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특별기획]세계화에 저항하라(4) - 한반도 전쟁위기, 한-미동맹과 대북정책<1>

미국은 지난 6월 6일, 1만2천5백 명의 주한미군을 2005년 12월 말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한국에 공식 통보하였다. 미국은 이와 함께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여 세계 어느 곳이든 투입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려 하고 있으며, 용산 등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도 조기에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여러 방면에서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 변환의 배경

이와 같은 주한미군의 감축과 재배치는 미국의 군사혁신(RMA)과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에 발표된 '4개년 국방검토'(QDR)에서 청사진이 제시된 RMA는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무기체계의 개발, 신속기동 과학군으로의 미군 재편, 적의 핵심부와 전후방을 동시에 타격하는 작전의 도입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이와 같은 RMA를 원활하고 유효 적절하게 구현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미군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GPR이다. 이는 지상군 중심의 재래식 전력의 축소가 주된 목표인 미군 운용의 효율화 집중으로 인한 위험 감소와 신속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기지의 분산화 스트라이커 부대로 상징되는 부대 배치의 기동화를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주한미군 변환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의 일환

주한미군 감축 및 용산과 미 2사단 등의 재배치 역시 전 세계 미군 재배치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주한미군을 평택과 대구· 부산 등 2개의 허브기지, 경기북부의 연합훈련센터와 군산 공군기지 등 소수의 전진작전기지로 통폐합하면서 2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재편하고 있다.

용산기지와 미2사단이 이전하게 될 평택에는 K-55 미공군 기지와 한국 해군항이 위치해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보기에 평택은 기동력과 정밀타격능력을 핵심으로 하는 자신의 신군사전략을 구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인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장사정포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 대북 선제공격에 유리한 조건을 마련하는 한편, 효과적인 대중국 포위와 봉쇄를 위하여 용산과 미2사단을 평택으로 옮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가공할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이와 함께 주한미군은 2006년까지 150개 항목에 걸쳐 무려 110억 달러의 전력투자에 임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한해 국방비의 7∼8 배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주한미군 측이 밝힌 전력증강의 핵심은 스트라이커(Stryker) 부대로 불리는 신속기동여단(Stryker Brigade Combat Team : SBCT)의 순환 배치다. 이 부대는 고성능 경장갑차량과 전자지휘체계를 운용함으로써 신속기동능력과 전투력을 동시에 강화한 첨단부대다. 주한미군은 또 한반도 비축 전쟁예비물자(WRSA) 및 정밀탄약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또 최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 추가 배치를 실행하고 있다. PAC-3는 유일하게 개발 완료된 MD무기체계의 하나로서 종말단계의 지상발사 요격미사일이다.

미국은 이와 함께 올 9월까지 동해에 이지스함을 상시배치하고, 알래스카의 포트 그릴리 공군기지에는 9월까지 5개,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기지에는 연말까지 3∼4개의 지상발사 요격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해상 침투하는 북의 특수부대 저지를 목적으로 노후 전투 헬기들을 최신예 'AH-64D 아파치 롱보'로 대체하고, 주한 미7 공군이 보유한 재래식 비유도 자유낙하 폭탄을 인공위성을 이용한 항법장치(GPS)로 정밀 유도하는 통합직격탄(JDAM)으로 개량하는 한편, 정찰공격용 무인항공기(UAV) 배치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또한 최근 함대 대응 계획(Fleet Response Plan)을 마련하고 해군의 해외 분쟁 지역 투입 능력을 획기적으로 배가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와 같은 한반도와 그 주변의 전력증강을 통하여 자신들의 피해 최소화와, 신속하고도 정밀한 타격능력과 고강도의 파괴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대규모 전력증강에 발맞추어 한국군도 전력을 증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해 6월,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은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국방예산은 GDP(국내총생산)의 2.7% 수준으로 한국 정부가 더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며 '미국이 한국의 국토방위를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만큼 한국도 더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에 호응하여 이른바 '협력적 자주국방'을 내세우면서 향후 10년에 걸쳐 24조를 추가로 투입하여 전력을 증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2005년도 국방예산으로 2004년보다 9.9% 늘어난 20 조8천226억원을 책정하였는데, 이는 전체 예산증가율 6.3%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점점 높아지는 '미국발' 전쟁의 위험

미국은 이처럼 한미양국의 전력 증강을 다그치는 한편, 작전계획도 더욱 공격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격퇴와 원상회복 위주의 작전계획은 5027-98 이래 그 공격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작전계획 5027은 98년 판부터 미군 69만 명을 투입하는 대규모 전면전을 구상했으며 2002년 판에서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암살 작전과 함께 미국의 신안보 독트린에 따라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기습적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수립 중인 2004년 판에는 이라크전 처럼 정밀 폭격기술을 활용, 특정목표를 공격하는 방안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문제가 반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작전계획에 의거하여 한미연합군은 각종의 대북 전쟁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전시증원연습'과 '독수리연습' 때 미 해병대가 사용할 전투차량을 하역하는 '프리덤배너훈련'이 예년에는 포항과 진해 등 한반도 동남단에서 실시되었으나 올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평택에서 실시되었다.

또 이 훈련은 항공을 통한 미 해병대 제3원정군 8천명의 전개와 M1A1탱크, 상륙장갑차 등 400개가 넘는 전투차량의 수송과 하역에 걸리는 시간을 20시간 이내로 단축함으로써 기동성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평택을 대북한 군사작전의 거점으로 삼고 미 신속기동여단인 스트라이커부대를 동원하여 기동력과 선제타격력을 최대화함으로써 북한을 신속하게 제압하려는 군사적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한미연합군의 전력은 12,500명의 주한미군 감축에도 불구하고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훨씬 강화되고 있고, 작전계획의 공격성 강화와 그에 의거한 전쟁연습과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주한미군 역할 확대

주한미군이 감축과 재배치를 통하여 기동력과 신속타격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한미연합군이 대규모 전력증강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고, 나아가 한국군까지도 여기에 동원하려는 것이다.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의 "21세기에는 한미양국이 함께 동북아평화유지군 기능을 수행하면서 나아가 전세계적인 군사소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은 미국의 이러한 희망과 요구를 표현한 것이다. 작년 11월에 열린 한미안보연례협의회 공동성명에서 한미양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하는 한편, 럼스펠드 장관은 "한미동맹은 동북아와 아시아 태평양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양국이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에 이미 합의하였고, 미국이 한국군도 여기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병력을 감축하고 용산 기지와 미2사단을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전력을 대규모로 증강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주한미군을 '대북 방어용'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을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과 갈등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만문제 등 주변국의 분쟁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미국이 벌이는 전쟁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한반도가 전쟁의 불바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남북 화해와 통일, 동북아의 평화에 결정적 걸림돌이 될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를 반대하고, 한미연합군의 대규모 첨단전력증강과 공격적 재편을 반대하는 운동을 적극 벌여 나가야 할 것이다.

특별기획 - 세계화에 저항하라!
○ 기획을 시작하며
○ 1회(9. 9) 세계화 10년, 저항의 세계화
[취재] 지금은 다 개방중 - 이정석 기자
[인터뷰] 반세계화운동의 동원전략과 정치적 방향 수립을 - 이창근
○ 2회(9.16) 미 제국주의와 반제, 반전 운동
[기고] 전쟁과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지속적인 투쟁에 대하여 - 박하순
[좌담] 원영수 vs 최일붕
- (좌담上) 세계 반전운동, 반세계화운동 만나 급진화
- (좌담下) 한국 반전운동, 중장기적 전략을 가져야 한다
○ 3회(9.23) - 반동의 제국주의, 전쟁은 계속된다
[기고] 반도의 제국주의 전쟁은 계속된다 - 백승욱
[취재] 침략과 점령에 저항하라 : 베이루트2004 전략회의 리포트 - 정영섭
[번역] 베이루트 2004 : 부당한 전쟁에 대항하는 전지구적 투쟁의 이정표- 월든 밸로
[영상] 반전의 목소리들 - 미디어참세상
○ 4회(10. 5) - 한-미동맹의 현주소와 한반도 전쟁 위기
[기고]'미국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 유영재
[분석] 한반도 위기 심화하는 한-미동맹 재무장 - 김삼권 기자
○ 5회(10.12) - [기고] 무한 자본시장 확장의 결절점, 지역블록화
○ 6회(10.19) - [기고/취재] 아시아 황금시장 노리는 초국적자본
○ 7회(10.26) - [기고/좌담] 초국적자본이 점령한다(1) : 의료,교육,스크린,방송,에너지 개방
○ 8회(11. 2) - [기고/대담/취재] 초국적자본이 점령한다(2) : 금융세계화와 투기자본의 횡포
○ 9회(11. 9) - [대담/취재] 초국적자본이 점령한다(3) : 산업공동화, 한-일FTA, 기업도시
○ 10회(11.16) - [대담] 자본의 세계화와 저항의 세계화

[특별기획] "세계화에 저항하라"
세계화 10년, 저항의 세계화<1>-지금은 다 개방중
세계화 10년, 저항의 세계화<2>-“반세계화운동의 동원전략과 정치적 방향 수립을”
[좌담上] 세계 반전운동, 반세계화운동 만나 급진화 -미 제국주의와 반제, 반전 운동<2> - 원영수 vs 최일붕
[좌담下] 한국 반전운동, 중장기적 전략을 가져야 한다
[기고] 전쟁과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지속적인 투쟁에 대하여
[기고] 반동의 제국주의, 전쟁은 지속된다
[분석] 한반도 위기 심화하는 한-미동맹 재무장
덧붙이는 말

유영재 씨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미군문제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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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 반세계화 , 북핵 ,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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