하고 회사에 출근도 잘 하지 않는 최필립 이사장은 꼬박꼬박 2억이 넘는 고액연봉을 받아갔다”고 꼬집었다. 그는 “부산일보가 이처럼 부산일보에 발목이 잡혀 편집권 독립을 이루지 못하면 공정한 언론, 지속가능한 기업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 사장 자격이 안 되서 회장승진

6일로 파업 106일째를 맞는 국민일보의 파업은 2001년 CBS노조의 267일 파업 이후 가장 긴 언론사 파업이다.

국민일보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교인들의 헌금으로 1988년 창간했다. 그러나 국민일보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순복음 교회의 원로목사이자 국민일보 명예회장인 조용기 목사와 그의 일가라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조용기 목사의 동생, 큰아들, 작은아들, 사돈이 사장으로 역임했던 기간이 창간 이후 85%에 이른다. 나머지 기간도 조용기 목사의 신임을 얻은 이들이 사장직에 올랐었다. 조 목사는 국민일보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 달까지 국민일보 사장직을 맡았던 조민제 사장도 사장자격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다. 현행 신문법은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자만 신문사 사장에 취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민제씨는 미국 시민권자다. 이에 서울시는 3월 12일 “(조민제) 대표이사가 미합중국인인 것은 신문법 제13조 위반”이라며 “국민일보에서는 위법사항에 대해 조속히 시정조치를 하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이후 조민제 사장은 국민일보 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임 사장으로는 논설실장이 임명됐다. 이에 노조는 김성기 대표이사에 대해 “국민일보의 경영권과 편집권을 여전히 조 사장의 영향력 하에 두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상운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은 “부산일보와 국민일보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가, 부산일보는 공익법인이라는 국민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지만 실상은 박근혜, 조용기라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민일보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조용기를 버릴 수 있는 용기를 내야만 한다”고 말하며 소유구조의 개선만이 편집권 독립의 기본임을 강조했다.

신문통신노조협의회 의장인 이송 언론노조 경인일보 지부장도 기자회견 전날 열린 ‘신문의 위기’포럼의 내용을 언급하며 신문사 소유와 편집권의 유착이 신문의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 싸움은 국민일보와 부산일보만의 싸움이 아니”라고 말하며 “신문사의 사유화를 막고 편집권을 쟁취하는 싸움에 이겨야만 언론의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역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싸움을 “신문을 사유화하고 있는 실소유주를 상대로 언론의 독립을 요구하는 싸움”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신문 발전의 걸림돌이며, 언론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훼손한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박근혜와 조용기, 두 사람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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