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시 '혼합형 편제안' 문제 많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 '프라이버시 침해' 각계 지적 잇따라

지난 10일 대법원이 호주제 폐지에 대비한 새로운 신분등록 편제 방안으로서 제시한 '혼합형 1인1적 편제 방안(이하 혼합형 편제안)'을 제시한 이후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이 제시한 혼합형 편제안은 기존에 논의되던 가족별 편제안, 개인별 편제안, 목적별 편제안을 절충한 안이다.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는 13일 안국동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합형 편제안에 대한 비판과 함께 목적별 편제안을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스스로 '다양한 가족형태의 보호'와 신분정보의 철저한 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혼합형 편제안이 신분등록부에 기록되는 내용 면에서 현행 호적제도나 가족별 편제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이전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과 프라이버시 침해의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조지혜 언니네트워크 대표는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데 가족정보를 모두 기입해야 한다는 사고는 국가가 제도적으로 조장해온 악습에 지나지 않는다'며 '가족 관계는 필요에 따라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만 있으면 될 뿐이며, 굳이 개인의 신분등록부에 가족 관계를 기록함으로써 사회적 차별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성소수자단체연대 역시 이날 지지성명을 통해서 '신분등록부상의 공란으로 인한 차별'을 우려하며 목적별 편제안에 대한 지지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정보인권활동가모임, 지문날인반대연대 등 여러 정보인권단체들 역시 혼합형 편제안이 개인정보 보호의 측면에서 미흡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불필요한 가족정보의 기재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증명서 발급 과정에서의 개인정보보호의 실효성 문제 △신분등록정보를 활용하는 국가기관의 범위와 그 절차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오병일 사무국장은 '혼합형 편제안이 개인정보보호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신분등록제도와 개인정보보호기본법의 충돌을 우려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같은 날 정책논평을 통해서 혼합형 편제안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개진했다. 민주노동당은 '대법원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목적별 공부가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인권침해적 신분등록제도를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 절호의 기회를 단견과 편견에 의해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혼합별 편제안은 현 호적사무 관장기관인 대법원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으나, 이처럼 각계의 비판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위한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연말 여야는 호주제 폐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현행 호적제도에 대한 대안에서 이견을 보여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개정안의 통과를 연기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의 여성의원들은 대법원의 혼합형 편제안과 유사할 것으로 보이는 '복합신분등록제'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고, 한나라당은 가족별 편제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호적 사무를 둘러싸고 최근 대법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법무부는 가족별 편제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목적별신분등록제실현연대는 여성단체, 성소수자단체, 정보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해 6월 워크샵을 열고 목적별 편제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덧붙이는 말

지음 님은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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