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넘버 3

3류가 되고픈 법무부

오래된 고전 영화 중에 '넘버3'이라는 영화가 있다. 양아치 세계의 애환을 가슴저미는 영상언어로 승화시킨 시대의 명작이라 할 작품이다. 그 영화에서 '불사파'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조직원이 기껏 4명밖에 되지 않는 삼류 양아치 집단이 등장한다. '사시미' 하나에 불알 두 쪽을 상징하는 문신을 새기고 산 속에 들어가 지옥훈련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언젠가 '삼류' 즉 넘버3를 벗어나 그럴싸한 '나와바리' 챙겨 짜장면 인생에 종지부를 찍고자 불철주야 애쓰는 애처로운 양아치들. 알량하지만 '보스'라는 넘이 어느 집창촌 포주와 '낙장불입'을 논하고 있을 때 겸상의 영예를 얻지 못한 그들은 꼼쳐둔 푼돈을 챙겨 소주 한 잔 하다가 진짜 조폭의 넘버3와 한따까리를 한다.

그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가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 되겠다. 겸상불허의 원칙을 견지하던 보스는 아지트인 여관방에서 조직원 3명을 죽기 전까지 주어 패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짐 싸라~!" 그리고는 산으로 들어가 뱀 잡아먹고 굴러가면서 심기일전 그들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간다.

영화에서는 자애로우신 양아치 보스께서 이 조직원들의 심기일전을 위한 극기훈련을 준비하시나 현실에서는 대한민국 법무부가 그 양아치 보스의 역할을 대신 해 주신다. 보호관찰 청소년 4만8천 명 중 현역 폭력사범의로 주가를 날리고 있는 1천여명의 학생들을 병영에 보내 훈련까지 시켜주겠다는 발상이다. 속칭 '일진회'를 '선도'하겠다는 법무부의 대책이 기껏 29만 원짜리 인생 전두환이 저질렀던 삼청교육대의 재판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병영국가 대한민국은 뻑하면 이렇게 군대가 등장하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 하고 많은 대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다 강도높고 밀도있는 교육을 위해서 건설된 대학 "삼청교육대". 파릇파릇한 미래지향적 일꾼들을 길러내기 위해 진행되었던 "녹화사업". 무수한 외침을 극복했던 조상의 얼을 이어받기 위해 진행되었던 "전방입소". 그 유구한 역사를 이어받아 새로이 건설되려는 일진회 선도 전문 "병영체험교육". 잘들 하는 짓이다.

이렇게 훌륭한 교육적 목표를 위해 운영되는 병영체험학습의 현장에서 우리의 일진회, 어떤 교육을 받을까? 유격훈련식의 극기훈련이 진행된단다. 졸지에 올빼미가 되어버리는 일진회 멤버들.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존재임을 다시 한 번 각인하며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을 만든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기 위해 각종 유격훈련을 통한 특기양성시간을 가지며, 상부상조의 협동정신을 자각하기 위해 신나는 목봉체조 실시한다. 졸지에 병영으로 끌려간 그들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더욱 훌륭한 조직원이 되기 위해 일로 매진한다.

그리하여 그 교육의 성과로 병영체험이라는 극기훈련까지 마친 일진회 소속 학생 여러분은 사회로 돌아가 실질적인 조직의 보스로 거듭날 것이다. 역전의 용사들로 새롭게 태어난 우리의 동량들, 유격훈련으로 다져진 몸과 병영생활로 터득한 생존의 방식을 이용하여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법무부, 혹시 이걸 원했나?

영화속 불사파는 결국 그들의 인생이 3류였음을 몸으로 보여준다. 어디 불사파 뿐이랴? 불사파 양아치들에게 주어터지던 진짜 조폭조직 넘버3는 영화의 막판에 이놈 저놈 할 것 없이 죄다 넘버3라고 선언해버린다. 안그래도 제 갈길 찾지 못해 방황하는 우리 아이들을 진짜 3류 인생으로 거듭나게 만들려고 안달이 난 법무부 역시 기껏해봐야 3류일 뿐이다. 장하다, 대한민국 3류 법무부! 병영체험현장에도 CCTV 설치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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