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영]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비정규 법안에 대한 노동부의 새빨간 거짓말

-노동부 장화익 과장의 "악법이라는 평가 동의할 수 없다" 글 비판

구미영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부장이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장화익 노동부 비정규직대책과장의 글에 대한 비판글을 보내왔다. 장화익 비정규직대책과장은 매일노동뉴스 9월 11일 자에 "정부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부 내용을 가지고 무작정 문제있는 '악법'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노동운동 진영의 비판에 대한 반론을 폈다. 구미영 정책부장은 '차별 금지로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한다', '불법파견 규제를 강화한다'는 등의 장화익 과장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고, 노동부와 정부의 뻔한 거짓말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집자 주

- * -

오늘 노동부 비정규직대책과장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훌륭한 개혁(?)법안을 만들었는데 “정부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부 내용을 가지고 무작정 문제있는 악법이라고 평가하는 무리들이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반론문을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동부가 엄살을 부려도 심하게 오바하는 상황이다.

주요 언론들이 노동부의 홍보자료와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서 ‘제조업은 파견허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차별이 금지되며’,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하는’ 법안이라고 소개하는 데도 만족 못한단 말인지... 이번 정기국회 때 통과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면 이런 되도 않는 말을 해댈까 싶을 정도이다.

차별을 금지하니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한다?

역시나 반론문에서도 차별금지 규정 신설을 강조한다. 보수언론은 차별금지 규정 때문에 큰 일이라고 걱정부터 늘어놓는다. 그러나 노동부의 깊은 뜻을 모르는 사용자들은 안심하시길. 이 규정은 정규직 비정규직 차별을 금지하는데 아무런 효과도 없다.

입법예고안을 보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계약직이나 파견직에 대해 차별적인 처우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가능한 정규직 노동자’가 없다면 차별 자체가 성립할 수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업무와 정규직의 업무 자체가 구분되어 있거나 설사 유사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정규직이 관리직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차별의 성립 자체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심하게 융통성 없고 무능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이 정도 규정쯤 쉽게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노동부는 정말 모르는 걸까. 그런 사용자들이 걱정된 건지 친절한 요령까지 빠뜨리지 않는다. 고용형태에 의한 임금격차만을 분석해야 하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 구분을 명확하게 하면 별 문제가 없다고 노동부 설명자료에 나와 있다.

기간제 남용 규제한다?

노동부는 3년 이상 근무하면 계약직이라도 해고가 제한되는데 무슨 악법이냐고 한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는 법안(제4조 제2항)을 보면 그럴 듯하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과연 ‘정당한 이유’란 무엇인가 이다. 법원이 해석하는 계약갱신 거부의 ‘정당한 이유’의 범위가 넓을수록 이 조항은 유명무실해진다. 안타깝게도 현재 법원과 노동부는 근로계약갱신 거부가 정당한 경우를 정규직에 비해 매우 폭넓게 인정해주고 있다.

이미 1년 또는 2년, 3년을 근무하기로 노동자 스스로 동의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만큼 일반 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해고 사건을 따질 때보다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 법원, 노동부의 입장이다.

노동부가 이런 판례 경향을 모를 리 없을 텐데 기간제 남용을 억제한다고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법안 제4조 제2항을 보면 위 조항에 대한 예외 사유가 폭넓기도 하다.

직접고용의무 명문화했다?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명문화’했다는 거짓말은 또 어떤가. 현행 파견법은 2년을 초과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그런데 입법예고안은 3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로 규정한다. 법률만큼 ‘아’ 다르고 ‘어’ 다른 곳이 없다. 이렇게 되면 현행 파견법의 ‘간주규정’에서 후퇴하여 사용사업주의 ‘의무규정’이 되는 것이어서 사법상의 효력이 현저히 약화된다. 어떤 사용사업주가 과태료 물고 말지(최대 3000만원) 직접고용을 하겠는가.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

이 정도면 노동부의 사기도 범죄의 재구성 수준이다. 파견 적용 대상, 허용기간을 무제한으로 확대하면 불법파견에 해당할 사업장을 찾기가 더 힘들 것이다. 현재도 노동부, 법원의 법 해석 때문에 불법파견으로 인정받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렇게 자유화를 해놓으면 불법파견 진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도 큰 선심이나 쓴다는 듯 불법파견 처벌을 강화했다고 한다.

이런 거짓말에 속는 우리는?

이 법안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핵심은 현재의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법률만으로도 비정규직은 충분히 값싸고 자유롭게 부릴 수 있다. 이 법은 더 잃을 것도 없는 비정규직을 쥐어짜기 위한 법이라기 보다는 정규직을 공격 대상으로 하는 법이다.

노동부 설명자료에 보면 차별금지(?) 규정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정규직 임금인상 자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구분의 명확화, 임금피크제 도입,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선 등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파견허용 업종에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가 포함됨으로써 사실상 제조업 사업장에서의 파견 도입을 자유화했다. 이 법안이 궁극적으로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아직 노동운동 진영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제조업은 빠졌다며 남 일 보듯하는 사람조차 있으니 노동부와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에 놀아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9월 14일)

장화익 비정규직대책과장의 매일노동뉴스 기고글

"악법이라는 평가 동의할 수 없다"
"최악의 비정규 법안" 비판에 대한 노동부 관계자의 '반론'



지난 10일 노동부가 공개한 비정규보호입법안에 대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부가 이 법안을 만든 취지와 내용을 소개하는 아래의 기고문을 보내왔다.<매일노동뉴스 편집자주>


지난 9월10일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법안의 핵심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남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비정규직이 이미 우리 노동시장에서 중요한 고용형태로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산업이 생겨나고, 생활패턴이 달라지고, 고용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라 기업도 유연성 위주의 인력운용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선진국에서는 고용창출, 실업대책 차원에서 적절한 보호를 병행하여 활성화해 나가는 경향이다.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을 보더라도 이러한 점이 분명히 부각돼 있다. 각 유형별 공익위원안의 첫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기간제 근로가 노동시장 내 중요한 고용형태라는 현실을 감안하되, 그 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히 규제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 “단시간근로는 근로조건의 보장과 단시간 고용의 활성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한다.”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 확보를 도모한다.” 즉, 비정규직이 없어져야 할 사회악이 아닌 불가피한 고용형태로서 적절한 보호와 규제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올바르게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안은 그간의 노사정위 논의결과와 외국의 사례, 우리나라의 현실,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하여 마련한 것이다. 특히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을 최대한 존중하고 유럽의 입법례를 참고하였다.(일본 극우정당이 통과시킨 입법례에 따랐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물론, 정부안이 최선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향후 입법과정에서 정부안을 중심으로 더 논의되고 더 좋은 대안제시가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부 내용을 가지고 무작정 문제있는 ‘악법’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향후 건전한 토론을 이루어가자는 차원에서 그 동안 제기된 사항 중심으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안이 비정규직 양산법이란 주장이다. 정부안은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이며 비정규직 양산법도, 억제법도 아니다. 차별 없이, 남용 없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유를 처음부터 제한하는 등의 방식은 고용감소 등 부작용이 너무 크므로 채택하지 않았다. 정부안에 따를 경우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가 신설됨에 따라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한 비정규직 고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인력운용의 유연성을 목적으로 한 기간제고용에 대해서도 3년만 허용하므로 기간제고용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반면, 파견대상 확대는 파견근로자의 고용을 증가시킬 것이나, 인건비 절감차원의 파견근로 활용은 제한될 것이다. 경활인구부가조사를 보면 기간제․단시간 근로자가 400만명, 파견근로자 10만명이다. 최근 비정규직이 증가추세이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부안에 따른 차별금지와 남용규제는 분명히 불필요한 비정규직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정부안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다음으로 정부안이 재계입장에 치우친 안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안 중에서 파견대상 확대를 제외하고는 경영계에 부담이 되는 내용이다. 차별금지를 명문화해 사법적으로 구제받을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에 더하여 노동위원회를 통한 행정적 준사법절차를 마련하고 불이행시 과태료를 최고 1억원까지 부과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행정적 시정절차는 유럽국가에도 없다. 대부분 법원을 통해 해결토록 하고 있다.


그 동안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에 대한 법령상 제한이 없었으나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3년 이내로 제한된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데, 1년간 허용되던 기간제 근로를 3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다. 파견근로도 불법파견시 처벌강화(1년 이하 징역 → 3년 이하 징역),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 명문화(금지업무 파견 시에는 즉시 직접고용, 3천만원 이하 과태료 등) 등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였다. 파견기간은 기간제 근로에 맞추어 3년으로 연장됐으나 휴지기간이 3개월로 설정됨에 따라 경영계에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밖에 근로조건 서면명시의무, 파견계약내용 서면고지 등 절차적 규제도 신설되었다. 노동계의 요구수준에 미흡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현행 제도와 비교할 때 명백히 노동계에 유리한 안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노동계와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미 노사정위를 통해 충분히 논의했고, 작년에 양 노총 관계자들과도 수차례 협의했다. 파견대상 업무를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이미 지난해 9.4 노사관계 개혁방안에서 발표한 바 있으며, 지난해 9.15 비정규직공대위에서 노동부장관 면담시에도 논의된 바 있다. 노동계 요구를 반영하지 않았다 하여 협의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제, 정부가 입법예고를 했으므로 정부안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입법방향을 공론화해 나가고자 한다. 노사단체의 건설적인 의견개진을 기대한다. 다만, 당장의 이해관계나 가시적인 효과보다는 멀리 내다보면서 대승적인 자세를 가져주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말

글을 보내주신 구미영 씨는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

기간제 , 파견제 , 비정규입법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구미영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