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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회관, 예총과 문화부의 그 놀라운 집착에 대하여

예총의 목동 예술인회관이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드디어(!)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지난 2001년보다 더욱 강력한 주의와 조치사항을 문화부장관 앞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결과보고서에서 감사원은 예술인회관 건립 지원 전반과 예총의 건설 비리에 대해 "예술인회관 건립 지원 및 관리 부적정"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조치할 사항으로 "회관이 건립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한을 정하여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시공업체를 선정한 후 공사를 추진하고록 하고, 보조사업자가 정해진 기한 내에 공사를 재개하지 못할 경우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와 제31조의 규정에 따라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하여 반환조치" 할 것과 비리 해당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요구하였다.

사실 놀라거나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되었고, 이미 오래전에 회수되어야 할 시민의 혈세였기 때문이다. 이제 문화부는 "예총 심하게! 봐주기 놀이"를 중단하고 예술인회관을 예술가들의 손에 돌려 줄 때이다.

1.

예총의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오래된 관변 단체에 대한 전형적인 특혜성, 선심성 사업이다.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문민정부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예술인회관의 건립을 위한 문화예술계 내의 여론 수렴이나 공개적 논의과정, 면밀한 검토 등은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겉으로는“문화예술인을 위한 종합복지공간”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 계획의 제출이나 완공 후 운영주체가 이미 예총으로 정해져 있으며, 자금조달 방식도 ‘매칭 펀드 Matching Fund'라고는 하지만 보조사업자인 예총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경비는 초기 계획에서 채 10%도 되지 않는다.(2002년 계획에 따르면 5%)

이는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이 오래된 관변 단체이자 문화예술계의 핵심 권력인 예총에게 시민의 혈세로 건물을 지어주고, 나아가 임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챙기라는 선심성, 특혜성 사업임을 잘 보여준다.

다시 말해 예술인회관은 애초부터 “예술인을 위한, 예술 창작을 위한 회관”이 아니라, “예총을 위한, 건물 임대업을 위한 회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단 1평의 작업실도 없이 심각한 생존권에 시달리는 수많은 예술가들은 배제한 채, 1960년대 이후 수많은 특혜와 지원을 받아 온 예총에게 지하 5층, 지상 20층의 임대용 건물을 지어 주는 854억원짜리 ‘제2예총회관 건립사업’이다.

2.

예총의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그 기획안만 보더라도 예술진흥, 예술인의 권리신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부동산 임대사업이다.

2002년도에 제출한 예총의 운영계획에 따르면, 이 건물은 지하 5층, 지상 20층으로 지하 1층에는 편의시설, 1층에는 전시장과 은행, 2층에는 다목적 홀과 소회의장, 3층에는 사무실, 4층과 5층은 예총사무실, 6층 혹은 7층 이상부터는 오피스텔 등 임대시설로 구성된다고 한다. 예술인회관이라는 주장을 의심할 정도로 예술가들의 창작 및 지원 인프라에는 너무나도 무관심한, 오직 임대사업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2003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에 따르면, 예총은 오히려 예상 임대수입을 약 600억원으로 늘렸으며, 이를 위해 임대시설을 중심으로 증축을 추진하고 수입률이 높은 오피스텔과 운동시설공간을 각각 240%, 100%씩 확충하려하고 있다.

더욱이 430억의 추가공사비를 포함하는 예총 스스로의 계획에 따른다 할지라도, 예술인들이 실제로 사용하게 될 소공연장, 전시시설 등의 공간은 전체면적(약 14,000평)에 10%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예총은 예술가의 창작 및 복지에 대한 고민과 배려는 고사하고, 예술의 사회적 공공성과 예술가들의 권리를 볼모로 예총 자신을 위한 대규모 임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

불성실한 사업추진은 물론 불법적인 건설비리까지 저지른 예총은 더 이상 시민의 세금을 사용할 자격이 없으며, 오히려 지금까지 지원된 공적 자금은 모두 회수되어 예술진흥 및 공공성 강화, 예술가와 시민의 문화권리, 문화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지난 해(2003년)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2003년 10월 30일 SBS <8시뉴스>, 2003년 11월 30일 MBC <시사매거진2580> 등 다수), 예총의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이제 건설 비리로까지 확대되었다. 현재 예총은 예술인회관 건립을 둘러싸고 예총과 시공업체간의 돈거래, 시공업체 선정에서의 문제 등을 노출하며 검찰 조사를 받고 있을 정도이다.

언론에 따르면, 예총은 2001년 당시 사업 대행자였던 서모 전 의원에게 5천만원을 사무총장 개인통장으로 받아 예총 회장의 개인적인 해외공연과 여행경비로 사용하였다. 예총은 이 돈이 협찬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출처가 당시 시공업체라는 점에서 전혀 설득력이 없는 변명일 뿐이다. 더욱이 예총은 그 후에도 본 건설과 관련된 서모 전 의원으로부터 찬조금 명목으로 천만원씩 두 차례나 더 받아 직원들의 여름 휴가비 등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또한 예총은 세 번째 시공업체 선정과정에서는 자본금 1억원의 부동산 개발회사에게 사업대행을 맡기는 해프닝을 연출하였는데, 이 회사는 발전기금 명목으로 예총에 40억원을 기탁하기로 약속하고, 예총은 이 40억원을 다시 공사비로 투입하려 하는 등 예술인회관 건립을 둘러 싼 비양심적인 건설비리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이는 예총이 예술인회관의 공공성이나 사업의 정상적인 추진은 도외시한 채,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을 통해 단체의 개별적인 이익만을 추구해 왔으며, 그 과정조차 상식 이하의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과정이었음을 잘 보여주고있다.

더욱이 이러한 예총의 건설비리가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의 무리한 추진 자체에 그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총은 이번 건설비리 사태와 관련하여 예술인회관을 둘러 싼 스스로의 도덕적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예술인회관 건립사업 주체로서의 권한을 즉각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물론, 지원된 국고 전액의 즉각적인 반납을 통해 최소한의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4.

예총의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오랫동안 존속되어 온 대표적인 부실 문화행정이다. 문화예술계의 강력한 반대는 말할 것도 없고, 공사가 중단된 1999년부터 2003년에 이르기까지 5년간의 국정감사에서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의 타당성과 현실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으로 2003년 국정감사에서는 “사업추진주체인 예총에 대한 문제”와 “건립취지에 어긋난 재시공계획의 문제점” 등이 지적되었으며, “문화관광부가 이를 환수하고 운영계획을 제고하는 방안”까지 국회의원에 의해 제시되기도 하였다. 더욱이 지난 2001년에 감사원이 “사업주체의 변경까지도 포함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할 것”을 지적했을 정도로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부실 문화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애초 150억의 국고를 투입하려던 계획은 이미 30%이상 초과되었고, 그 진행조차 불투명해 예산 낭비 및 국고 과다지원의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더욱이 예총의 자체 자금조달 부재로 이한 초과지원의 반복은 이제 어떠한 타당성도 없으며, 이미 몇 해 전부터 모두가 입을 모아 이 사업의 문제점과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문화관광부는 “예총이 약속된 재원을 조달하고 사업계획을 수행하는 것”이외의 대안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미 그 약속은 깨어진 것이나 다름없을 뿐 아니라 사실상 성립조건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것이다.

따라서 문화부는 이미 타당성도 실효성도 없는 “보조사업자인 예총의 재원조달계획과 이행”만을 반복해서 외칠 것이 아니라 예술인회관이 본래의 목표대로 예술의 사회적 공공성과 예술가들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사태 수습의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문화부의 책임은 이 건물을 완공하여 예총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탐욕과 비리로 얼룩진 예총의 임대사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창작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작업 공간 자체의 부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인회관을 건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예총의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은 170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고,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였으며, 시민과 문화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한 사회적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예총이 자신의 돈, 그것도 건설비리로 얼룩진 8,300만원을 투자하고, 시민의 세금 170억원을 사용하는 동안 우리 사회의 예술가, 시민 모두는 문화적 권리를 박탈당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예총은 더 이상 돈과 권력의 탐욕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예술인회관이 예술가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부는 예총의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이 애초부터 잘못된 사업이며 실패한 정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예총의 눈치를 보며 진실을 감추려 할 것이 아니라 예술인회관의 본래 취지와 목적에 따라 예술인회관을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시민들을 위한 공공문화기반시설로 돌려주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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