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반혁명에 대한 주변국의 동상이몽

터키, 카타르, 이란 vs 사우디, 요르단, 이스라엘

이집트 군부 주도의 반혁명에 대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국가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터키, 카타르와 이란은 군부의 무르시 해임을 ‘쿠데타’로 규정, 무슬림형제단 편에 선 반면,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과 요르단은 반대로 군부를 지지하고 나섰다.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이집트 군부의 탄압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출처: http://www.aljazeera.com/ 화면 캡처]

21일 <융에벨트> 등에 따르면, 각국 간 입장이 교차되는 이유는 정치경제적 입장 차 때문이다.

터키의 경우, 이슬람주의를 기반으로 중동지역내 신오스만 제국을 창출하려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야심이 주요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터키 외무장관은 지난 3월 신오스만주의의 부활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도 있다.

신자유주의적 이슬람주의 독재 아래 최근 탁심광장 시위를 짓밟았던 에르도안 총리의 정의개발당은 애초 무슬림형제단의 이슬람주의에 기초, 신오스만주의 야욕 아래 이집트 무슬림형제단과 긴밀히 협조해 왔다. 터키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해 이집트 무르시와 협력, 이스라엘을 압박하며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터키 입장에서 이집트 군부의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탄압은 바로 지역 연맹에 대한 탄압을 넘어 자신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손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카타르는 경제적인 이유가 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 카타르는 무르시 집권 후 이집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으며, 이는 카타르의 경제적 이해와 맞물려 있다. 카타르는 200만 명이 안 되는 인구 소국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는 산유국으로 아프리카, 중동과 유럽 지역의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대외 영향력을 넓혀 왔다.

이러한 카타르는 이집트에서는 무르시 집권 후 80억 달러를 지원하는 한편, 이집트 산업 요충지인 수에즈운하에 대한 경영권을 확보하려고 했다. 수에즈운하는 알려진 대로 경제적, 군사적인 핵심 공급선이자 이집트에 가장 중요한 수입 원천이다. 수에즈운하에 있는 가장 중요한 항구인 포트사이드만 하더라도 약 500개의 회사와 공장이 밀집해 있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산업지대다. 카타르는 아랍에미리트 소속 컨테이너회사(두바이포츠월드) 경영권을 인수하려고도 했으며, 특히 무르시 이집트 정부의 민영화 조치 아래 운하 인접지에 집중 투자했다.

이 때문에 카타르 입장에선 무르시형제단의 유임이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카타르는 최근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면서도 이집트에 대한 천연가스 무상지원은 계속하는 등 경제적으로 실리를 취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압둘라 국왕이 이집트 군부의 무슬림형제단 학살을 “테러리즘과의 전쟁”이라고 발언 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미국과 유럽의 지원금을 대신 만회하겠다며 군부에 대해 백지수표를 내밀며 적극 옹호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군부 편에 선 것은 군부가 오랜 동맹이기도 하지만, ‘아랍의 봄’ 이후 역내 무슬림형제단의 성장을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애초 이집트 등 아랍국에 등장한 세속주의 정권이 이슬람 교도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1950, 60년대, 이를 피해 도주한 수천 명을 받아들인 바 있다. 또 오랫동안 무슬림형제단의 국제네트워크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미 정책이 심화되는 한편, 이슬람주의 무장 세력이 성장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슬람 세력과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된다.

특히 ‘아랍의 봄’ 후 이집트(자유정의당), 튀니지(엔나흐다당), 요르단, 시리아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성장하자 이와 경쟁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와하비스트 왕조는 자국 내 무슬림형제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대내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요르단과 함께 무슬림형제단을 견제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무슬림형제단이 급성장한 요르단에 대한 지정학적 안보를 공고히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고 요르단을 거쳐 무기 등을 반군에 수송했다. 그러나 요르단의 무슬림형제단이 세를 불리고, 시리아 내전으로 50만 명 이상의 난민이 요르단으로 유입되면서 극도로 불안정해진 상황이 됐다. 수천 명의 무슬림형제단이 요르단 암만에서 이집트에서의 유혈 진압을 비판하며 시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요르단 내 무슬림형제단을 견제하는 조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소속 지역 학교를 나온 청년 중 많은 이들은 시리아 반군 진영에서 이슬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정부군에 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부유한 사업가들은 국제 구호 단체를 통해 수년 동안 소말리아 반도, 북아프리카, 팔레스타인 그리고 터키, 요르단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캠프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면서도 한편에선 용병을 모집해 시리아 등 이슬람주의 확대를 위한 전투 지역에 투입해 왔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에게는 무슬림형제단의 발원지이자 가장 강력한 세를 가진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을 견제하는 것이 국내외 이해 관계에 주요 문제였던 것이다.

한편, 현재 이스라엘의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집트 상황에 대한 정부관계자의 언론 인터뷰를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친 하마스 정책과 ‘아랍의 봄’ 이후 불안정해진 시나이반도 상황으로 인해 이스라엘이, 다시 친군부 세력이 이집트를 통솔하길 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미국과 유럽의 이해도 이스라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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