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긴축, 이탈리아 총선 어디까지 흔들까?

반긴축, 시민 참여 기초한 오성당 부상

유로존 위기 아래 이탈리아 총선에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탈리아 외부에서는 유로존 위기 심화 여부를 놓고 총선 결과를 주목하지만 내부에서는 경제위기와 삭감 정책을 중심으로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세는 중도좌파연합,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과 북부연맹, 오성당, 마리오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 그리고 좌파연합의 “시민혁명” 순이다. 기성정당들은 경제위기와 긴축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밀고 있는 한편 새로 부상한 오성당은 위력적으로 이러한 기성정당을 공격하고 있다.

먼저 중도좌파연합과 몬티는 경제위기에 책임 있는 베를루스코니의 복귀를 경고하는 한편, 베를루스코니는 이들이 긴축으로 이탈리아를 망가트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집권 몬티 여당의 긴축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자도 사실은 긴축의 공범이라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야탈리아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치인들의 책임을 묻는 오성당에 쏠리고 있다.

실제로 몬티 집권 기간 긴축은 전 사회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업률은 높아졌고 경기는 후퇴해했으며 부채 규모도 악화됐다.

은행쿠데타 몬티 정부의 13개월, 빈곤과 실업 심화

2011년 말 베를루스코니 사퇴 후 집권한 몬티 총리는 약 13개월 만에 공공자산 매각, 공공서비스 사유화, 지역 보조금 대량 삭감, 교육과 의료 등 사회복지비 삭감을 포함한 300억 유로의 긴축조치와 세금 인상 그리고 연금수령 연령을 단축하는 연금 개혁을 관철시켰다.

몬티 정부는 또한 지난 10월 2014년까지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 삭감 및 정리해고안을 밀어 부쳤으며 최근에는 노동시간 연장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개혁안도 발의했다.

2011년 당시 이탈리아는 국제 신용시장의 초점이 됐고 약 2600억 유로 부채를 새로 협상해야 하는 위기로 빠져 들었다. 이때 유럽연합과 IMF는 베를루스코니에 긴축을 요구했고 그는 이를 의회에 제안했지만 의회 토론이 결렬되며 정부가 붕괴됐다.

이러한 몬티는 부채위기로 빠져드는 이탈리아에 구원자처럼 등장해 긴축을 강행했지만 이 때문에 실업과 빈곤이 심화되며 유권자로부터 외면되고 있다.

1, 2위를 달리는 중도좌파연합과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만당과 그의 편 북부동맹은 몬티 중도연합을 가운데 놓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서로 싸우고 있다. 중도좌파연합은 실업, 개발, 평등 또는 공공서비스 지원을 선거공약으로 내놓는 한편 베를루스코니의 복귀를 여론화하며 몬티와 함께 “온화한 개혁가”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중도좌파연합은 베르사니의 민주당과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 니치 벤돌라 주지사의 “사회생태자유당(SEL)”과의 연합 세력이다. 사회민주주의, 자유주의, 생태주의를 표방하는 이들이 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반면 베를루스코니는 긴축 반대 입장을 세우고 부동산세 폐지, 납부한 세금 환급 등을 내걸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무솔리니가 좋은 일도 했었다는 발언을 하며 파시스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기도 하다.

반긴축, 시민 참여 기초해 부상하는 오성당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3위의 오성당은 경제위기와 사회적 삭감에 책임 있고 부패로 얼룩진 기성정당에 대한 반감에 기초한 사회적 운동으로 발전해왔다. 이들은 기성정당, 노동조합, 좌파 모두를 비판하며 스스로를 자유로운 시민총회로 밝히고 직접민주주의 확대를 주요 목표로 제시한다. 주요 공약으로는 교육과 보건 무상화, 유로존 탈퇴, 재생에너지 체계 건설, 자유롭고 투명한 정보정책 등을 내세우고 있다.

오성당은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희극인이자 세계화, 정치인들의 부패, 표현의 자유에 대해 기고해왔던 베페 그릴로가 주도한다.

그는 2007년 부패한 정치인 퇴출을 위한 이른바 “V-데이(Vaffanculo, 꺼져라)”를 발의하고 당시 부패한 정치들의 출마 제한을 청원하는 35만 명의 서명을 모으며 정치 무대에 등장했다.

오성당은 특히 25세 아래 유권자들에게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좌파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표심도 쏠리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탈퇴입장으로 인해 보수적 북부연맹 이탈자로부터의 지지도 모으고 있다.

오성당에 대한 지지도는 매일 늘어나 15-30% 사이 높은 득표율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탈리아 부동층은 30%에 달해 투표함을 열어보아야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오성당은 긴축의 책임을 은행가, 거대 기업가와 금융가 등 실제적으로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제외하고 정치인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이주자에 대한 경계와 파시스트 조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마지막으로 “시민혁명”이다. 이들은 전통적 좌파세력을 주축으로 하지만 사회적 저항력은 오성당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민혁명” 연합은 양 공산주의 정당인 재건공산당(PRC)과 이탈리아공산당(PdCI), 반 마피아 검사로 유명한 안토니오 잉그로이아의 중도좌파당(IdV) 그리고 다른 소규모 정당이 함께 결성한 정치연합이다. 이들은 민주당과의 연합 실패 후 단독 출마했다. 반파시즘을 표방하는 시민혁명은 사회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사회경제정책으로의 전환, 부정의와 부패 퇴치를 주창하고 있다.

“시민혁명”은 4% 하한선을 뛰어넘고, 최소 5%를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양 공산당은 2008년 선거 패배 후 다시 각각 2명에서 3명을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후에도 불안정 지속될 것

어떤 식으로든 민주당-중도연합 또는 민주당-베르를루스코니가 다수를 구성할 전망이어서 베르를루스코니가 현재는 긴축을 반대하더라도 그가 이전에 가담했듯 긴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총선에서는 630명의 하원과 315명의 상원 의원이 선출되며 1순위에 오른 당은 자동으로 전체 의석의 54%에 해당하는 340석을 가지게 돼 누가되든 안정적 의석을 확보하지만 상원은 지역적 안배로 인해 베를루스코니 세력이 다수를 차지할 전망이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불안정한 정국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 때문에 오성당과 공산당 등 반긴축 세력의 대응 전략이 향후 보다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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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코프스키

    역시 (보통)선거는 면죄부 증여식이군요... 베를루스코니를 직접 처단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듯...

  • 너무너무 달라요

    이탈리아는 역시 피자와 스파게티 패션의 나라가 아닌 전직총리인 베를루스코니라는 병신때문에 나라가 망한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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