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집권 후 이집트...혁명은 어디로

무르시, 군부와 열강과 거래된 집권...과장된 갈등

24일 이집트 대선 결과 발표 후 당선자 무함마드 무르시와 군부 간의 갈등 그리고 열강과의 관계가 중점 부각되는 한편 이집트 혁명의 의미와 과제는 상대적으로 퇴색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출처: http://english.ahram.org.eg]

최근 임시헌법을 제정한 이집트 군최고위원회는 헌법이 새로 제정될 때까지 군대통솔권, 입법권 그리고 예산 동의권을 가지는 반면 차기 대통령에는 내각임명권만이 부여돼 군부와 무르시 간 줄다리기에 대한 전망이 집중됐다. 한편에선 미국 그리고 이스라엘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당선자가 구성하는 정부 사이의 종교적 마찰에 관한 우려도 집중 보도됐다. 타흐릴 광장에서 환호하는 무슬림형제단의 모습과 함께 혁명이 새로운 국면을 밟았다는 시각도 일치된 보도 흐름이다.

26일 조선일보의 “첫 이슬람정권, 터키형(친미 세속주의 민주정)이냐 이란형(반미 이슬람주의 신정)이냐”, 25일 SBS의 “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 탄생…‘식물 정권’ 우려” 등 무르시 당선자 대 군부와의 갈등 또는 이슬람주의의 종교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집트 대선 최종 결과를 보도하며 외신들은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과의 관계를 전망했다. 외신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무르시 당선은 이미 군부와의 타협 후 결과이기 때문에 무르시와 군부는 갈등의 여지는 크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미 선거 결과 발표 전부터 무르시 후보에 대해 군부와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외신들은 개표 전 군부와 무슬림형제단 사이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추측 하에 군부는 무슬림형제단에 임시헌법 수용을, 무슬림형제단은 군부에게 의회 해산 취소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원자력기구 의장이었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도 협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최종 결과 발표 후 25일 무르시 당선자가 군최고위원회의 수장인 탄타위를 만나 “많은 위험으로부터 이집트를 보호했고 지난 기간 이 나라의 현명한 지도정신이었다”며 “진정한 감사”를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또한 미국과의 갈등도 핵심적인 우려 사항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카이로 미국 대사를 포함하여 외교 고위 간부는 대선 1차 후보였던 카이라트 알 샤테르를 포함하여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그리고 형제단의 경제담당자들과 수많은 ‘친근한 연락’을 가졌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사적인 대화 중, 무슬림 형제단 대표는 경제적 측면에 관해 모든 적합한 일들을 말하며 미국을 안심시켰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과의 대략의 협의는 끝났다는 의미다.

언론 보도는 군부와의 갈등 속에서 무슬림형제단의 권력 장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집트 혁명이 유실되지 않기 위해서 대중들의 지속적인 혁명 과제에 대한 요구가 더욱 중요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혁명세력의 주력이었던 단체 일부도 분화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더욱 더 이집트 혁명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만은 없다.

혁명세력, 무르시 우선 도울 것이지만 동시에 감시할 것

무바라크에 맞섰던 청년운동 진영은 무르시를 일단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26일자 이집트 독립언론 인디펜던트(egyptindependent)에 따르면 “4월 6일 청년운동”은 대선 결과 발표 후 “군최고위원회가 6월 30일 권력에서 손을 떼도록 압박하는 한편 “무르시를 도울 것이지만 또한 감시하여 독단에 빠지지 않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명적 청년조합”도 무르시의 승리를 혁명 이행을 위한 한 걸음이라고 말하고 협조를 밝혔다.

무르시는 지난 목요일 청년 대표자들과의 만남 이후 그가 청년 대표자들을 포함하여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무르시에 대해 기층 민중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는 미지수이다.

알렉산드리아 파로스(Pharos) 대학 정치학과장인 사이드 갈랍(Said Ghallab)은 25일자 독일 일간지 벨트(Welt)에서 “계속된 소요가 있을 것”이라며 “샤픽(대선 경쟁자)은 무슬림형제단뿐만 아니라 혁명운동 세력과의 직접적인 갈등을 유발했지만 무르시 또한 논란을 낳고 있다. 51.7%라는 투표율이 그 한 예”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동을 전문적으로 보도해온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25일 “무르시는 혁명적이지 않다. 페미니스트도 아니다. 민족주의자도 그다지 아니다. 그리고 군부 엘리트는 이미 그를 위한 올가미를 놓아두었다”라며 무르시 체제에 대한 과잉된 기대를 지적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애초 군부가 정권을 이양할 때까지 타흐릴 광장에서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타흐릴 광장은 빈 상태다.

결국 군사독재 무바라크 시절 강행된 억압과 신자유주의 개혁 그리고 세계 경제 위기 아래 빵과 일자리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싸운 민중들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서는 길밖에 없는 듯 보인다. 혁명 과제 이행을 위해 과연 이집트 민중들이 어떠한 과정을 밟아 나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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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 아랍혁명 , 무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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