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四四九]의 기타둥둥

벅스뮤직, 온라인에 기름을 칠할까 기름을 부을까.

벅스뮤직이 곧 유료화된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뭐,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견부터 '배신자 안녕'에 이르기까지 여러 반응들이 등장했다. 사람들이야 제각각이었지만 이와 다르게 제도 언론과 음반업계는 오랜만에 일치된 반응을 보였다. ‘대환영!’이란다. 온라인 음악 시장의 질서가 바로 설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으니 이제 이쁘게 꽃단장하고 부지런히 손님 맞을 준비를 하자며 호들갑이다. 그러나, 벅스가 유료화 되기도 전에 벌써 많은 손님들이 소리바다로 또 어딘가로 떠나버렸다고 누군가가 그들에게 귀띔하였다. 물론, 아직 손님은 많이 남아 있다.

온라인 음악 시장의 질서라고 했다. 그런데 어떤 게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실 ‘대환영 피플’들도 별다른 고민의 흔적이 없다. 다만 고뇌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TV 토론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들은 새로운 질서에 어울리는 합리적 대안을 찾는 일에는 무지하게도 게으르면서 기존의 권리를 무조건 확장해달라는 떼를 쓰는 데에는 그렇게도 부지런할 수가 없다. 그들은 벅스의 유료화 선언을 계기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지켜내는 질서를 세우고, 거기에 ‘올바른 질서’라는 이정표를 꼽으려 하는 중이다. 그리고 벅스의 선언이 그 이상향을 향해 달리는 기차의 엔진에 기름을 듬뿍듬뿍 치는 일이라며 오랜만에 싱글벙글이다.

그러나, 벅스의 유료화가 그들이 바라는 ‘낡은 음악 시장 질서’를 온라인 세계에 이식시켜내기 위한 엔진 위로 뿌려진 기름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와는 정반대로, 사그러들고 있던 작은 불꽃들 위로 난 데 없이 기름이 퍼부어지는 격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리바다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다시 온라인에 거대한 불길이, 그것도 여기저기에서 치솟아오를 것이란 이야기다. 이미 소리바다의 접속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그게 어디 소리바다뿐이랴.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벅스의 유료화 선언은 벅스가 그어버렸던 온라인에 대한 상상력의 한계를 스스로 파괴시키는 좋은 일이기도 하다. 언론의 보도와 수많은 송사를 통해 소리바다를 제치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세상, 상상력의 최고치로 각인되었던 벅스는, 말하자면 온라인의 상상력과 가능성을 호도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벅스가 유료화를 선언하자 일부 네티즌들이 보여준 ‘벅스 할 만큼 했다, 벅스 그동안 수고 많았다’ 등의 반응은 그러한 부정적 효과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였다.

왜냐면 벅스는 디지털 시대의 건강한 개척자가 되어주지 못하고 오히려 건강함이라고는 찾아볼 구석이 없는 이 나라 음반 업계의 온라인 시장에 대한 ‘베타테스트’ 역할, 기껏해야 그것만을 담당한 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 스스로는 ‘의로운 도둑’이었을 뿐이라고 고백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거 꽁짜로 들어먹은 네티즌 너희들도 결국 도둑놈이었을 뿐이라고 결론지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과거에 라디오가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온라인 시대에서 느꼈던 놀라움 이상의 놀라움을 경험하였다. 라디오에서는 매일 멋진 음악이 꽁짜로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그것을 들으며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음악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자신들이 ‘피땀 흘려’ 만들었다는 그 음악이 라디오를 통해 대중들에게 꽁짜로 전달되자 음반 업자들은 낡은 상상력을 동원하여 지금과 똑같이 반발했고 지금과 똑같이 싸웠으며, 아마 앞으로도 똑같이 그렇게 되겠지만, 라디오라는 뉴미디어와 대중들에게 참패를 당했다.

반면에 그 결과로 뮤지션들의 권리와 대중들의 음악적 풍요는 놀라울 정도로 신장되었고 결국 음악 산업은 대중들의 폭발적으로 확장된 음악 생활을 기초로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도 여전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사람들은 꽁짜로 듣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벅스식 모델이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데 실패하고 시장에서의 대중의 결정권이 최소화된 과거의 질서로 회귀함에 따라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담지하고 있는 다른 상징을 찾아야 하게 되었다. 물론 새로운 상징은 손쉽게 마련될 것이다. 벅스뮤직으로 인해 소리바다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동안 몰라보게 성장한 여러 P2P들을 비롯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이 이미 폭넓은 언더그라운드를 형성해 두었기 때문이다. 오버그라운드가 원할 때면 그들은 언제든지 중원을 장악할 준비가 되어 있다.

벅스의 ‘은퇴선언’은 최강자가 떠난 오버그라운드의 공백을 메울 루키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새로 등장할 루키는 벅스와 달리 ‘변칙’ 스타일을 구사하지 않을까.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음반 업자들이 발휘하는 상상력이 과거의 낡은 질서에 얽매여 있는 한에는 또 수년간의 송사와 압박을 통해 이 변칙 플레이어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고뇌는 결코 해결되지 못하고 앞으로도 계속되게 되어 있다. 이제는 디지털 방송마저 목전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 이건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위용의 ‘불법’ 복제 천국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제 디지털로 전송된 방송은 과거의 카세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CD를 굽는 수준으로 개개인의 MP3플레이어에 저장되고 네트워크를 따라 전송될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보다도 음반을 더 사지 않음은 물론 유료 다운로드도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디지털방송을 통한 복제 천국을 추진하는 주체가 바로 중앙 정부이니 음반 업자들에게 이건 완전히 첩첩산중에서 만난 절벽이다. 이런~ 그러니 생각을 바꾸고 상상력의 기초를 새롭게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고 싶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벅스의 유료화 과정 자체도 아마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통의 장악, 수익 배분율 등 각종 권리를 둘러싸고 집안 내에서 또 한번의 개싸움이 일어날 것만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미 은은한 음악이 흘러넘치는 무릉도원의 시냇물에 발을 담그고 정겨운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고 있을 바로 그 시간에 말이다. 음반 업자들이여, 당신들의 상상력을 교체하시라. 안 그러면 또 진다.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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