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기업 사장 연봉 급상승...한국 재벌은 연봉 공개 안해

영국에선 베일 벗은 대기업 임원 연봉...경제위기에도 8.5% 상승

국내 기업 임원의 개별 연봉 공개를 의무화 하는 법률이 다시 추진되는 가운데 영국에서는 대기업 100개사 최고 경영자 보수 현황이 밝혀지며 눈길을 끌고 있다.

18일 인디펜던트지는 “무슨 경기후퇴? 사장 보수 급상승”이라는 제목으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영국에서 지난해 대기업 100개사 최고 경영자 보수 증가율이 노동자의 임금 인상율을 크게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지는 영국 조사기관 ‘소득데이터서비스(IDS)’가 발표한 런던 주식 시장 최우량 종목 100개사(FTSE100) 최고 경영자 보수에 관한 보고서를 토대로 이 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0개사 임원들의 보수는 평균 8,5% 상승하여 처음으로 평균 300만 파운드(약 53억4천만 원)에 이르렀다. 이러한 수치는 재작년 신장률 23% 보다는 상당히 둔화된 것이지만 실질 임금율이 하락하고 있는 일반노동자 평균 임금에 대조하면 5배 이상에 해당한다.

또한 실질임금의 저하는 “세대의 가처분 소득을 압박하며 경제성장의 전망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 뿐만 아니라 지난 6월 6일 공개된 ‘소득데이터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FTSE 100개사 재무담당이사의 보수는 평균 9.5% 증가하여 최고 경영자 보수의 증가율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 ‘유나이트’의 렌 맥클러스키 사무총장은 “경영자와 노동자와의 사이에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노총(TUC)의 브랜던 바버 사무총장은 “격차는 경기후퇴의 핵심 원인이지만, 경영자들은 이에 도전할 준비가 돼 있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디펜던트지는 FTSE100사의 주가는 지난해 6,5% 하락한 상황에서 경영자 보수가 증액된 사실은 투자가들의 분노를 부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

FTSE 100은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 중, 시가총액 순서대로 100개 기업의 주가를 지수화한 종합 주가 지수다.

제도 미비로 임원 개별 연봉 알 수 없는 한국.. 19대 국회 도입하나?

영국에서는 기업 임원들의 개별 소득을 기준으로 이러한 현황이 조사라도 되지만 국내에서는 제도 미비로 인해 임원의 개별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이목희 의원 등 10인이 지난 6월 29일 기업 임원에 대한 개별 연봉을 제도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여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주목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현행법이 기업 임원의 보수총액만을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해 임원의 개인별 보수와 산정하는 기준 및 방법은 기재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문제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주주총회에서는 보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임원 모두에게 지급된 보수총액만을 근거로 의결해야 해 임원의 보수에 대한 통제와 감시 기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기업별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 3인에 대한 보수 총액은 326억 9000만으로 평균 109억, 현대자동차 4인에 대한 보수총액은 83억 9900만으로 평균 21억, SK이노베이션 3인의 보수총액은 139억4200만으로 46억4700만원으로 개별 임원에 대한 보수 수준과 기준은 공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법률안이 입법될 경우 주요 기업 임원 보수 현황이 알려질 수 있어 기업 운영이 보다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의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유사 법안이 17,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됐고 기업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한편 대선 국면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재벌 때기리가 지나치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특정인의 고액 연봉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는 임금 격차에 대해 과민 반응하는 문화적인 차이”를 들며 관련법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1%를 위한 사회체제를 비판하는 거센 사회운동에 직면한 바 있다.

미국은 1992년, 영국은 2002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태그

재벌 연봉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정은희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