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족발 먹으러 전국노동자대회에 간다

[식물성 투쟁의지](21) 전국현장글쓰기모임 해방글터 동인들에게

"지금 총 들고 싸울 사람 없다
세상을 저격하는 사람들이 해방글터 동인들이다" - 김영철 시인


총신대역 태평백화점 앞에서
노점 하며 족발 팔아 딸 아들 시집 장가보낸 김영철 형님은
전국노동자대회 때마다 족발과 새우젓, 형수님의 해남 손맛이 밴 갓김치를 한 아름 싸옵니다

영철 형님과 형수님은 족발과 갓김치를 싸면서
동지들이 족발처럼, 갓김치처럼 그리웠을 겁니다
족발 한 점에 갓김치 한 잎,
맛나게 먹는 동지들이 보고 싶었을 겁니다
보고 싶은 사람이 없는 세상은 이미 쫑난 세상입니다
우리는 족발 먹으러 전국노동자대회에 갑니다

우리는 노점상이었고 건설노동자였으며 하청노동자였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였습니다
우리는 열사투쟁 속에서 머리띠를 묶었고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철폐 투쟁 속에서 평등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키웠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들, 서로가 자랑스러웠던 사람들
전국노동자대회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우리의 회합장소였습니다

열사투쟁이었고 비정규직철폐 투쟁이었을 전국노동자대회 한 켠에서
우리는 족발처럼 구수하고 갓김치처럼 쌉싸름한 향과 감칠맛 나는 그리움으로 만났습니다
우리는 위계와 차별의 영토를 가로 질러 국경 없이 만났습니다

하루 종일 입안에 군침 돌게 하는 기가 막힌 맛의 공동체였습니다
정으로 구성되고 그리움의 향기로 빚어진 인간의 공동체였습니다

이 투쟁의 거리에서 둥글게 모여 앉아
새우젓에 족발 한 점 찍어 갓김치에 싸 먹다 보면
어느새 심장이 뜨거워지는 걸 느낍니다
목울대를 넘어가는 건 마침내 사랑이었습니다
사랑이 이어져가는 방법은 별의 능선을 닮았습니다
우리는 별의 능선에서 세상을 정조준하고 총탄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지금 총 들고 싸울 사람 없다
세상을 저격하는 사람들이 해방글터 동인들이다"
우리는 족발 먹으러 전국노동자대회에 갑니다 (2011년11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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