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비주류, “경기동부 문제 봉합 말고 혁신해야”

비주류 토론회 개최...“야권연대는 특정 정파 자리 나누기였다”

통합진보당 비주류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4.11 총선 과정에서 경기동부연합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 그룹이 보여준 당내 패권주의와 당내 부정선거 문제, 노동정치의 실종 등을 놓고 비주류 세력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선 경기동부연합의 패권주의 청산과 진보정치의 혁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다가올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패권 청산과 혁신보다는 부정선거 문제 등을 적당히 봉합하고 화합과 통합을 위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통합진보당 내 비주류 당원들의 모임인 노동중심의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사람들(노진사), 소통과 혁신연구소, 자주평등연구회는 27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총선 패배의 교훈과 반격을 위한 성찰’ - 4.11총선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지난 주 당내 비주류 인사들과 4.11 총선에 후보를 낸 민주노총 산별연맹 관계자들이 모여 당을 혁신해 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송재영, “부정선거, 상식 벗어나면 비례후보 사퇴 결단해야”

토론회 기조 발제를 맡은 송재영 노진사 기획단장(4.11 총선 통합진보당 군포 예비후보)은 “4.11총선은 한국 최초로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이루자는 획기적 열망이 좌절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 만드는 다양한 입법 활동 등으로 당이 역동적으로 갈 기회를 잃었다. 총선은 패배”라며 “정파 패권주의에 따른 오만과 독선의 결과였다”고 진단했다.

송재영 기획단장은 “당 지도부의 야권연대 협상은 특정 정파가 주도하는 정파 자리 나누기였다”며 “양당 지지율 차이가 10배 이상 나는 곳이 많았는데도 당명을 넣고서 단일화여론조사를 하는 경선 방식은 후보자들에게는 명예살인으로 다가왔다”고 비판했다. 송재영 단장은 이어 “당 지도부는 성남중원을 무공천 지역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른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그렇게 야권연대 협상은 특정 정파가 특정지역을 단수 후보지역으로 확보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 파행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비례대표는 개방형이든 일반명부든 그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없이 특정 정파 사람과 특정 후보가 권력에 진입하도록 이번에 한자리를 줘야겠다는 식의 비례대표가 됐다”며 “이렇게 정파에게 자리를 안배하고 특정인물을 진입시키는 식으로 비민주적이고 정파특권주의로 가면 대중정당으로 갈 수가 없다. 모든 당원과 국민이 판단하고 정확히 평가와 비판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송재영 기획단장은 당내 부정선거 진상조사를 놓고도 강도 높은 결단을 주문했다. 송재영 단장은 “당 지도부가 부정투표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미루고 대충 실무자나 책임지게 하는 순간 분열과 혼란은 가속되고 정상적인 당권 선거는 어렵게 된다”며 “사과와 처벌을 선행하고, 선거 부정이 국민 상식선에서 이탈했다고 판단되면 비례후보를 사퇴시키는 정도의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경기동부연합 문제를 두고는 “경기동부연합 문제는 다 투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단순히 진영논리로 조중동에 불리한 여론을 팔아먹는다는 식으로 말할 시대는 지났다”며 “경기동부든 당권파라 부르든 당을 장기집권하고 당 체계와 재정까지 다 장악했던 장기독점 체제에 대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얘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적 정당이라면서 정치적으로 책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사무총장만 봐도 지난 10년 동안 김선동, 오병윤, 장원섭으로 권력독점 체제가 장기화했기 때문에 앞으로 정파 척결 선언과 사과, 척결을 위한 실천 프로그램을 제시해서, 완전히 투명하고 민주적인 대중정당 만들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번째 기조 발제자로 나온 하부영 울산혁신네트워크 대표는 “통합진보당이 13석이면 최대성과를 낸 것은 맞다. 그런데도 승리라고 평가를 하지 못하는 것은 특정 정파의 승리일 뿐”이라며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에 최대 목표를 두면서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했지만 선거 과정에 노동자가 있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로 나온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청년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조성주 선거본부는 선거인명부 유출문제나 핸드폰 인증 문제, 소스코드 변경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 제기를 했지만 ‘왜 당에 대한 신뢰가 없느냐’는 답변만 왔다”고 지적했다.

권태홍, “정파가 조직논리에 머무르면 당은 소수 위한 네트워크 수단”

권태홍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전 국민참여당 사무총장)은 “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내부 정파가 지역이름으로 갈리는지 모르지만 이는 정말 진보적이지 않다”며 “정파는 사상과 가치, 문화, 행태, 비전이 내용이 되어야 하고 그럴 때 정파의 정책결정이 시너지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권태홍 위원은 “정파가 사상과 비전이 없이 조직논리에 머무르는 순간 당은 자기조직과 소수를 위한 네트워크 수단이 된다”며 “당과 대중단체의 관계에서 대중은 이용대상이 되고, 끝없이 돈 내고 표를 달라는 이상은 안된다. 정파 문제는 민주주의 현주소를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권태홍 위원은 또한 “국민참여당에서 통합진보당에 와보니 진보가 진보가 아니더라”며 “참여당 당원들은 현실 변화를 깊이 갈구하며 시장만능주의를 배격하고 소수에 목마른 사람들이었다. 신자유주의자들이라고 욕을 먹으면서 당원들은 악착같이 참았고 통합진보당을 통해 변화의 희망을 만들자는 열망이 있었다. 그런데 와서보니 진보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권 위원은 이어 “진보는 현실의 변화를 만들어야 진보인데 어떤 변화를 하려는지는 없고 너무 작은 이해관계들에 집착해 있다”며 “당권파를 비판하는 그룹조차도 이 당의 운영시스템의 후진성을 문제제기하는 것을 못 봤고, 비례투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는지도 모르겠다. 국민의 눈높이 보다도 부족한 당이 어떻게 진보로 국민에게 인정을 받느냐”고 반문했다.

권태홍 위원은 “참여당계열 당원들은 전당대회까지 지켜보겠다는 태도”라고 전하고 “당이 소수정파의 이해관계에서 마음을 빼고 생산적 가치 경쟁에 노력하고 최소한 현대적 운영시스템을 통한 운영의 투명화, 문화의 개방성, 인물을 키우는 사람 중심성 문제가 당의 심각한 과제“라고 제안했다.

김형탁 통합진보당 과천의왕 예비후보(전 진보신당 사무총장)는 “통합진보당이 독자적 승리를 목표로 했는지도 의문”이라며 “야권연대에서 이번 총선 승리의 주역은 민주당이고 민주당의 승리가 통합진보당의 승리였다. 궁극적으로 총선에서 패배했는데도 그 실패에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탁 전 예비후보는 “민주당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나 한미FTA 문제를 철저히 반성했다면 다른 모습으로 국민에 다가 갔을 것”이라며 “국민의 눈에는 야권이 제기하는 이슈가 안 보이고 야권의 태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어떻게든 태도를 바꿨지만 야권은 통합이라는 착시효과에만 갇혀 전혀 혁신하지 못한 것이 총선 패배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창희, “패권에 대한 청산 없는 혁신은 불가능”
“화합과 통합의 지도부 구성은 혁신하지 말자는 것”



김창희 통합진보당 남양주 위원장은 야권연대 협상과정과 선거 평가에 대한 당권파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창희 위원장은 “이번 야권연대의 실패는 지역근거지로 이어지는 대선뿐만 아니라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되풀이되는 후유증으로 올 것”이라며 “모두가 실패했다고 평가하는데도 지난 16일 당선자 대회에서 한 당선자는 ‘당 의원 숫자가 20%나 늘어난 것은 이명박에 대한 심판결과’라고 했다. 이것이 당권파의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김창희 위원장은 “이선 선거는 경기동부 연합의 승리이지 통합진보당의 승리가 아닌데도, 정파의 승리를 당의 승리로 왜곡하는 당권파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창희 위원장은 “이미 1년 전인 구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야권통합이나 야권연대 얘기가 나오면 어느 지역을 양보받을지에 대한 얘기가 파다했다”며 “결국 민주당에 ‘우리는 180명 후보를 낼 테니까 너희들 몇 개 양보해 줄래?’ 같은 협상이 됐다. 송재영, 김형탁, 김창현 같은 용퇴를 쉽게 안 할 사람들을 위한 용도로 쓴 게 여론조사 경선이고, 당권파에 밀려 평생 진보정치에 몸을 바친 모 중진 후보는 눈물을 머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김창희 위원장의 비판은 당권 선거 과정으로 이어졌다. 김창희 위원장은 “당이 이 지경으로 가는 절체절명의 상황인데도 당이 깨지지 않도록 수습을 위해 소위 화합과 통합의 길로 가자는 분들이 있다”며 “화합과 통합은 말이 좋지 혁신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창희 위원장은 “지난 4-5년 동안의 패권에 대한 청산 없는 혁신은 단 한 발짝도 진도를 낼 수없다”며 “지난 당권파의 패권에 대한 당원과 국민의 심판이 있어야 패권은 다시 되풀이되지 않고, 진보정치의 혁신이 이뤄진다. 좋게좋게 봉합하며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대표, 최고위원 경선을 앞둔 이날 토론회는 많은 사람이 찾았고, 활발한 질문과 의견이 나왔다. 노세극 전 안산예비후보는 “오늘 모인 분들이라도 더 넓혀서 집단적으로 성명서라도 내고, 당내 여론을 만들어보자”며 “당대표와 최고위 선거도 있는데 사람이 바뀌어야한다. 대표 한 번 제대로 세워보자. 비주류들이 단결해서 당의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숙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은 “누가 당권을 잡든 이제는 함께 가는 지도부여야 한다”며 “선수들만의 당이 됐다. 앞에 계신 분들은 저희 연맹보다 당원이 훨씬 적지만 당의 정보를 많이 안다. 아래로 부터 국민의 소박한 요구를 이뤄낼 당을 준비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최규엽 전 새세상연구소장은 “현재 구조에선 누가 당권을 잡아도 당보다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당헌당규로 정파를 규제하고 투명화해야 한다. 당헌당규를 개정해 자기 서클주의를 청산할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규엽 전 소장은 “지난 총선을 복기해보니 야권연대 협상에서 전략지역에 치중하기 보다는 원샷 경선이 당을 살리는데 낫지 않았나 판단한다. 힘내고 통합진보당을 살려보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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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희씨는

    같이 반성해야 안됨? 최규엽씨도 뭐....

  • 노동자

    반격을 위한 성찰,대토론회
    -사회개혁투쟁-정권교체

  • 좋은기사

    조목조목 맞는 말들만 하시는 토론자 분들!! 이들이 통진당의 희망일진데, 통진당은 어떤 선택을 할지..

    알고보니 국참당 욕할 게 아니었습니다.

    국참당과 합당한다고 욕 많이 했는데, 실상은 국참당이 더 진보적이었습니다.

    통진당은 상식/비상식의 관점에서 청산해야 할 것들이 많다.

    통진당이 민주당보다 정당 운영면에서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끝임없이 언론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민주당보다 통진당이 이번 비례대표 선출만 하더라도 공정하고 투명했다고 할 수 있을까?

    정당 민주화 면에선 통진당이 낫다고 생각하고 자부심도 갖고 있었는데, 최근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 사실 혼란스럽습니다.

    민주노동당 시설부터 이어져온 특정집단의 권력독점식 운영이 합당 이후 더 심화된 것일까요?

    아니면 통합이후 전에 없던 당내 다른 견제세력의 등장으로 쉬쉬했던 사실들이 대중에게 밝혀지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상황에서 "통진당 욕하면 조중동과 한편이다"하는 식의 논리는 개혁을 가로막는 핑계에 불과하다.

    진보의 발전을 위해 국민 일반의 눈높이에서 출발해야!!

    그런 눈높이를 가진 건강한 분들이 다수가 되길!

    홧팅!!

  • 좋은기사(운동권 후배로서)

    국참당 전 사무총장님의 다음 토론회 말,

    “당이 소수정파의 이해관계에서 마음을 빼고 생산적 가치 경쟁에 노력하고 최소한 현대적 운영시스템을 통한 운영의 투명화, 문화의 개방성, 인물을 키우는 사람 중심성 문제가 당의 심각한 과제“

    이 말이 가장 절실하게 들렸다.

    “당이 소수정파의 이해관계에서 마음을 빼고 생산적 가치 경쟁에 노력"

    이것이 어려운 일입니까!!!!!!!!

    이 분의 이런 비판,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마음이 답답합니다.

    아직 통진당 멤버쉽을 갖고 있기에 그런 것일까요?

    속시원하게 비판하지 못해, 조소하고 그렇게 하지 못해 그런 것일까..

    문제의 핵심을 지적한 말을 들으니, 정말 마음이 갑갑해지고, "아 이대론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배님들!! 이 댓글을 볼지 모르나, 훌륭하신 선배분들이 많은 당인데, 왜 이런 상식 수준의 말을 들으며 제가 절망감을 느껴야 하는 것입니까?

    답변해주십시오!

  • 노동자

    통합진보당을 다른말로 표현하면
    전화위복당,
    좋게 말하면 나중에 공격받을 것 지금 정리하고 가면 더욱 좋고
    없는 것을 있다고 해서도 안되고
    있는 것을 없다고 해서도 안된다.
    그럼으로 통합진보당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모두가 안된다.안된다 했는데 목표는 안됐지만
    참 좋아졌다.
    앞으로도 안된다 안된다 더욱 안된다 할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좋아지는 전화위복당 통합진보당

  • 자민통

    모두들 경기동부만 때리고 있는데 잘 못 짚어도 한참 잘 못 짚은 것입니다. 경기동부는 그냥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쎄다는 거고 나머지 연합은 아무것도 아닌게 아닙니다. 오히려 경기동부연합이 우산이 되어 집중적으로 방어하는 덕분에 나머지는 시간도 벌고 포화도 빗겨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합의 전횡은 어디나 다 있습니다. 아주 못된 그들만의 패거리 집단 방식이죠~ 어쨓던 거런 것도 하나의 집단 문화입니다. 아주 나쁜 것이기는 하지만요~ 확언컨데 당에서 이번에 이런 잘못된 종파주의적 행태를 절대 뿌리 뽑지 못합니다. 그들은 도마뱀 같기도 해서 아차하면 꼬리를 자르고 몸통은 보호하는 천재적인 습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이 코너에 몰리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것은 일반 당원들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절대 그들을 해산 시킬 수도 없을 뿐더러 외부의 힘에 해산당할 조직은 더더욱 아닙니다. 단 한가지 핵심 회의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아니, 그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제껏 어떻게 이길을 닦았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단 말입니까? 그들에겐 죽기보다 싫은 일이죠~ 실체를 인정하고 가야 합니다. 대가리 들이 방향을 틀지 않는데 꼬리가 뭔 수로 길을 인도 합니까? 현합찌질이들 대단히 무서운 자들입니다. 자본이나 수구쪽에서 상당히 좋아하죠~ 단순무식하고 고만고만해서 갖고 놀기 아주 좋은 장난감 같은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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