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살람이 와서야 간신히 일어났다. 늦게 자고 잠을 설치니 새벽까지 잠을 설치고 그러다보니 늦잠을 자는 요일이 늘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세수만 하고 살람차에 올랐다. 그 옆에는 리야드가 타고 있었다.'살람 알라이 꿈(평화가 그대에게)''알라이꿈 살람(그대에게 평화가)' 가는 도중에 살람은 어제 있었던 사무실 근처의 폭탄 공격에 대해서 설명해주었고 폭탄 공격이후 이라크 젊은이들이 보여주었던 극도의 반미감정과 상당한 수준의 반외국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폭탄 공격이후 뒤집어진 차량 위에서 춤을 추고 미국의 성조기를 불태우고 곁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외국인 기자에게 '너희 나라로 가! 꺼져버려. 안 그러면 죽이겠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휴~~ 조심해야지!'
사무실에 도착한 후에 어제 보았던 리야드와 슌드스, 그리고 다른 분 3분이 참가한 CWB회의가 시작되었다. 아랍어로 이야기했기에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지만 중간 중간에 살람이 통역을 해 주어서 이들이 지금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얼마나 이야기를 했을까, 어떠한 남자가 회의하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는 살람에게 잠깐 양해를 구하고 외국인인 나에게 다가와서는 갑자기 많은 이야기를 토해냈다. 순간 당황한 나는 무슨 이야기인지 찬찬히 듣기 시작했다.
그는 아흐메드 핫산(AHMED HASSAN ABDI) 이었고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다. 전직 독립 언론사 기자이자 통역사였다. 그는 나에게도 귀 익은 단체인(CPT, christian peace team)과 함께 일을 했다고 했다. 그는 2004년 4월 16일 폴란드 군 산하에 있는 바빌 아덤이라는 곳에서 군 시설물을 쳐다보고 있다는 이유로 CPA 요원에 의하여 연행되었고 2004년 6월 14일 바로 어제까지 아부그래이브 교도소에 수감되었었다. 그는 석방서류(RELEASE FORM FOR DETAINED CIVILIANS)를 나에게 보여주면서 자신의 수감내용을 말해주었다. 그는 구금자 넘버(ISN) 160450 이었고 이는 구금자의 숫자라고 이는 이야기하였고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구금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이 현재 수용하고 있는 인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동안 수용했던 모든 사람들을 숫자화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많이 흥분해 있었기 때문에 담배 한대를 건네면서 조금 진정을 시켰다. 그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싶어했지만 외국인 기자에게는 또한 많은 혐오감을 표시했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어했던 것은 그 곳에서 자기가 직접보고 접한 것이었다.
그는 그 곳의 생활을 조심스럽게 묻는 나에게 한마디로 'terrible'이라고 말한 후에 조금씩 풀어놓았다. 그 곳에서 인디아 음식을 먹었고 하루에 6개피의 담배를 지급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그 곳에서 영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었기에 나름대로 특혜를 받았다고 했고 유엔 사무총장인 코피 아난도 그 곳에서 만났다고 했다. 그는 다시금 자신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을 못 박은 후에 그 곳에서 여자들을 옷 벗긴 후 성폭행을 하였고 남자들도 옷을 벗긴 후에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의 나무상자에 하루동안 가두어 놓았다고 풀어주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미군에 의해 개머리판으로 맞은 흉터들을 보여주었다. 이마에 검게 흉터가 있었고 왼쪽 겨드랑이 쪽에는 곪아서 아물지 않은 상처 두개가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었고 등 쪽에는 대 여섯 개의 흉터가 있었다.
굳이 이라크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아부그래이브 교도소에 대해서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고 그 곳에 자행되었던 구금자 학대와 인권유린, 고문, 성 학대 등은 이미 외신 언론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작년에 이라크에 있었을 때 점령군과 미군의 무차별적 구금과 구금자에 대한 인권유린은 대다수의 이라크인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주변의 이라키들을 통해서, 그리고 실제 내 눈으로 보아서 이러한 것이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직접 피해 당사자를 접하면서 느낀 점은 ?주권이 없다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남의 나라에서 오랫동안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미군들이 어떻게 미쳐가고 있는지? 이것이 정의를 사칭하고 민주주의를 첨삭(添削)시킨 전쟁의 결과인지? 왜 전쟁은 안 되는지??등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여러 사실들이 궁금해서 세세하게 기자처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는 내일 아침 8시에 바그다드 시내에서 기자회견이 있으니깐 그 곳에 와서 더 자세한 것을 물어보라고 했다. 그리하고는 그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회의는 그 사람이 자리를 비켜준 후 10분 가량 이후에 끝났고 살람은 회의결과를 이야기 해주었다. 현재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 상당히 위험한 곳이고 이번 달 말까지 이라크 내 특히 바그다드는 상당히 위험할 것이기에 이번 달 말까지는 단체 활동을 중단하고 사무실도 옮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어차피 살람과는 계속 이야기 할 것이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토대를 굳건히 쌓는 것이 개인적인 올해의 목표이기에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동의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갑자기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그 아부그래이브 교도소, 지옥 같은 그 곳에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2달간을 버텼을까? 그 사람 말처럼 영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자위하면서 보냈을까? 눈 앞에 보이는 그 엄청난 광경을 어떻게 감내하고 보냈을까? 자신들을 개처럼 취급하는 미군들과 어떻게 2달 동안 얼굴을 맞대고 보낼 수가 있었을까? 그는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곳에 가기 전처럼 일상에 안착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더불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계속 전기가 오락가락한다. 작년보다 전기사정이 더 안 좋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또 내일은 어디에서 폭탄이 터지고, 어디에서 미군과 교전이 생길까? 또 그리해서 얼마나 많은 이라키들이 무고하게 죽어갈까? 대체 무엇 때문에 이라크 민중들은 이러한 상황을 감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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