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상봉 교수는 지난 2일 연세대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출간기념 공개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상봉 교수의 저서인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는 기업을 내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자본주의에 철학의 메스를 가한 책이다.
그는 이 같은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국가와 자본주의를 어떻게 지양하고 해체해야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해왔다”며 “기업에 의해 해체되고 있는 국가를 어떻게 인간적인 방식으로 재구성할 것인가는 우리 시대 절실한 과제”라고 천명했던 함석헌 선생의 말을 인용했다.
김 교수는 경제학의 영역인 기업에 다른 학문이 아닌 철학이 비판의 칼날을 든 것과 관련해서는 “철학은 원래부터 총체성, 보편성의 학문이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 역시 철학의 탐구 영역”이라며 “오히려 현재 경제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철학이야말로 현실과 유리된 무가치한 학문”이라고 주장했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기업 관련 학문, 즉 경제, 경영학, 법학에 대한 비판도 덧붙였다. 그는 “상법 또는 회사법 연구하는 법학자들이 경영권을 학문으로 논할 때 실정법을 넘어서지 못하며, 기업이론이라 말할 수 있는 경영학은 자본주의를 견인하는 기업을 진보적 관점에서 낱낱이 해체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자본가가 어떻게 하면 자본의 출정을 위해 조직 관리를 잘할 수 있는가를 논하는 반동적인 학문이 되었다”고 탄식했다.
김상봉 교수에 따르면 주식회사라는 존재는 사물이 아니라 인간의 생산 공동체이다. 사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이 있을 수 없고, 대표만 있을 수 있다. 대표는 ‘소유’가 아닌 ‘활동’을 대표해야 하며 기업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노동자이므로 노동자가 대표가 돼야 한다. 이것이 그가 ‘노동자 경영권’을 주장하는 논리적 배경이다. 그는 “지금처럼 사물(주식,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경영권을 갖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노동자 경영권을 통해 “주식회사의 활동과 주식회사의 대표성 사이의 논리적 괴리를 해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어 그는 “지금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렇게 바뀌는 순간 주식회사는 모두 작은 공화국, 아테네와 같은 폴리스가 될 것”이며 “이것이 자본주의를 피 흘리지 않고 넘어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고 노동자가 자기 노동 활동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노동자가 경영권을 가졌을 경우 사람들이 갖게 될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런 염려를, 왕을 없애고 공화국 만들자고 했을 때 안 했겠나. ‘이 무식한 농민, 노동자들에게 투표권 주면 그 놈들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지 알 수 있냐’는 말을, 그 당시 왕권신수설을 옹호했던 사람들이 안 했겠냐”며 “하지만 오늘 우리는 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다”고 간단히 반박했다.
김 교수는 강연 도중 사회주의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 극복은 불가능하다는 말로 좌중을 사로잡기도 했다. 그는 “역사에서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단절은 없다. 맑스조차 자본주의의 생산성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자본주의에 대해 챙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갖고 토론해야 한다. 이 책이 그 토론의 출발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이 같은 ‘노동자 경영권’이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략전술로 사용되길 바랐다. 김상봉 교수는 “이제까지는 노동자들이 투쟁할 때, 경영권을 인정해주고 나서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요구했으나 이제 복수노조 시행으로 그마저 불가능해졌다”며 “노동운동이 살기 위해 경영권 자체를 운동의 투쟁 의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노동운동에서 노동자 경영권을 위한 투쟁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 차
머리말
1. 바보같은 물음
-사장을 노동자가 뽑으면 안 되는가?
물음의 시작
기업이 된 국가
자유로운 시민, 예속된 노동자
국가보다 더 커져버린 기업
만남이 성장해 온 역사
기업을 폴리스(polis)로
노동자에 의한 잉여가치의 관리
세 가지 변화
시장과 자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에서
2. 자유와 소유 그리고 권력
-근본 개념들의 새로운 규정
다른 사람들의 의견
자유와 소유
사람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권력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경영권은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3. 주식회사의 소유권과 경영권
-주식회사의 네 가지 고유성에 대하여
주식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식회사의 법인격
보론: 법인 본질론에 대하여
주주의 유한책임
주식양도 자유의 원칙
소유와 경영의 분리
4. 주식회사의 다양한 변이들
-나라별 주식회사의 지배구조
독일의 주식회사 지배구조
미국의 주식회사 지배구조
한국의 재벌 기업 지배구조
일본의 재벌해체
다음으로 건너감
5. 주주에겐 배당금을 노동자에겐 경영권을
-노동자 경영권의 근거에 대한 철학적 성찰
실정법의 혼란과 주주 경영권의 불가능성
기업과 기업경영
칸트와 유기체의 개념
기업 조직과 서로주체성의 이념
주주와 노동자의 만남
실천을 위한 순서
6.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맺음말
상상력과 의지를 위한 간단한 준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