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이집트의 미래, 민중의 손에 달려

최후 통첩한 이집트 군부에 버티는 무르시...민중은 불복종운동 예고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사태를 해결하라는 군부의 최후통첩에도 버티기로 일관했다. 군부는 한 발 물러섰지만 무슬림형제단 외 모든 세력이 무르시 대통령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정치적 변화는 불가피하다. 미국까지 무르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현재, 이집트의 미래는 어느 순간 보다 더 광범위하게 터져 나온 기층 운동의 손에 쥐어진 상황이다.

지난 달 30일 수백만 명의 시위 후 거리 뿐 아니라 이집트 정세를 둘러싸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였던 정치 세력이 무르시 대통령 사퇴와 조기 대선, 과도 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초점을 모았다.

[출처: http://english.ahram.org.eg/ 화면 캡처]

이집트 군부는 1일 무르시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48시간 동안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찰도 공공연히 시위대 편에 서고 있다. 이집트 정국을 주도하는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서 경찰은 유니폼을 입은 채 “경찰과 국민은 하나다”라며 시위대에 합류했다. 경찰은 또 집권 세력에 대한 시위대의 공격을 의도적으로 방치했으며 이에 따라 무슬림형제단과 집권 자유정의당 지역 당사 뿐 아니라 카이로 본부까지 크게 훼손됐다.

정권 내부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 1일 환경, 정보통신부 등 5명의 장관, 이후 외무부 장관 등 내각 사퇴가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 제2 정치 세력인 살라피스트 알누르당(Al-Nour Party)도 2일 조기 대선과 과도 정부 요구 방침을 밝혔다. 무슬림형제단 내부에서도 무르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무르시 정권의 뒤를 봐준 미국 정부도 등을 돌린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아프리카 순방 중 무르시 대통령에 대해 모든 이집트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바마는 “민주주의는 선거를 넘어 선다”며 “민주주의는 모든 이집트인의 목소리가 경청되고 나라 전역에서 시위한 많은 이집트인들을 포함해 자신이 대표하는 이들을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치적 변화는 불가피, 누가 주도할 것인가가 관건

무르시 대통령은 군부의 최후통첩을 즉각 거부한 한편 군부도 쿠데타 의혹을 부정하며 한발 물러섰지만 정치적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무르시 사퇴를 요구하며 위력적으로 터져 나온 기층 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무르시의 사퇴와 조기 대선을 위한 2,200만 서명을 모은 풀뿌리 시민운동 연대 타마로드(반란)는 무르시 대통령 사퇴와 조기 대선을 요구하고 시민 불복종에 나설 방침이다.

타마로드는 “우리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는 약자에게 어떠한 자리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는 도산하고 이집트는 미국에 점점 더 종속되고 있기 때문에 무르시 정권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집트 야권도 정치적 대오를 갖췄다. 혁명 운동을 추동했던 청년운동, 아나키스트, 사회주의 혁명 세력, 자유주의부터 무바라크 세력까지 단일하게 무르시 없는 대선과 과도 정부를 요구한다.

야권은 또한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 국가적인 억압에도 불구하고 혁명 후 수많은 독립 노동조합이 건설됐다. 이들은 총파업으로 이집트를 마비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이집트 군부와 미국 정부가 같은 입장이라는 점에서 무르시의 운명은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누가 이 정국을 주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이집트 군부는 최근 대중 시위가 일어난 주요 도심에 주둔했지만 2년 반 전 혁명 기간에서처럼 개입하지 않은 한편, 전국에 걸쳐 시위 흐름을 주시해 왔다.

이 때문에 다시 고조되는 무슬림형제단 반대 시위에 대한 군부 주도의 반동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군부는 2년 반 전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과도위원회를 구성하고 혁명 이후 흐름을 관리하는 한편 보다 급진적인 시위 운동을 탄압하며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하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야권 일부는 군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며 쿠데타를 요구해 이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들은 최후통첩을 지키라고도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시작된 이집트 민중들의 봉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빵, 자유와 사회적 정의를”, “민중은 정권의 전복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다시 거리에 나선 민중의 위력 만큼 이집트의 미래는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달 30일 시위가 청년단체, 노동조합, 야당 등 이집트의 셀 수 없이 많은 포괄적인 사회운동에 의해 계획됐다는 점에서 전망은 밝으며 이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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