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를 방문해 유화조치를 폈지만, 구제기금 지원을 전제로 한 그리스에 대한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의 방문에 그리스 민중은 강력한 시위로 대응했다.
9일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를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지지 의사를 밝혔다. 메르켈은 독일이 진행하는 3천만 유로 상당의 유럽연합 프로젝트를 그리스에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지역 행정과 의료시설을 지원한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그리스인들은 유로존에 남길 바란다”며 메르켈 총리에게 그리스 정부의 긴축조치 이행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은 “그리스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이 길이 성공으로 이어지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리스가 유로존에 머물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독일 좌파 일간지 <융에벨트>는 ‘메르켈의 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르켈의 유화적인 태도는 차기 독일총선까지만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르켈이 내년 독일 총선 전 그리스 ‘분란’을 해결하고, 그리스 무대에서의 조명 아래 총선에 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르켈의 유화 조치와 함께 한편에선 그리스 정부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유로회의는 8일 그리스에 긴축안을 준수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발족한 8일 룩셈부르크에서 그리스가 차기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선 10월 18일까지 긴축안을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긴축안은 지난 3월 협약됐고 이를 전제로 애초 6월에 구제기금이 지원될 계획이었다. 그리스가 파산을 피하기 위해선 11월 중순 전까지 315억 유로가 필요하고 알려졌다.
그리스 시위대 "히틀러의 딸은 나가라" 반발
메르켈의 방문에 그리스 정부는 아테네에 7천 명의 경찰을 배치해 시위에 대비했다. 정부 청사 밀집지는 완전히 차단됐고, 아테네 도심으로 향하는 도로도 봉쇄됐다. 오전 9시부터 집회가 금지됐고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됐다.
경찰의 봉쇄에도 시위는 이어졌다. 의회 앞에는 5만 명이 모여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긴축에 맞선 민중봉기를”이라고 구호를 외쳤고, ‘메르켈, 우리의 땅에서 나가라’, ‘히틀러의 딸, 그리스에서 나가라’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위대는 의회를 둘러싼 차단벽을 부수려고 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포하며 시위를 진압했다. 시위대는 경찰에 맞서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날 시위로 최소 40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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