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화]의 이라크통신

8월 1일, 집 근처에서의 폭탄 공격

내가 지금 거주하고 있는 곳은 바그다드 시내 중심부의 가라데 거리이다. 한국으로 치면 명동 쯤 되는 곳이다.

오후 2시경 약간 2~3킬로 떨어진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쿠웅!"하는 소리가 들린다. 집 안에서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던 중에 약간 놀라며 '근처에서 폭탄 공격이 있구나!'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계속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약 2~3시간이 지났을 무렵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집 전체가 흔들리고 창문이 심하게 흔들렸다. 창문 주변에 있던 먼지가 확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고 바닥으로 고개를 숙였다. 몇 초가 지난 후 고개를 들어 밖을 보니 먼지가 조금씩 가라앉는다. 유리창은 깨지지 않았다.

폭발 현장. ©이동화

'밖으로 나가볼까?'하다가 이내 포기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자판을 두드리기 힘들어서 어떻게 하나 하다가 옥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숙소는 4층 건물에 허름한 아파트이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이 잠겼으면 어쩌나 하면서 문을 열어보니 열렸다. 밖으로 나가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변 집들에서 나와 같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서 밖을 쳐다보고 있는 다른 집들의 사람들이었다. 소리가 났던 쪽을 바라보니 시커먼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집에서 직선거리로 약 이 삼백 미터 떨어진 곳이다.

건물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나 연기로 추정했을 때 소형 폭탄 같지는 않았다. 폭발물을 실은 차량이 폭발했던지 아니면 숨겨놓은 폭탄을 리모컨으로 작동시켜 폭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격포 수준은 아닌 듯 했다.

카메라를 가져오기 위해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오던 도중에 관리인 아홋메트를 만났다. 간단한 수인사를 하고 내가 "아홋메트, 저쪽에서 큰 폭발이 이었어."라고 하자 아홋메트도 알고 있다는 듯이 교회 있는 쪽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다시 옥상으로 올라와서 방향을 다시 보니 기독교회가 있는 곳이었다. 이라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무슬림이지만 약 4%정도가 기독교인이고 그들은 일요일 시간에 맞춰서 기도를 드린다. (무슬림은 금요일에 예배를 봄) 특히 바그다드 중심가 가라데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교회도 여러 개이다. 아마도 그 중에 규모가 큰 하나를 공격한 듯 했다.

어김없이 미군의 헬기가 등장한다. 도로는 차량통제로 인하여 차들이 꼼짝달싹 못하고 가라테를 빠져나가려고 마구 경적을 울린다. 나처럼 밖을 쳐다보고 있던 사람들은 서로가 웅성거리다가 이내 집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에 가려 폭발현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작년 경험으로 비춰서(작년 11월 말에도 집 근처에서 폭탄공격이 있었고 당시에는 현장으로 이웃사람들과 함께 나가서 목격을 했다.) 미군들이 도로를 통제하고 사람들을 마구 밀치면서 주변을 수색한답시고 무작정 가택에 들어가서 총구를 들이댈 것이다. 그리고 인근 사람들에게 총구를 들이대면서 ꡒ당장 여기서 꺼져. 그렇지 않으면 발포하겠다.ꡓ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위협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판단으로 위협적인 존재가 발견되면 발포를 할 것이다. 이것이 작년에 내가 직접 경험했던 것이다.

2~3시간 전 폭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쉐라톤 호텔 쪽, 그린존 부근인 듯 하다. ©이동화

3~4시간이 지난 후 이라크 뉴스를 보니(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몇 가지 단어를 조합하고 화면으로 미루어서) 집 근처 교회에서 폭탄 공격이 있어서 수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부상당했으며 인근 집들도 박살이 났고 근처의 차량들이 심하게 파손되었다.

전기가 나갔다. 폭발현장이 아수라장이다 보니 전기선도 망가졌을 것이고 이에 주변에 있는 지역은 단전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전기사정이 좋지 않은데 하루 이틀, 많게는 삼 사 일 전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할 지도 모른다. 이 숙소는 발전기가 있어서 정전이 되었을 때 얼마정도의 전기를 공급받지만 하루 종일 발전기를 돌리면 발전기에 무리가 가기에 중간 중간 발전기를 돌릴 것 같다. 시간을 잘 맞춰서 노트북이나 건전지등을 충전시켜야겠다.

최근 들어 이라크 내부 사태가 다시 악화되는 듯 하다. 물론 계속 전쟁 상황 중이고 하루에도 수 십 차례 저항세력과 점령군간의 교전이 있지만 그 안에서도 약간의 강약이 있는데 최근에는 바쿠바에서 다시 치열한 저항세력과 점령군, 그리고 이라크 임시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있고 어제는 팔루자에 다시 공중 폭격이 개시되었다. 미친 미군들. 살인자들.

외국인에 대한 납치도 계속 되고 있다. 최근에는 타국 아랍인들에 대한 납치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주로 이 곳에 일을 하기 위해 온 인근 국가 노동자들이다. 문제는 그들이 미군이 운영하는 막사나 미군과 연관된 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도 표적이 되고 있다. 또한 이라크 임시정부에 대한 비판이 여기저기서 강하게 제기되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경찰서와 관공서가 다시 표적이 되어서 자살차량폭탄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집 근처에서 폭탄사고가 있은 지 몇 시간 뒤에 아홋메트(관리인)를 문 앞에서 만났는데, 아홋메트가 담배를 하나 건네면서 아랍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한다.(가끔 그에게 아랍어로 말을 건네면 너무 좋아한다. 이를 계기로 약간 친해졌다.) 같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면서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집 근처에서 수십 명이 죽고 부상당한 폭탄사고가 불과 두세 시간 전에 있었는데. 전쟁은 일상화되었고 일상화된 전쟁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내재화된다. 내재화된 전쟁으로 인해 분노도 슬픔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는 어항속의 금붕어처럼.

살람 알라이꿈 알라이꿈 살람.(평화가 그대에게, 그대에게 평화가)

7월 28일, 정권이양 한달이 지난 오늘

정확히 한 달 전 미군정은 주권을 현(現) 이라크 임시정부에 넘겼습니다.(6월 28일 일지 참조)그리고 한달이 지났습니다. 무엇이 바뀌고 변화되었을까요?

요즘 들어 전기의 공급이 더 안 좋아졌습니다. 2시간정도 전기가 들어오고 3시간에서 4시간정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얼마 전에는 2시간정도 들어오고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정전상태였는데 정전시간이 더 늘어났지요. 지금 바그다드의 한 낮의 온도는 55도 정도 됩니다. 낮에 나가보면 정말 피부가 타는 듯 합니다. 이러한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많은 이라크가정은 에어 쿨러(에어 쿨러 내에 물을 공급하고 수면위에 전기모터를 돌려서 바람을 뿜는)로 온도를 낮춥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는 수밖에.

미국의 민간인 학살 또한 계속 되고 있습니다. 특히나 팔루자 지역에는 정권이양 이 후에도 알 자르카위를 잡는 다는 명목으로 헬기와 항공기를 이용한 공중폭격이 수차례 있었습니다. 팔루자는 일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일반 마을입니다. 그런 마을 내에 일반 가정집을 폭격합니다. 수백 킬로의 폭탄을. 당연히 민간인 피해가 속출합니다. 그리고 주변 마을 사람들은 분노합니다. 아랍방송에 비친 그들의 모습은 분노로 가득차있습니다. 미군들이 자신의 이웃을 죽였다고, 그 곳에는 알 자르카위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고. 놀라운 사실은 미군의 공중폭격이 있는 후에 방송을 통해서 보면 이라크 임시정부가 공중폭격을 승인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팔루자 주민들이 이라크 임시정부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치안은 극도로 좋지 않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납치가 계속되고 있고 특히나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납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故)김선일님 사건 이후 필리핀인, 이집트인, 불가리아인(이중 한명은 공식적으로 처형이 되었다고 확인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케냐, 인도, 요르단 출신 노동자들과 이집트 외교관까지. 현재까지 70여명 정도가 납치가 되었고 지금도 약 21명 정도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정권이양 초기에 여러 대책을 선포하였습니다. 여러 대책이 무색하게 정부 내 고위 관계자에 대한 암살도 계속되고 있고 이라크 임시정부의 수반인 알 알라위 자신도 무장세력에 의해서 암살시도를 당했습니다.

저항세력의 공격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부 모슬 지역부터 남부 바스라 지역까지 계속 자살 폭탄 공격이 진행되고 있고 바그다드 내에서는 거의 매일 하루 한 건 이상의 폭탄공격이 있습니다. 바그다드 북부 바쿠바 지역에서는 최근 3일정도 계속 저항세력과 점령군과 이라크 임시정부군 간에 교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상자의 명단을 보면 주로 저항세력이 많이 사망하고 그 다음으로 이라크 임시정부 군인들이 사망하고 부상당합니다. 미군들은 교전 시에는 거의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지 않습니다. 주권이양 이 후 실제 저항세력과 교전 시에는 미군들은 이라크 임시정부 군인들을 전방에 투입시키고 그들은 후방에서 대기하거나 공중폭격을 주로 한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현재상황에서는 이라크 임시정부 군인들은 미군의 총알받이인 셈이지요.

오늘 살람의 차가 고장이 나서 살람이 택시를 타고 제가 있는 곳으로 왔고 집에서 약 2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때 시간이 오후 2시, 하루 중 가장 더울 때이지요. 나가자마자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를 느낄 수 있었고 몇 발자국 안 가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지요. 도로에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이라크의 택시는 차라고 하기에는 너무 낡았고 움직이는 게 신기할 정도로 오래된 차량이 대다수입니다. 저희가 잡은 차도 정말 구형차량이었지요. 평소에는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하지만 시내 한 복판을 지나야 되고 언론에 자주 나오는 팔레스타인 호텔 앞 광장을 지나야 합니다. 가장 차들이 많고 혼잡한 곳입니다.

제가 거주하는 가라데 거리를 빠져 나오자마자 차들이 꽉 막혀 있었습니다. 차안은 바깥보다는 약간 낫지만 적어도 40도 이상은 되는 듯 하고 땀은 연신 흐르고 택시기사도 답답한지 계속 경적을 울리면서 이리저리 끼어들면서 앞으로 가려고 했지요. 그렇게 차 안에서 20분정도 있었나? 팔레스타인 앞 광장에 들어서자 저기 앞에서 미군 탱크가 8차선의 길을 막고 한 개의 차선만을 열어놓고 미군들과 이라크 임시정부군이 차들을 한대씩 검사하고 보내는 것이 보였어요.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그것도 가장 차가 많은 시내 한 복판에서 아무런 사전 인지 없이 검문검색을 하다니. 속으로 욕이 나오더군요.

실상 이러한 일이 다반사이지만 그렇다고 이라크인들의 분노가 자주 겪는 다고 사그러들거나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차곡차곡 가슴속에 쌓여가겠죠. 택시 앞쪽에서 택시 기사와 살람이 언쟁을 하는 것 같았어요. 아마도 저 때문인 것 같았어요. 그 상황에서 택시 기사는 미군 욕을 하면서 뒤에 타고 있는 한국인인 저에게 어떠한 말을 한 것 같고 살람은 그에 대해 반응을 보인 것 같았구요. 여러모로 택시 안은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어찌어찌 인터넷 카페 앞에 도착하였고 돈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리니깐 내리쬐는 햇볕이 반가웠습니다.

이 곳 이라크에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정권이양이 있은 지 한달이 지난 오늘. 무엇이 바뀌고 변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는 온통 오늘은 어디에서 얼마나 죽었고 부상을 당했는지, 그리고 어느 나라의 노동자들이 납치를 당했는지, 어디에 미군의 폭격이 있었는지, 어디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있었는지 들입니다.

제 판단으로는 아직까지 바뀐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느낌밖에는.
살람 알라이꿈, 알라이꿈 살람(평화가 그대에게, 그대에게 평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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