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사람잡는 강제퇴거 반대 시위 확산

강제퇴거 비관 자살 잇따라...은행측 2년간 유예 예고

스페인에서의 강제퇴거가 점차 중요한 정치적 사건으로 변하고 있다. 연이은 자살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시위가 격해지자 은행은 타협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12일 스페인 바스크지역 은행 쿠차방코(Kutxabank) 등 몇몇 거대은행은 오는 2년간 주택소유자가 “극단적인 재정적 위기에 처해 있을 경우” 강제퇴거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그러나 강제퇴거 유예 대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은행의 이번 입장은 최근 3주 동안 은행의 강제퇴거로 인해 2건의 자살과 1건의 자살 시도가 발생한 후 나온 것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 바라칼도에 위치한 4층 건물에서 정치인이 뛰어내렸고, 그라나다의 한 구멍가게 주인은 강제퇴거 바로 전 목을 매 자살했다. 또 다른 사람도 강제퇴거 전 집 밖으로 뛰어내렸지만 다행히 목숨은 부지했다.

[출처: http://www.handelsblatt.com 화면 캡처]

특히 바라칼도 정치인의 비참한 죽음은 강제퇴거 반대 운동에 불을 질렀다.

53세의 이 여성은 9일 강제퇴거부대가 주택 입구에서 초인종을 눌렀을 때 문을 열어 주었고, 이들 법정공무원이 현관을 지나 4층으로 올라오는 사이 창밖으로 몸을 던져 즉사했다. 사회주의자이며 지역정치인이었던 그는 은행부채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 내쫓기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이러한 그의 죽음은 거리시위를 촉발시켰다. 바라칼도에서만 수천 명이 강제집행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은행 지점에는 “은행가는 살인자”라는 욕설이 쓰였다. 한 경찰노조는 해당 조합원이 강제퇴거 참여를 거부할 경우 경찰노조가 법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또한 반응했다. 스페인 라호이 총리의 국민당(PP)과 사민주의 야당인 사회노동당(PSOE)은 담보부채법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정당들은 또한 주택소유자의 부채 상태와 관련, 새로운 협상을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이 허용돼야 한다고 은행에 제안했다.

강제집행은 스페인 경제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2008년 부동산시장이 붕괴한 후 강제퇴거 명령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경제위기 후 약 35만 채의 주택 등 부동산이 부채 체납을 이유로 강제퇴거됐다. 많은 스페인 인이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로 부채 납입금을 갚지 못해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 2008년에는 5,614건에 달했다.

라호이 정부는 “비인간적” 강제퇴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당과 협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퇴거된 주택은 대상으로 하지 않아 노조와 야당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2일 주택 강제퇴거에 맞선 새로운 시위가 벌어졌다. 마드리드에 위치한 스페인 여당인 국민당 당사 앞에서 시위대는 즉각적인 강제퇴거 중단을 요구했다. 발렌시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주택 강제 퇴거에 반대하는 연대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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