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한다!

나는 고발한다! 전쟁범죄자, 살인범들을. 내 곁의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넘어, 인간의 인간됨과 인류의 미래를 파괴하는, 말 그대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살해범들을.

피 묻은 수만의 영혼이 내려다보고 있다. 백악관에서 다우닝가에서 청와대에서 그대들이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볼 때, 바로 그대들의 신 곁에서 그 푸른 하늘에서, 무수한 영령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음을 기억하라. 영혼의 눈을 보지 못한다면, 좋다, 그들을 대신하여 땅의 민중들이 그대들을 심판대에 세울 것이다.

나는 고발한다! 전쟁을 일으킬 만한 ‘명분’이란 게 그 어디 존재할까만, 최소한의 진실과 설득도 없이 자본과 권력을 위해 새빨간 거짓말을 한 죄, 무수한 사람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몰기 위해 희대의 사기를 친 죄.

작은 무고와 사기와 희롱의 언사에도 추상같은 철퇴를 내리던 그대들이 아닌가. 권력을 잡고 있으면 모든 죄에서 면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진정한 힘은, 청청한 진실과 백성의 뜻에서 비롯한다.

나는 고발한다! 인간이 인간이 되지 못하도록 강요한 죄.

포로들을 고문하고 학대하며 생글생글 웃었던 병사, 인질의 목을 톱질하듯 잘라내며 태연했던 이른바 ‘테러리스트’.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 인간다움을 지니고 살고자 하며 그럴 권리가 있다. 모든 인간의 천부적 권리로서의 인간성을 말살하고 지옥도를 만들어낸 것은, 바로 그대들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기를 이토록 어렵게 만든 죄를 고발한다.

나는 고발한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빛이 꺼지게 한 죄,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삭제한 죄.

이라크에서 80%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언제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거리에서 뛰어놀아야 하고, 언제 총을 든 병사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집에서 잠을 자야 한다. 이 아이들이 설사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인간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절망 속에서 자라날 때, 인류의 미래는 끝없는 증오와 보복의 무간지옥으로 빨려들어갈 뿐이다.

나는 내 나라의 대통령을 고발한다! 그는 내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이 모든 범죄가 바로, ‘국익’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게 정말일까 봐 두렵다. 혹시나 정말로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국익’이 있어, 한국에서 사는 내가 맛있는 밥을 먹고 편안한 잠을 자는 게 이라크인들의 피와 눈물을 빨아먹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흡혈귀가 되어버릴까 봐 무섭다. 그저 착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조차 억지로 공범자로 만들어버린 것이, 바로 내 나라 대통령이다.

그리하여, 나는 부시, 블레어, 노무현의 범죄를 기소한다. 인류의 인간됨과 미래를 살해한 죄목. 내가 인간이기에 그 어떤 검사보다도 정당한 권리를 갖고, 그들을 기소한다!

(gopeace.or.kr에서 부시, 블레어, 노무현 전범 민중재판의 기소인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

이라크 , 반전 , 부시 , 기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장귀연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