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라크 추가 파병의 폭력성과 사회적 합의주의의 재편

이라크 추가파병 저지투쟁, 무엇이 문제였던가

자이툰부대가 부대가 쫓기듯이 한국을 떠나갔다. 결국 이라크 파병 저지와 반전의 성긴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떠나갔다. 자이툰부대가 머나 먼 땅, 이라크를 점령하기 위해 떠나기 전까지 한국사회는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뜨거운 여름을 뒤척여야 했다.

지난 6월 중순 노무현정권의 추가 파병 결정 이후 한국사회는 이라크파병 저지를 주장하는 노동자 민중진영의 산발적이지만 지속적인 투쟁이 있었다. 특히, 민주노총은 2004년 민주노총 5대 요구 중 이라크 파병 철회와 반전이 핵심 요구였다. 이를 위하여 지난 6월말 민주노총 산하 전국운송하역노조와 항공관련 노조가 중심으로 구성된 항공연대 등은 이라크파병군의 운송 거부를 선언하였으며 또한, 임단투가 맞물려 한계가 자명해 보이는 투쟁이었지만, 이라크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파업투쟁을 전개한바 있다. 게다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지도부의 단식농성 그리고 10만 명의 릴레이단식, 이라크 파병 저지를 위한 직접행동 투쟁 등 무수한 노동자 민중의 진영의 투쟁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이라크 파병 저지 투쟁은 '책임과 분노의 대상'이 명징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드러나지 못하였다. 이라크 파병 저지를 위한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분명하되, 이라크 파병 저지를 둘러싼 구체적인 책임과 분노의 대상이 '미국 반대'의 목소리에 갇혀 있었다. 미국반대는 있으나 실질적인 파병을 결정하는 행위 대상이었던 노무현정권의 책임은 노동자 민중에게 적극적으로 각인되지 못하였다. 결국, 그 사이에 노무현정권뿐만 아니라 노무현정권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었던 조중동마저 한 목소리로 한미동맹과 이라크 재건을 위한 국익의 결정이었음을 강변하면서 기어코 파병에 올인 하였다.

물론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도 하였다. 지난 故 김선일 씨가 피살된 직후 발표된 대국민 담화문에서 노무현정권이 담아낸 메시지는 '파병 방침을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이라크 파병의 문제를 동일시하는 승부수를 띄웠던 바가 있었다. 그것은 노무현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참여민주주의와 사회적 통합'의 허망함을 솔직히 드러내었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요구는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의 신자유주의의 세계화에 따른 전세계 군사패권전략에 맞서 '대화와 타협'을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넌센스였던 것이다.

이라크파병 저지를 둘러싼 투쟁은 딱 거기서 멈추어 선 것이다. 이라크 추가 파병이라는 노무현정권의 사활적 승부수는 이라크 추가 파병 저지를 염원하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코웃음치고 있으되,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진영은 산발적이지만 지속적인 투쟁과 별개로 노무현정권에 대한 분명한 태도가 부재하였다. 결국 갈피를 찾지 못하였던 이라크 파병 저지 투쟁은 자이툰부대의 추가 파병으로 활시위를 떠났다. 우리는 무엇으로 떠나간 이라크 파병군을 다시 되돌릴 것인가?

이라크 추가파병 강행과 사회적 합의주의는 다르지 않다

노무현정권의 6월 중순, 이라크 추가파병이 결정되기 훨씬 전부터 현재까지 민주노총은 '사회적 협의기구'에 대한 논의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롭게 당선된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위 문제와 관련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방식의 사업을 천명해왔다.

민주노총은 "중층적·총체적 교섭 구조를 쟁취하기 위해서 산별교섭, 대정부 교섭과 함께 기존 노사정위원회를 올바르게 개편하고 새로운 노사정교섭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노무현정권과 노사정교섭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또한 보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사회적 교섭기구는 노사 당사자가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적합한 교섭기구의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적합한 교섭기구의 구성과 운영은 "첫째, 기구의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하며 둘째, 논의의제를 확대하고 셋째, 합의사항 이행이 담보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내부적인 동의를 확보(?)하기 위하여 각 지역별로 새로운 노사정교섭구조에 대한 토론을 지침으로 하달한 바가 있다. 그러나, 지난 7월에 있었던 민주노총 중집은 최근 노무현정권의 민주노총에 대한 공세적 탄압으로 인하여 '노사정 청와대 회동'에서 약속하였던 '노사정대표자회의' 유보하기로 결정한바 애초 목표로 삼았던 민주노총 8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교섭구조에 대한 대의원대회의 공식적 결정이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에서 적극적으로 천명하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즉,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집착은 그렇게 간단히 버려질 것 같지 않다. 사회적 합의주의를 강조하는 민주노총지도부는 이제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과거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했던 과거의 노사정위와 앞으로의 새로운 노사정위는 다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노사정위 즉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하여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조합원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한다.

더구나 민주노동당의 의회에 진출한 이상 정치적 대변창구가 마련되었으므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하여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으며 게다가 현장에서는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한 바닥 모를 패배감으로 진저리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투쟁보다는 교섭에 기대려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활용론이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문제가 작게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대한 태도의 문제로 표현되고 있지만 크게는 노동운동 및 노동자 민중진영 전반의 노선과 노무현정권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고 있다. 즉, 사회적 합의주의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민주노총 지도부뿐만 아니라 이런 흐름에 발맞춰 참여연대는 6월 1일 '분배구조개혁을 위한 6대 분야 22개 과제'를 발표하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발전 틀을 논의할 사회적 협약기구인 '경제사회협의회(가칭)'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를 발전적으로 확대 재편하여 정당, 농민단체, 시민단체 등 주요 사회세력을 포함시켜 사회적 대표성을 제고시키자는 제안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사회적 협약기구인 '경제사회협의회'를 주장하기에 앞서 그 동안 노무현정권에 저질러진 무수한 노동탄압에 대한 평가와 노무현정권에 대한 성격 규정은 토론과 합의가 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003년 9월경에 발표한 노사관계로드맵의 핵심인 노동의 유연화, '노동시장의 유연안정화'로 표현되는 노동의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재편은 물론이고 한국사회를 가로지르는 노무현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를 위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재편 공세에 대한 적극적인 투쟁과 사회적인 공동대응은 외면한 채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전사회적인 합의기구를 시민사회단체가 앞장서서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하지만, 사회적 합의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를 위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재편 즉, '자본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제조건에서 출발한다.

이라크 추가 파병 저지 투쟁은 여기서 '운명적'으로 조우한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단순히 이라크라는 중동에 한국군인을 파병하는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관철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국주의의 군사패권의 전 지구적 학살에 동참하는 일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는 군사적 패권전략이 필요했으며 이라크라는 실질적인 석유사업이 군침을 흘리기에 충분한 물적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미동맹이라는 하위 파트너인 노무현정권은 이를 위해 이라크 추가 파병을 강행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한편에는 이라크 추가 파병 저지를 위한 파업투쟁과 단식농성을 저지하는 산발적이지만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동시적으로'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를 위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재편을 노동현장과 사회적으로 구조적으로 용인하게될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협의회'를 구상하는 웃지 못할 희극을 연출하였다.

더구나 노무현정권의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한 단호한 태도에서 확인하였다시피 노무현정권이 보기에 신자유주의 사회적 재편에 절대적으로 양보할 수 없는 의제는 그것이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협의회'가 실질적으로 건설되더라도 '상생과 공존'은 불가능하다. 신자유주의의 사회적재편의 걸림돌이 되는 '대화'와 '타협'의 사회적 합의주의는 너무나 부끄럽게도 무력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모든 폭력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재편을 강력하게 집행하고 있다.

즉,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재편전략은 모든 폭력과 수단을 통한 과감한 집행과 한축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허상을 통한 안정적인 관리시스템의 구축도 빼놓지 않는 주도면밀함도 잊지 않고 있다. 그것이 노무현정권의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단호한 태도에서,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대표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노무현정권의 적극적인 태도에서 우리는 묵시론 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 합의주의의 분쇄를 넘어 노무현정권 퇴진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사회적 합의주의를 둘러싸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이해와 대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분명한 것은 사회적 합의주의는 단지 민주노총 지도부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안팎을 아우르는 노동자 민중진영의 총체적인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한 이해와 대립이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한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재편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성찰을 역설적으로 다시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불철저한 태도가 거칠 것 없는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재편전략으로 정식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의 이라크 추가 파병이 자본과 정권의 신자유주의의 폭력성을 뿌리채 보여주었다면, 노무현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합의주의는 신자유주의의 사회적 개편을 위한 안정적인 관리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은 분명하다. 노무현정권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한 신자유주의 사회적 재편에 반대하는 우리는 이제 무엇을 외쳐야 하는가? 이제 투쟁은 너무나도 자명해 보인다. 신자유주의 사회적 재편에 맞서는 노동자 민중진영이 투쟁을 새삼스럽게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말

글을 보내주신 서창호 씨는 대구 지역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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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 파병 , 노무현 , 사회적합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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