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아래 스페인 농부들, 국방부 토지 점거

“구제금융 필요 없다, 스스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라”

경제위기와 긴축조치 아래 고통 받아 온 스페인의 땅 없는 농부들이 국방부 소유 토지를 점거하고 나섰다. 점거한 농부들은 구제금융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출처: http://www.tercerainformacion.es]

<융예벨트> 26일자에 따르면 스페인남부에서는 24일(현지시간) 약 100명의 땅 없는 농부들이 스페인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는 1200 헥타르의 토지를 점거했다. 이 땅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자치지방의 중심도시인 세비야(Sevilla) 중심부에서 약 100 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소도시 오수나(Osuna), 에시하(Écija), 란테후엘라(Lantejuela) 사이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 국방부는 단지 약 20헥타르만을 사용하며 나머지는 방치돼 있기 때문에 안달루시아 농업노동조합(SAT)의 점거자들은 사용되지 않는 이 땅을 농지로 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24일 오전 약 1천명의 농부들이 이 땅의 핀카(Finca, 오두막 또는 시골별장이 포함된 농장 일부) 방향으로 평야 길을 행진했다.

행진에는 약 3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스페인 공산주의 마을인 마리날레다(Marinaleda)의 마누엘 산체스 시장도 함께 했다. 그는 안달루시아 지역의회 좌파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행진 참여자들은 ‘군사목적에 의해 폐쇄됐다’는 표지판이 서 있는 토지 초입에 도착하고 차단 울타리를 넘었다. 울타리 너머에는 준군사적인 스페인 치안경비대인 ‘과르디아 시빌(Guardia Civil)’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농부들은 이 땅을 폭력적으로 점거하지 않고 그 대신 천막을 치고 머물렀으며 장기적인 농성을 시작했다.

디에고 까냐메로(Die­go Cañamero) SAT 사무총장은 이날 실비아의 오수나(Osuna) 지역행정청이 농부들에게 단지 300 헥타르에 해당하는 농토만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땅 또한 2009년 초 군사기관과의 오랜 투쟁 끝에 허용된 것이다. 나머지 농토는 오늘까지 이용되지 않고 있다. 동시에 농업이 중심인 이 지역은 경기침체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 지역 사람들의 실업률 만해도 40%가 넘는다.

그는 또한 “우리는 이 땅을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농부들이 일할 수 있도록,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이 땅을 이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럽으로부터의 구제기금”에 이들은 관심이 없다고 한다.

지역 농부들이 점거 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4일 농부들은 안달루시아 자치구의 8개 소지역 중 하나인 코르도바로부터 65킬로미터 떨어진 한 핀카를 지역정부가 민간 기업에 매각하려 하자 점거를 시작한 바 있다.

경찰은 4월 26일 점거하고 있던 지역 농부들을 내몰았으나 이들은 다시 핀카로 돌아와 점거를 재개했고 이후 며칠 만에 지역정부는 농지 매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토지 점거에 나선 농부들은 이제 이들의 연합된 점거행동이 정부에 의해 인정돼야 할 차례라고 본다.
태그

경제위기 , 스페인 , 긴축조치 , 점거운동 , 마리날레다 , 구제기금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