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 일찍 철도를 타고 있다. 겨울이 되면 새벽 강물 위로 구름같이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쳐다보며 경춘선을 애용하는데, 춘천과 서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나는 오늘도 철도 노동자의 파업을 생각한다. 철도 노동자의 파업은 정당하고, 철도 노동자의 요구는 이루어져야한다. 철도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노동환경, 건강상태를 생각해볼 때 철도 노동자의 요구는 정당하다. 그것은 철도 노동자의 요구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요구이기도 하다. 단지 철도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이 아니라, 전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철도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근무체계의 개선과 그에 따르는 인력충원 및 주당 40시간제와 그에 따르는 인력충원’이다. 철도청은 그동안 1945년 일제에서 해방된 이래 일제시대의 근무형태를 그대로 온존하여 왔다. 특히 대부분의 철도 노동자들이 24시간 주기 주야 맞교대체계를 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 나라 밖에 없다. 철도의 시설, 차량정비등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24시간을 주기로 맞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24시간 주기 맞교대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서 인간의 노동력을 다 써버리는 지점을 넘어서서까지 공장에 머물러 있도록 강요함으로써 인간으로써의 모든 행동이 마비되고 신체가 소진되는 상황을 발생시킨다.
낡아빠지고 강도 높은 근무체계로 인하여, 철도 노동자들은 주당 60시간, 월 평균 273시간, 년 평균 3,285시간을 일하고 있다. 실제로 2004년 5월경에 철도 노동자를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를 보면, 24시간 맞교대 근무 노동자들의 경우 24시간 생체주기가 정상근무노동자에 비해서 심하게 파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교번제 노동을 하는 철도 기관사의 경우는 수면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외지에서 숙박을 하게 되는데 대기하는 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 되지도 않고 있다.
철도청은 24시간 주기 주야맞교대 노동자들의 장시간의 노동시간과 교번제 노동자의 임금산정 없는 대기시간을 마음대로 갖다가 쓰면서 실제 부족한 인력을 메꾸고 있는 것이다. 철도 노동자들의 요구인 24시간 장시간의 노동과 야간노동은 없어져야하고, 부족한 노동인력이 충원되어야 한다.
또한 철도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환경과 육체적으로 강도 센 노동으로 인한 위험에 처해 있으며, 조선업종 등의 제조업체와 맞먹는 높은 사망재해율과 재해율로 신체가 소진되어가고 있다. 특히 사망만인율은 1994-1997년 8.06에 비해 1998-2001년에는 10.06으로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위험작업과 노동강도로 인해 죽음의 위협에 처해있는 철도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시간 감소, 노동강도 저하, 인력충원이 급선무인 것이다.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위험환경과 강도 높은 근무체계를 가진 철도청이 비정규직 인력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도 계약직은 청소 업무의 경우 일 급여가 26,000원이다. 월급은 기본급이 60만 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렇게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한 철도 환경에서 일을 하다가 언제 달리는 기관차에 치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철도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게 한다는 방침이 있다고 주장하나 실제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역시 위험한 작업환경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위험한 노동환경과 작업환경에 폭로된 철도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저임금, 노동강도강화, 장시간의 노동시간에 시달린다면 결국 철도의 안전을 보장할 수는 없다. 이것은 온 국민의 건강문제인 것이다. 이제 파업은 불가피하고, 철도 노동자와 국민은 보여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철도의 투쟁은 온 국민의 투쟁이어야 한다. 철도 노동자의 투쟁이 국민들을 발을 붙들어 매는 것은 불과 하루이틀 이지만, 거꾸로 이 철도 노동자의 투쟁만이 온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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