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의 의미를 잃어버린 보육예산안

2005년 여성부 영유아보육예산안 걱정된다
보육의 질은 보육노동자의 질을 넘지 않아

보육예산, 50.1% 증가 된다던데...

지난 9월 22일, 여성부가 2005년도 여성부 예산안을 발표하였다. 그중 영유아보육예산안은 전년도 예산(4,050억 원)에 대비하여 무려 50.1% 가 증액된 6,077억 원.
세상에, 증가했다.

보육은 누가 봐도 쉽게 결론내릴 만큼 분명한 공공서비스 영역. 솔직히 이익 추구의 논리를 대고 싶어도 소비의 대상이 자녀 딸린 가족인지라 화려한 수익성은 커녕 머릿속 주판을 잠시 돌려도 밑지는 장사라는 계산은 어렵지 않을 듯. 예를 들어, 만 1세아는 교사 : 아동 비율이 1 : 5인데, 부모 5가구가 모여 교사 1인 인건비와 급간식비 및 보육시설 유지비, 기타 원장, 간호사, 취사부, 청소부등의 인건비 일부 등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이 와중에 기저귀 차고, 아직 기어다니며, 말을 안 띤 아이 5명을 교사 1인이 보라는 황당스러운 상황에 대해서도 그저 이성적으로만 판단해주기 바란다.)


나 부모 아니라고 조용히 앉아서 보육의 책임을 부모에게만 지운다면 그 혜택 역시 가진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자본의 논리에 놀아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육예산이 증가한다는 사실 그 자체는 보육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볼 때 매우 바람직한 경향이라 하겠다..... 만...

실제 예산안의 구체적인 항목을 살펴보면서 과연 보육 현장을 고려한 현실적인 안인지, 앞으로 보육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자못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차등보육료 지원과 교사 인건비 지원 감소가 만나면...

여성부가 내놓은 차등보육료 지원에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다. ① 0~4세 자녀를 둔 저소득층에 대해 소득별로 차등적 보육료를 납부하도록 지원하는 것 ② 저소득층의 만5세 자녀에 대해 무상보육료 지원을 확대하는 것 ③ 장애아 보육료 전액을 지원하는 것 ④ 두 자녀 보육시설 이용시 둘째아 보육료 일부를 지원하는 것

이러한 차등적 보육료 납부는 국가가 함께 책임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보육받을 권리를 확대해나간다는 점에서, 부의 재분배에 일정 정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인 확대가 요망되는 부분이다.

한편 교사 인건비 지원 부분은 아래와 같이 감소할 예정이다.

구 분

인건비 지원방식 (‘04→’05)

지원단가

국공립/비영리법인보육시설

(영아반) 90% → 80%

원장 23,143 → 24,300천원/년

교사 16,626 → 17,457천원/년

취사부 12,656 → 13,289천원/년

(유아반) 45% → 30%

영아전담시설

90% → 80%

장애아전담시설

90% → 80%

시간연장형시설

90% → 80%

민간보육시설 영아반

반당

반당 15만원→45~40만원


국회여성위의 여성부 예산안 심의자료 中에서

원래 교사 인건비는 주로 국공립/비영리법인 보육시설에 집중된 편이며, 기타 특수한 영아전담이나 장애아전담시설등에 지급이 되어 왔다. 그러나 여성부는 이 모든 부문의 인건비 지원 비율을 낮추었고,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여성부가 밝힌 차등보육료 지원 확대와 교사인건비 지원 감소의 이유는 향후 보육재정 투입 방식을 시설 공급자 중심에서 보육수요자(1차적으로 '부모') 중심으로 전환을 꾀하기 위함인데, 과연 결과가 그렇게 나와줄까?

이번 예산안을 심의한 국회 여성위에서는 국공립보육시설의 수준과 환경이 민간보육시설보다 평균적으로 우수한데 반해 실제 시설 수는 전체 보육시설의 5% 밖에 안 되는 상태이므로, ‘아동별 지원의 방식은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의 문제로 접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그나마 국가의 지원을 많이 받아왔던 단위만이 나름대로 보육의 질을 담보해왔으며, 향후 부모들은 여전히 국공립 또는 대학부설 어린이집의 긴 대기표를 뽑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

이러한 상황에서 전체 보육시설들이 갈 길은 무엇이겠는가? 문을 닫을 생각이 아니라면, 아동별 지원을 한푼이라도 더 얻기 위해 보다 화려한 외관 설치와 보육료 경쟁, 보육시간의 유연화등이 진행될 것이며, 결국 보육시설 운영 지출의 가장 큰 부분인 인건비 삭감이 뒤이을 것이다.

얼마 전 울산의 한 어린이집 교사에게 확인한 그녀의 월급은 67만 원. 그렇게 열심히 여건 조성해주지 않아도 보육 현장은 워낙 열악하다.

공공성 강화인가? 자유경쟁체제 강화인가?

아동별 지원에 뒤이어 거금이 투자되는 부분은 바로 연 500여 개의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대체로 국공립 시설은 국가에서 땅 사고 집을 사거나 지어서 단체나 개인에게 위탁을 주게 되어 있다. 연내에 500개소를 세운다는 게 현실가능한가의 문제도 있지만, 집만 지어놓으면 위탁을 통해 손쉽고도 눈에 띄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전의 보건복지부가 행하던 보육사업의 성과주의적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짓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치자.

여성부가 내세운 보육 공공성 강화의 표면에는 바로 아동별 지원 확대와 국공립시설 확충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는 교사인건비 지원 감소와 같은 고정적 지원액을 단계적으로 줄여감으로써 결국 부모의 보육시설 선택권의 범위를 넓힌다는 미명하에 시설간 경쟁체제를 유발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진정 ‘보육 공공성 강화’라는 명제에 걸맞는 모습이 갖추어지길 바란다면, 차등보육료 지원과 국공립 시설이 확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사인건비 지원에 대한 확대 역시 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산이 지속적으로 증액되어도 인권보육을 생각하는 유효적절한 예산 사용 기획이 담보되지 않는한 보육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언제라도 빛바래지지 않을 명제, 보육의 질은 보육노동자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덧붙이는 말

김지희 님은 전국보육노조추진위 교선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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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 보육예산 , 영유아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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